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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itcom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32회-박하선마저 지리멸렬하게 만드는 김병욱 사단

by 자이미 2011.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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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도약을 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는 '하이킥3'는 언제나 화려한 비상을 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조금씩 그 진가를 드러낼 시기도 되었지만 여전히 궁색한 이야기들의 반복은 무기력하게 다가올 뿐이네요. 전작과 비교해 너무 빈약해진 재미와 감동은 아쉽기만 합니다. 

지리멸렬을 방조하고 조장하는 김병욱 사단 문제 있다




지난 '지붕킥'에서 김병욱 피디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음에도 러브 라인으로 인해 많은 것들을 놓쳤다고 밝혔었습니다. 실버세대의 사랑을 담을 것처럼 진행되던 이야기는 젊은이들의 사랑에 메몰 되어 사라져 버렸고, 집요하게 집중한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화제를 몰며 인기의 일등공신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거의 모든 이야기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런 러브 라인들이 구축되고 시청자들을 매혹시키는 사랑 이야기는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하이킥3'는 그런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지엽적인 이야기에 빠진 채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인물들의 군상이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전을 위한 러브 라인이라고 치부되는 고영욱과 박하선은 최악의 떡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집니다. 고영욱을 희생해 박하선의 러브 라인을 이끌어가려는 제작진들의 시도는 오히려 역효과가 나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일방적이기도 하고 그런 일방적인 감정이 어느 순간 상대를 잠식하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우연이 겹쳐 필연으로 이어지게 된 고영욱과 박하선의 관계는 그럴 수도 있다고 치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교사들과 학생들을 들러리 세워 억지스러운 관계를 유도하는 장면에서부터 이들의 러브 라인은 당위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봅니다.

충분히 다른 방식으로 영욱의 지독한 사랑이 하선을 힘들게 하도록 요구할 수도 있었음에도 영욱을 궁지로 몰아넣어 억지 러브 라인을 이끌어가는 것은 결과적으로 하선과 연결된 모든 이들을 바보로 만들고 말았습니다. 영욱은 찌질남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어버렸고, 요즘 초등학생들도 하지 않는 허망한 찌질 연기를 한 지석 역시 궁색한 존재로 전락해버렸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생명의 은인이라고 연인 사이가 되어야 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면서 영욱에게 헌신적인 하선의 캐릭터가 좀처럼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는 점입니다. 세상에 하선과 같은 존재가 있을 가능성은 높습니다. 하지만 이런 하선의 캐릭터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범주에 있느냐는 점에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는 없습니다.

영욱이 만들어준 말도 안 되는 선물에 화를 내고 이를 찾는 하선의 모습을 보며 밤세워 하트를 만들고 금속 알레르기가 있는 하선을 위해 백금으로 갈아 끼운 지석의 마음이 그가 표현할 수 있는 최선의 사랑이라고 이야기하는 과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지 매력적이지는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지도 못한 채 답답한 모습만 보여주는 하선의 캐릭터는 비호감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도 아쉽기만 합니다. 박하선의 캐릭터는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나왔던 서민정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캐릭터 복제 같다는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욱하는 성격이 서민정보다는 진화된 모습이라 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서민정의 복제판 같은 박하선의 모습은 그저 지리멸렬할 뿐입니다. 


처남 집에 얹혀사는 주제에 항상 기고만장하고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내상씨는 승윤이 가져 온 경주 팥빵으로 인해 충격을 받게 됩니다. 방 안에서 자고 있는 자신을 깨우지 않고 식구들이 모여 모두 먹은 빵을 보고 화를 내는 내상씨에게 하선으로 인해 복잡해진 지석이 버럭 화를 내자 내상씨의 주눅 든 생활을 시작됩니다. 

언제나 기고만장하던 그가 지석의 한 마디에 딸국질을 할 정도로 놀라더니 갑자기 소심남이 되고 말았습니다. 식탁에서도 자신이 중앙에 앉는 것이 말이 안 된다며 계상에 자리를 양보하고, 멍하니 먼 산만 바라보는 게 일이 되어버린 내상씨의 모습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한없는 측은함과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수정의 시선은 실직 가정의 일상의 모습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 내상씨의 기를 살리기 위한 계상의 노력들이 이어지기는 하지만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내상씨의 모습은 극단적으로 소극적으로 바뀌며 변화를 예고하기 시작했습니다. 눈치 보는 가장의 서글픈 모습을 보여준 내상씨가 과연 이후 어떤 모습으로 현실적인 가장의 모습을 통해 웃음과 눈물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할지가 기대됩니다. 

인간의 감정이란 어느 순간 급격하게 바뀔 수 있습니다. 내상씨의 경우 자신의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이겨내는 방식으로 강한 척을 해왔지만 처남의 뜻밖의 한 마디에 그 모든 것이 한 순간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힘겹게 잡고 있었던 모든 것들이 한 순간 사라져버린 내상씨가 과거의 그로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이후 그의 행동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본격적인 변신을 통해 시청자들과 적극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캐릭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같은 객식구인 진희 역시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만 하는 캐릭터이지요. 무척이나 매력적인 존재임에도 다른 몇몇 캐릭터와 함께 지지리 궁상으로 만들며 비난의 대상이 되어간다는 것은 백진희로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청년 실업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그녀가 보다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라는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그저 아는 선배의 집에 착 달라붙어버린 상황에 불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제작진들은 알아야 할 듯합니다. 조만간 계상이 있는 보건소에 취직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기간 동안 보여 지는 진희의 모습은 지속적인 불편함으로 다가올 듯합니다. 

기존의 이미지를 파괴하며 새로운 캐릭터를 창출해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흥미롭고 재미있게 다가오는 김병욱 사단의 시트콤에 대한 기대는 여전합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중심인물들을 표현하다보니 맥이 끊기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패착에 가깝습니다. 다양한 이들이 주도적인 인물이 되어 흥미로운 전개를 이끌어 나가야 할 시점에 여전히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는 것은 김병욱 사단의 잘못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을 듯합니다.

현재의 지리멸렬한 상황을 넘어서면 다양한 주인공들이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이야기들은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습니다. 다만 그 시점이 언제인지가 중요할 뿐이겠지요. 독기와 똘끼가 부족한 듯한 '하이킥3'가 언제나 김병욱 사단 특유의 발랄한 똘끼를 보여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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