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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지붕 뚫고 하이킥 122회-허망한 낚시질로 끝나버린 지훈과 세경

by 자이미 2010.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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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방송된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 122회에서는 정리를 통한 새로운 시작을 보여주었습니다. 제작진들의 속보이는 편집으로 주말 동안 시청자들을 당혹스럽게 하더니 결과적으로 예측 가능한 결론으로 나아갈 뿐 이었습니다. 더 이상 반전이 있을 수 없는 상황에서 결론은 명확해져만 갑니다.

캐릭터 몰락시키는 지붕킥의 힘


1. 세경의 선택은 당연하다

지훈의 말과는 상관없이 이민을 결정한 세경은 어린 신애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단순히 비행기를 타는 게 즐거운 신애와는 달리 쉽지 않은 선택을 한 세경은 허탈한 마음을 금하기 힘듭니다. 자신을 걱정해 머물기를 바라는 지훈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어렵게 결정한 사안을 거둬들일 생각은 없습니다.

제작진들은 극중에서 지훈이 세경에 대한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줄 듯하며 다시 거둬들였습니다. 마치 남보원의 요술 봉을 흔들듯 효과음을 넣으며 잠시 멈춘 화면으로 지훈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세경에 대한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거둬 가버렸습니다.

"내가 붙..."에서 멈춰버린 지훈의 대사는 "내가 붙잡는다면 안갈 거냐?"였겠지요. 만약 그런 이야기를 꺼냈다면 어땠을까요? 세경으로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고 고민을 해야만 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지만 남은 분량으로 봤을 때 또 다른 이야기 전개는 무의미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 장면들로 그들의 관계는 완전한 정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동안 의미 부여를 해왔던 빨간 목도리에 대한 이야기도 당연하듯 언급하며 그들의 감정을 정리해나갔죠. 과거 울면서 찾더니 돌려받았는데 왜 그렇게 덤덤했냐는 지훈의 질문에 "겨울이 다 가서.."라는 세경의 답변은 그들 감정에 대한 이야기였지요.

대한민국을 떠나는 세경과 신애 자매는 서울에서 마지막으로 할 일들을 정리합니다. 여권 사진을 찍고, 뷔페에 가고, 남산 케이블카를 타고, 한강 유람선을 타는 그들만의 마지막 여행은 철저한 계산 이후 진행됩니다. 그러나 사진 비용부터 틀어지기 시작한 그들의 서울 여행은 한정된 금액과 현실에서는 훌쩍 넘어서는 금액과의 충돌이었습니다.

그런 현실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신애는 7살부터 시작해 4살, 3살까지 점점 어려지며 자신들의 계획에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현실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들을 힘겹게 맞춰나가던 그들의 삶과 닮아 있는 이번 서울 여행은 그들이 이민을 가야만 하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한강 유람선을 바라보며 마지막까지 도전해보자는 세경과 신애의 뒷모습은 쉽지 않은 도전에 임하는 그들의 당당한 의지였습니다. 남태평양의 섬으로 떠난다고 그들의 삶이 초라하거나 미래가 불투명할 것이란 추측은 섣부른 예단일 뿐입니다. 

무소유를 설파하셨던 법정스님을 들먹이지 않아도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부탄' 국민들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통계를 봐도 물질적인 것들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세경 자매들의 도전이 쉽지 않고 힘겨운 도전의 연속일지 모르지만 가족이 함께 모여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세경 자매들의 현실적인 힘겨움을 서울 여행에 대입시키는 능력은 여전히 훌륭했습니다. 마지막에 흔들리고 아쉬운 편집들로 안타까웠던 그들이 마무리 단계에서 감각적인 능력을 선보인 듯합니다.

2. 자옥과 현경, 너무 늦은 그들의 가족관계

순재와 자옥은 신혼여행을 다녀온 후 가족들에게 선물을 나눠줍니다. 그 누구보다 들뜬 보석의 선물 타령에 순재는 타박을 하며 못 샀다고 하지만 믿지 않는 보석은 변하지 않는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세경 자매들의 선물까지 살뜰하게 사온 순재와 자옥의 신혼살림은 현경의 '교감선생님'이라는 발언으로 여전히 어색하기만 합니다. 

