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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itcom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98회-계상은 왜 지원에게 반말을 했을까?

by 자이미 2012. 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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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마음 속 깊은 심연에는 타인들에게 보여주기 힘들어하는 아픔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저 그렇게 깊이 있어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도 있지만 암초처럼 중요한 순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거대한 트라우마로 괴롭히는 경우도 존재합니다. 지원의 심연 속 깊은 트라우마를 끄집어내는 계상과 그렇게 보여줄 수 없었던 아픔을 토로하며 아픔을 치유해가는 지원의 모습은 아름답게 다가왔습니다.

타인과 가족에 대한 경계가 너무나 분명한 계상, 그 반말의 의미는?




친근하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도 자신을 과장되게 포장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친근함의 가장 우선된 변화라고 보여 집니다. 친하지 않은 타인을 대하는 우리는 경어를 사용하고 타인에 대한 경계를 하며, 그들에게 자신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가족들에게는 그런 어설픈 형식들을 버리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내상 부부가 보여준 민망할 정도로 유치한 장난은 어쩌면 가장 사랑스러운 모습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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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과자를 훔쳐 먹었다고 물총을 쏘며 싸우는 수정과 종석의 모습은 누가 봐도 유치합니다. 여동생과 오빠라는 가족 구성이 가지는 문제에서 이런 일들은 일상적인 일상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너무나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기도 할 것입니다. 유치하기만 했던 종석과 수정을 탓하던 내상 부부가 그렇게 유치해질 줄은 그들 스스로도 몰랐을 듯합니다.

 

촬영 소품들인 과거 불량식품을 가져와 시식을 하는 내상과 유선은 과거를 추억하게 해서 행복하기만 합니다. 승윤이 만들어준 유선의 음식 블로그가 화제를 모으며 유선의 외모를 칭찬하는 댓글들이 올라오자 질투하는 내상은 본격적으로 유치한 싸움을 시작합니다. 누가 들어도 유치한 말꼬리 잡기를 하는 내상과 유선의 싸움은 타인이 보기에는 한없이 유치해 끼어들기도 힘겨울 정도였습니다.

그들의 유치한 싸움은 유선의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을 삭제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 잠자리에 선을 그어 넘어오지 말라며 싸우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초등학생들 같기만 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선을 그어 놓고 넘어오면 모두 자신의 것이라고 선언하고 싸우던 모습과 전혀 다름없는 그들의 유치함은 끝이 없이 이어집니다.

유선 블로그를 관리해주던 승윤의 모습을 보며 시비를 걸던 내상은 '허접 블로그'라는 말에 울컥한 유선에게 사과를 한다며 보는 사람들마저 민망해지게 만드는 사과 장난은 다시 한 번 그들의 유치한 싸움은 끝이 없이 이어집니다. 그 유치함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로 한없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승윤과 종석에게 그들의 모습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빨래 바구니를 들고 오는 유선에게 아이스께끼를 하는 내상은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는 유선에게 졸졸 따라다니며 놀리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X침 노래를 부르고 그를 향해 강력한 한 방을 날리려 달려들지만 손가락만 다쳐 울게 되는 유선의 모습은 단순히 아프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듯합니다. 치졸하고 유치한 싸움에서 져서 분한 마음이 그녀의 눈물샘을 자극한 것일 테니 말입니다. 그렇게 우는 유선의 입에 '인디안 밥'을 하는 내상의 장난 끼는 한없이 이어질 뿐이었습니다.


너무 유치해 보는 이들의 손발이 오그라들게 하는 그들의 모습은 그만큼 친근하지 못하는 할 수 없는 장난이자 공감이고 소통이지요. 친하지 않은 이들과는 절대 할 수 없는 이 황당한 장난은 서로를 믿고 오랜 시간 함께 공감하며 살아왔기에 가능했던 장난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사심 없이 친구들과 했던 장난이 조금씩 성장하면서 할 수 없게 되는 이유는 사회가 요구하는 경직성이 교육이라는 힘으로 강제되었기 때문이겠지요. 그렇게 조금씩 자신들을 포장하고 경계들을 만들어가며 마음 속 깊은 곳에 있는 순수함을 버리고 살아야만 하는 우리에게 내상 가족들이 보여준 황당한 유치함이 오히려 반갑기만 합니다. 당장 내상과 유선처럼 그 유치찬란한 장난을 칠 수 있는 이들이 주변이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보니 더욱 씁쓸한 인생으로 다가옵니다. 사랑 그것은 어쩌면 가장 유치찬란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내상 부부의 모습은 정겨움을 넘어 사랑이 넘치는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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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에게 오래된 핸드폰은 단순한 전화기의 의미를 넘어서는 존재였습니다. 고인이 된 아버지와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유일한 매개이기에 그녀에게는 그 어느 것보다 소중했습니다. 과거 그녀가 2G 유지와 관련해 시위에 앞장섰던 이유 역시 아버지와의 추억이 담긴 유일한 물건에 대한 애착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지원과 계상의 관계는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며 강력한 운명처럼 다가온다는 점에서 많은 의미들을 담아내고는 합니다. 처음 배구공으로 서로의 관계를 만들어간 그들은 다른 어떤 등장인물들과는 달리 그들은 친밀함을 높이기는 과정이 가장 정교하게 진행되는 존재들입니다.

