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미생 16회-시청자를 울컥하게 한 회사가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다

by 자이미 2014. 12. 7.
반응형

장그래의 기획안이 통과되고 행복한 순간 그는 다시 한 번 현실과 마주해야만 했습니다. 회사는 계약직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 수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장그래가 통과된 기획안의 담당자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사내 정치를 적나라하게 풀어내며 신입 4인방의 이야기를 능숙하게 풀어낸 <미생>은 그래서 대단했습니다. 

 

엘리베이터에도 자리는 없었다;

회사가 전쟁터? 밖은 지옥이다, 우리의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한 마디

 

 

 

 

입사 1년 반이 지나며 신입 4인방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왕성하고 분위기를 이끌던 한석율은 상사로 인해 회사 생활이 지겹기만 합니다. 장그래의 승승장구와 달리, 좀처럼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지 못해 안달이 나 있던 장백기는 여전합니다. 

 

 

마초 부장 아래에서 힘들기만 한 안영이는 집안의 빚까지 지속적으로 떠안아야만 하는 힘겨움을 버텨내고 있었습니다. 이런 그들에게도 성장의 기회는 다가왔습니다. 기획안을 제출하고 이를 승인 받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장그래의 기획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여러 번 시도를 하면서 깨지고 넘어지며 익힌 능력은 결국 성과를 올렸습니다. 재무팀에서 승인을 받은 기획안은 장그래에게는 새로운 도전으로 다가왔습니다. 비록 그가 원 인터내셔널에서 일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되었습니다.

 

최고 스펙을 가지고도 장그래보다 업무 성취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던 장백기에게도 이번 기획안은 중요했습니다. 자신의 진가를 확인받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업무에 차질이 있을 정도로 첫 번째 기획안에 모든 것을 집중합니다. 대리의 지시 사항도 누락하고 잊을 정도로 온 신경을 쓰는 장백기 역시 그저 목마른 신입일 뿐이었습니다.

 

대리의 부당한 처세술에 분노하고 부당함에 대해 패기 있게 대들던 한석율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힘겨운 회사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동기 신입들이 새로운 사업안을 제출하며 업무에 집중하는 동안에도 한석율은 좀처럼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뿐이었습니다. 과연 이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는지 그게 궁금할 정도로 애정이 생기지 않는 원 인터로 인해 하루하루가 힘들기만 했습니다.

 

본사 차원에서 집중하는 자원팀에서는 신입인 안영이가 제출한 기획안이 선택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맙니다. 이 사실을 통보받은 안영이는 분위기상 마음껏 즐거워하지도 못하고, 다른 선배들 역시 뒤에 따라 올 엄청난 상황으로 인해 전전긍긍할 뿐입니다.

 

 

마 부장이 지지하는 자원 3팀의 기획안이 누락되고 신입인 안영이가 본사에서 선택하자 스스로 사내 권력 다툼에서 밀리고 있다는 긴박함이 팀 전체를 휘감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치란 그저 여의도 의사당 안에 모인 이상한 자들의 놀이가 아닌 인간이 모인 그 어느 곳에서도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행위입니다. 정치를 밥벌이로 하는 자들의 한심함이야말로 해도 다 모자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지만, 조직 내에서 이뤄지는 정치 역시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무리가 모여 하나의 틀이 갖춰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무리를 통솔할 수 있는 우두머리는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바로 그 자연스러운 행위부터가 정치의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 우두머리를 보좌하는 자들이 등장하고, 그렇게 조직을 단단하게 만드는 틀은 형성됩니다. 이런 틀은 자연스럽게 조직을 움직이는 힘이기도 하지만, 흔드는 정치의 시작이기도 합니다.

 

수많은 정치력이 개입되고 그런 정치로 자리를 탐하고 조직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됩니다. 그 과정은 그 어떤 조직에서나 존재합니다. 초등학교 교실을 가만히 지켜봐도 그 안에서 그들만의 정치는 존재한다는 점에서 인간이란 곧 정치하는 동물이라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원 인터에서도 사장과 전무 라인을 두고 치열한 암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로의 사람들을 회사 내에서 키우고 이를 통해 회사를 장악하려는 그들만의 정치에서 희생자들은 언제나 가장 힘이 없는 신입들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노골적으로 안영이를 불러 그녀의 기획안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마 부장의 횡포는 갑질의 기본이기도 합니다. 갑질을 통해 을을 통솔하는 마 부장식 정치는 한석율을 분노하게 하는 성 대리가 잘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현장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무조건 지시만 하는 성 대리의 일방주의는 결국 노동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회사까지 찾아와 항의하는 노동자들 앞에서 반말을 하며 비꼬기에 여념이 없는 성 대리는 그런 인간이었습니다. 상사에 아부하고, 후배의 몫까지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한심한 인간이 성공하는 시대를 성 대리는 잘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현장이 결코 수주를 모두 받아 처리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슈퍼 갑을 앞세워 강요하는 행위는 우리의 일상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일들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갑질의 횡포는 장그래라고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비록 정규직이 될 수는 없지만 남은 기간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그는 자신의 첫 번째 아이디어가 사업화 된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습니다.