인위적으로 부르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엄마'라고 부르는 것이 좋은 것 아니냐는 현경의 말이 맞지만 서운한 감정도 속일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렇게 자신이 아직 가족의 일원이 되지 못한 것 같아 서운하던 자옥에게 중요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신혼여행에서 사온 해리의 옷 때문에 빚어진 사건이었죠. 스파이더맨 옷을 입고 자신이 거미인간이 된 듯 신애의 도움을 받아 벽에 붙어 다니던 해리는 신이 났습니다. 

아빠와 놀고 어디든 붙고 싶은 해리는 세경 자매들이 마지막 서울 여행을 간 날 난간에서 스파이더맨 놀이를 하다 그만 바닥으로 떨어지고 맙니다.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 온 자옥과 현경은 수술실 앞에 앉아 있는 보석을 발견하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습니다. 

그러나 앉아 있을 곳이 수술실 앞이라 그랬다는 보석의 철없음이 빚어낸 촌극이었습니다. 다리를 접질린 해리를 현경은 타박하고 그런 해리를 따뜻하게 감싸는 자옥의 모습은 완벽한 가족이었습니다. 해리 사고 소식을 듣고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맨발로 달려 나온 자옥의 모습을 보고 현경의 마음이 달라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였죠.

그렇게 자연스럽게 '엄마'라고 호칭을 바꾼 현경에게 놀라는 가족과 행복한 자옥의 모습은 <지붕킥>이 만들고 싶었던 가족이었습니다. 


순재와 자옥이 좀 더 일찍 결혼을 해서 한 가족이 되었다면 <지붕킥>은 지금보다 훨씬 탄탄한 재미를 보여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순재가 정보석과 함께 출연했던 <절친 노트2>에서 밝혔듯 젊은 친구들의 사랑 때문에 자신의 (극중)결혼이 가능한지도 현재는 알 수 없다고 이야기했듯 가장 아쉽게 다가오는 부분은 새로운 가족 구성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다양한 재미와 의미였습니다. 

마무리 단계에서 자옥이 한 가족으로서 인정받는 장면을 선보이며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그려냈지만 순재와 자옥, 그리고 그들 가족 사이의 다양한 이야기들은 놓치고 말았습니다. 

<지붕킥>에서 가장 완벽했던 지훈도 마무리 단계에서 완벽하게 무너지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캐릭터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사랑에 흔들린 지훈은 사랑 때문에 극중 캐릭터마저 무너지는 아픔을 맛볼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남은 4회 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알 수 없지만 지훈의 캐릭터가 과거의 훈남으로 돌아가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세경 자매의 이민에 대처하는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이 주요하게 거론되어질 예정입니다. 준혁의 아픔과 방황이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어지겠지요. 임신한 현경과 보석 부부의 모습과 정들자 이별이라고 해리와 신애의 아픈 이별도 눈물을 동반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별 이후 특별한 행동 없이 방치되는 지훈과 정음이 다시 뜬금없이 결합을 할 수는 없습니다. 물리적인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그들의 관계를 회복시킬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가능성은 지훈이 정음의 사정을 알게 되면서 다시 다가가는 모습에서 열린 형식으로 남겨두는 정도가 전부일 듯합니다. 

마무리는 1년 후나 몇 년 후로 건너뛰어 등장인물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며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김병욱 PD의 <지붕킥>은 용두사미가 되어버린 것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남은 4회 동안 어떤 마무리를 해나가는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본글보다 좋은 댓글들을 읽으며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줍니다. <지붕킥>이 그만큼 많은 이야기들을 소통하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구요. 시청자들이 이토록 세밀하고 섬세하게 느끼고 이야기하고 있는 줄 제작진들도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작가 못지 않은 섬세한 분석글들도 돋보이고 실망스럽고 아쉬움을 토로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들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생각들이 공유될 수 있기에 일일이 댓글을 다시 다는 것보다는 이렇듯 댓글에 답하는 것이 더욱 소통을 용이하게 해줄 듯 합니다.

하나하나 주옥같은 댓글들 너무 감사하고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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