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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농부가 사라졌다 tvN 새로운 시각으로 식량주권이라는 거대 화두를 던졌다

by 자이미 2014.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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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은 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은 그저 과거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현대 사회가 되면서 식량 주권은 가장 중요한 문제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식량을 지배하는 자가 곧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현실 속에서 식량 주권은 국가의 현재이자 미래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농업이 무너지는 대한민국;

식량 주권이 사라진 6년 후 대한민국을 이야기 하는 <농부가 사라졌다>

 

 

 

 

농촌에 어느 날 갑자기 농민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국가 존폐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현실을 바라보는 흥미로운 모큐멘터리인 <농부가 사라졌다>는 시의적절한 시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딱딱할 수밖에 없는 주제를 흥미롭게 접근해 우리에게 식량 주권의 중요성을 일깨우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값진 일이었습니다. 

 

 

사회가 산업화되면서 1차 산업이었던 농업은 사양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농촌은 점점 사라져가고, 도시는 포화상태가 되어가는 것은 그저 대한민국만의 현실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산업화를 넘어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며 다양한 직종의 직업군들이 늘어가고, 더는 농촌에서의 삶을 꿈꾸는 이들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농촌을 지배하는 이들은 60대 이상의 노인 인구가 전부인 현실 속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불안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tvN이 내놓은 <농부가 사라졌다>는 2020년 갑작스럽게 대한민국에 농부들이 사라진 가상의 상황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런 대한민국의 현실을 캐나다 언론인의 시각으로 살펴보는 방식을 취하며 나름 객관적인 방식을 취하려는 형식 자체도 흥미로웠습니다.

 

전국의 농민들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대한민국은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쌀부터 시작해 모든 농산물의 수확이 정지된 상황에서 도시민들의 혼란은 가중되기 시작했습니다. 마트에 진열된 모든 채소들을 사재기 하는 등 나름의 생존방법을 생각해 보지만, 돌아오지 않는 농민들로 인해 이마저도 더는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외부 환경에 의해 수입 농산물도 큰 변수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갑자기 사라진 농민들로 인해 대한민국은 역사 이례 가장 위급한 존폐 위기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사라진 농민들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캐나다 기자는 우연하게 채소를 이용하는 1인 레스토랑을 찾게 되고, 그곳에서 사용 중인 채소가 신선한 국산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추적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농부의 형상을 한 시그니처가 단서가 되어 집요하게 그 문양을 따라 추적하던 그들은 한 건물 안에서 싱싱한 채소를 정리하는 한 무리의 여성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긴 시간 설득을 통해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었지만, 사라진 농부와 관련된 이야기에는 여전히 민감하게 대처할 뿐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로서 철저하게 계산된 형식의 가짜 다큐멘터리입니다. 물론 모든 설정부터 가상의 상황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모든 농민들이 한 날 한 시에 사라질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설정은 상징적인 행위로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는 대한민국 농촌의 현실이 6년 뒤 2020년이 되면 정말 가상의 설정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광장에서 시위를 하던 농민들이 넋두리처럼 들려주었던 대한민국 농민들이 한 3년만 농사를 짓지 않으면 모두가 죽게 된다는 발언이 시초가 된 이 다큐멘터리는 그래서 중요했습니다. 산업화가 가속되며 농촌은 구시대 유물처럼 취급되었고, 값싼 농산물에 치여 농민들은 빚만 떠안으며 살아가는 존재로 전락했습니다. 국가적인 제도와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도 농민들은 그저 처치 곤란한 존재처럼 취급받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농촌이 망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들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그들이 생존해나갈 수 있는 방법론을 제시하고 지원하는 제도 등은 턱없이 모자란 것이 현실입니다. 국가의 장기적인 대안과 대책은 존재하지 않고 자발적인 생존의 방식으로 협동조합이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는 현실 속에서 <농부가 사라졌다>가 던지는 화두는 시의 적절했습니다.

 

농촌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이 사실 꾸준하게 논의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는 그저 그들만의 이야기였을 뿐 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은 아니었다는 점에서 이번 <농부가 사라졌다>는 중요하게 다가왔습니다. 예능적인 재미와 정보를 적절하게 결합해 새로운 방식으로 우리시대 식량주권에 대한 이야기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시도는 박수를 받을 만 했습니다.

 

<농부가 사라졌다>는 총 4부작으로, 농업의 중요성,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농부들의 경쟁력, 도시와 농촌의 상생, 농업을 꿈꾸는 젊은 농부들 등의 주제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그 시작으로 첫 회는 농업이 사라진 가상의 시대를 설정해 우리에게 농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일깨우는데 집중했습니다.

 

어느 날 사라진 농부들로 인해 식량주권이 무너지며 대한민국이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경고는 그저 허황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점점 중요해지는 식량주권 시대 과연 대한민국은 잘 대처하고 있는지 의심이 되기 때문입니다. 식량 주권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 국민의 생명은 식량을 거머쥔 거대 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도 식량주권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절박함입니다.

 

농부들의 경쟁력과 도시와 농촌의 상생 방법, 그리고 농업을 살릴 수 있는 희망이 될 젊은 농부들에 대한 관심은 대한민국의 농업을 구체적이면서도 효과적으로 들여다보는 시선이라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미국 등 거대 곡물 업체들이 세계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강국들이 만들어 놓은 규제들은 점점 국가별 식량주권을 지키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처해 거대 자본의 논리에 종속당하지 않고 스스로 식량주권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국내 재벌들은 이미 현지화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탈 대한민국을 선언한지 오래입니다. 막말로 대한민국이 망한다고 해도 재벌가들은 현지에 구축한 공장을 통해 영원히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기반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치권은 여전히 재벌친화적인 정책만을 내놓을 뿐 정작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자체를 단단하게 할 서민들과 농어촌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들은 찾아보기가 힘든 게 현실입니다.

 

농민들이 분노하고 항의하는 시위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기준도 없고 고민도 없는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분노가 만든 결과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도시는 세련되고 농촌은 더럽다는 인식이 가득한 현실에서 꿈은 그저 도시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에서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실제 사례들을 통해 농촌에 대한 피상적인 인식을 파괴하고, 진짜 강한 농부들의 삶과 희망을 이야기해줄 <농부가 사라졌다>는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로 다가옵니다.

 

정치적인 희생물이 되어버린 지상파 방송들은 더는 기대를 할 수 없는 무뇌아 수준으로 전락한 상황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tvN의 획기적인 기획들은 찬사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드라마와 예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미 지상파의 아성을 뛰어넘은 케이블의 힘은 지루하고 식상함으로 외면 받았던 사회적 문제를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획으로까지 이어졌습니다.

 

<농부가 사라졌다>의 성공은 보다 다양한 형태로 사회적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론이 생겼다는 점에서 반갑기만 합니다. 절대적 화두라도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효과적으로 사회를 직시하고 해법을 찾아가는 노력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는 <농부가 사라졌다>는 매력적인 방송이었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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