버스를 타고 가며 책을 읽는 계상과 책을 읽으며 버스에 올라탄 지원은 공교롭게도 텅 빈 버스에서 둘이 같은 자리에 마주하고 앉는 우연을 만들어냅니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들이 읽는 책도 동일하고 일고 있는 분량도 비슷한 우연치고는 너무 우연 같은 상황은 그들을 강력한 끈으로 잡아끄는 듯한 운명 같은 느낌을 전해줍니다. 범인을 추측하고 결과에 대한 내기를 하는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믿는 강력함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지원에게 가장 당혹스럽고 겁이 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바로 아버지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핸드폰이 충전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급하게 수리 점들을 돌아다녀보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오래전 단종된 핸드폰을 고칠 수는 없었습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안 계상은 함께 부품 상가를 돌아보지만 그곳에서도 지원의 핸드폰은 수리가 불가했습니다. 절망보다는 희망을 바라보자며 인터넷을 통해 핸드폰 부품 공장들을 알아내 일일이 전화를 하던 계상은 김해 공장에서 핸드폰을 한 번 가져와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계상 역시 지원이 왜 핸드폰에 그렇게 집착하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기에 그녀의 아픔을 치유하고 행복을 유지해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지요. 중요한 약속을 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일이 생기고는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핸드폰을 꺼놓은 지원과 연락할 수 있는 것은 오직 핸드폰 밖에 없어 음성을 남기는 계상은 설라했습니다. 차가운 겨울 날씨에 막연하게 지원이 자신을 약속 장소에서 기다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핸드폰이라 감히 켤 수도 없었고 계상과 길이 엇갈릴까 다른 곳에 갈 수도 없었던 지원은 바보처럼 차가운 겨울 날씨를 그대로 받아내고 있었습니다. 지원에게는 그만큼 간절하고 중요한 것인 바로 아버지의 모든 기억이 담긴 핸드폰이었습니다. 밤새달려 김해공장까지 가보았지만 지원의 핸드폰은 수리불가였습니다. 너무 오래된 제품이고 단종된 그 제품의 부품을 찾기는 힘들었기 때문이지요. 더 이상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황이 안 되자 지원은 자신의 소중한 기억들을 계상에게 보여줍니다. 이젠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이기에 계상과 공유하고 싶다는 지원의 마음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가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추억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은 그 어떤 행복보다 크다는 점에서 지원이 자신만 간직하고 있었던 기억들을 계상과 공유한다는 사실은 특별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존재가 이제는 계상이 되었기 때문이지요.

기면증 치료에 강하게 거부했던 이유 역시도 밝혀졌습니다. 기면증에 빠져 잠든 그 순간 지원은 항상 아버지와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아버지를 기면증이 찾아오면 볼 수 있다는 것은 타인에게는 위험한 질병이지만 그녀에게는 축복이었으니 말입니다. 지원에게는 그 어는 것보다 소중한 만남을 병이라는 이유로 치료하고 싶지는 않았던 셈입니다. 그 소중하고 행복하며 평온하기만 한 그 기억 속으로 자신을 데려다 주던 기면증은 지원이 지키고 싶은 유일한 행복이었으니 말입니다.

자신만이 간직하고 있던 기억을 계상과 공유하고 하루가 넘도록 잠만 자던 지원은 새롭게 핸드폰을 구입합니다. 과거의 기억을 넘어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지원에게 이 행위는 특별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완전히 방전된 과거의 핸드폰이 아쉽기는 하지만 절망스럽지 않았던 것은 그 자리를 계상이 대신해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존칭을 사용하던 계상이 지원의 새로운 핸드폰에 첫 문자로 "지원아!"로 시작되는 반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큰 변화였습니다.

98회가 시작되면서 승윤이 의문을 품었던 "왜 삼촌은 저한테 말을 안 놓으세요"와 일맥상통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답에 대한 추측은 비교적 단순하게 다가옵니다. 그가 편하게 말을 놓는 존재들은 가족들이 유일합니다. 그 외에는 나이를 불문하고 모두 경어를 사용하는 계상이기에 지원이라는 존재는 자신에게는 가족과 같은 개념으로 합류되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여전히 그 관계가 연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은 계상이 그동안 보여주었던 행동 양식으로 보면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계상은 지원의 기억에서 사라져가는 아버지를 대신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지원에게는 계상의 이런 변화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주는 단계로 인식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계상의 반말은 분명 그가 생각하는 관계의 틀에서 지원을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들여 놓은 대단한 변화였습니다. 그 변화가 이성 간의 사랑인지 아니면 지원의 아버지를 대신하는 방식인지는 이후 행동을 통해서 추측해볼 수 있을 듯합니다.

누군가 간절히 바라는 이와 친근한 관계가 되었을 때 느끼는 행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지요. 내상 부부가 보여준 그 유치함의 끝은 한없는 사랑이 존재하고 있듯 계상이 지원에게 반말을 하는 이유 역시 그 심연에는 사랑(어떤 사랑의 색깔인지는 알 수 없지만)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 일 것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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