 

카자흐스탄의 골목까지 기억할 정도로 최선을 다한 그였지만, 회사는 냉정하고 차갑기만 했습니다. 좋은 아이템이라 재무팀에서도 승인한 사업이지만 책임자는 장그래가 되어서는 안 되었습니다. 사내 조직망을 만들고 신사업을 추진해 추가 사업을 다시 만들어내는 중요한 자리에 계약직이 책임자로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회사를 떠나야 할 사람에게 회사가 기회를 줄 이유는 없다는 것이 조직의 주장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든 장그래가 일을 할 수 있도록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부딪치고 싸우는 오 차장이지만, 그 만의 힘으로 이 거대한 조직을 이겨낼 수는 없었습니다. 영업3팀원들 역시 오 차장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회사의 처신에 분개하지만 그들의 힘으로 이런 거대한 틀을 깨트릴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과거 오 차장의 상사였던 퇴사한 선배의 전화를 받고 나간 그는 낮술을 마시며 지독한 현실에 대해 다시 한 번 분노하게 됩니다. 자신과 유사한 일만 열심히 하며 편 가르기를 거부했던 그 선배는 그 라인이 없어 쫓겨나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회사를 나가 자신이 좋아하던 피자를 만들며 잘 사는 듯했던 선배가 실업자가 되어 나타났습니다.

 

프랜차이즈는 아니었지만 맛이 소문이 나서 제법 잘되던 피자집은 주변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며 망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퇴직금 등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투자했던 사업이었지만, 현실은 너무나 지독했습니다. 재벌들의 동네상권 장악은 결과적으로 수많은 자영업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밖은 지옥이다"

 

선배가 던진 이 한 마디는 오 차장만이 아니라 시청하던 시청자들의 마음마저 먹먹하게 만들었습니다. 거대한 조직 내에서 수많은 암투들이 벌어지고, 비열한 행위들까지 서슴지 않고 자행되고 있지만 그나마 그 조직이 보호막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총성 없는 전쟁터라는 회사에서 고단함에 몸부림을 치기도 하지만, 그 조직을 나선 바깥의 풍경은 지옥이나 다름없습니다. 언제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질지 알 수 없는 숨 막히는 현실 속에서 누구나 나를 지켜주지 않습니다. 피 말리는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그대로 도태되어 버리는 잔인한 현실은 지옥보다 더욱 지옥 같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시련은 셀프라는 장그래의 말처럼 그리고 말이 죽어도 게임을 계속된다는 원리를 알고 있던 그는 고뇌하는 오 차장에게 스스로 자신의 사업을 내려놓습니다. 그런 장그래를 보면서도 붙잡지 못하는 오 차장의 그 표정은 그래서 더욱 아프게 다가옵니다. 누구보다 장그래가 잘되기를 바라고, 돕고 있지만 개인의 힘으로 거대한 조직을 바꿀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안영이 역시 조직의 정치에서 힘을 쓸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지만, 고집을 피워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없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 마 부장을 찾아 자신의 기획안이 문제가 있으니 그만두겠다는 빈말을 해야만 했습니다. 일보 전진을 위해 이보 후퇴를 해야만 하는 신입의 힘겨운 현실은 그랬습니다.

 

그저 일을 하고 싶은 장그래가 계약직이기 때문에 자신이 준비한 일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옥상으로 올라가려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멈춰 차마 타지도 못하는 그의 모습은 잔인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인턴 시절 그가 고졸 검정고시라는 이야기를 듣고 엘리베이터 안에 장그래가 탈 자리는 없다는 말이 새삼 강렬하게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대학을 나오고 회사가 요구하는 스펙들을 갖췄지만 자신만은 그런 스펙이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그들은 하나의 무리로 존재했고, 그 옆자리조차 내주지 않는 현실을 장그래는 새삼스럽게 다시 깨닫게 되었습니다. 기획안이 통과된 후 장그래는 책임자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고 술을 권한 장백기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이야기는 그래서 아프게 다가옵니다.

 

사회라는 거대한 조직이 만들어낸 이 비합리적인 형식은 결과적으로 수많은 비효율을 양산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철학이 부재한 사회에서 그저 눈에 보이는 것에만 맹목적으로 집착하는 현실은 그래서 위험하기만 했습니다. 거대한 사회를 이끄는 소수의 무리들은 거대한 자본에 종속되었고, 그 자본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자본은 곧 국가가 되었고, 그렇게 바뀐 현실 속에서 국민들은 그 자본을 더욱 크게 해주는 희생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바둑과 인생. 바둑과 회사를 연결해서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낸 <미생>은 특별합니다. 비록 내가 상사맨은 아니더라도 그 안에 담고 있는 우리네 이야기는 격한 공감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는 <미생>은 우리의 아픈 현실을 피해가지 않아서 반갑습니다. 아픈 상처를 그대로 방치하지 않고 드러내고 치료하는 <미생>이 있어 든든해지는 요즘입니다. 환부로 도려내는 방법의 첫 번째는 그 상처를 외면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