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0 09:41

무한도전 생활계획표 왜 하필 그들은 1만원이었을까?

대단한 특집들이 이어진 상황에서 잠시 쉬어가는 특집인 <무한도전 생활계획표>는 흥미롭게 이어졌다. 오래 전에 만들었던 생활계획표가 기억도 나지 않던 과거의 기억을 추스른 멤버들은 하루 동안 자신이 정했던 계획표대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제작진들이 각자에게 건넨 봉투 속 돈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야 하는 현실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1만원으로 하루살기;

시급 5580원 시대 1만원으로 하루 보내기도 어렵다

 

 

 

 

 

대한민국을 흔들리게 만들었던 대단했던 특집들이 이어진 무한도전이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시청자들이 행복한 만큼 무도 멤버나 제작진들에게는 힘겨운 날들의 연속이 될 수밖에는 없다. 여섯 멤버가 스스로 작성한 생활계획표대로 하루를 생활하는 초 간단 생활은 의외로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거대한 프로젝트들이 이어진 상황에서 가볍게 준비된 <무한도전 생활계획표>는 단순하지만 결코 평범할 수는 없었다. 그들이 보여준 하루 동안의 일상은 평범했지만 비범했다. 1만원으로 그들이 하루를 보내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를 온 몸으로 보여준 그들의 모습들은 웃픈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오늘 방송의 핵심은 1만원이라는데 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생활계획표'를 아무리 잘 짜더라도 돈이 없으면 그 어떤 것도 무의미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유재석마저 철저한 속물로 만들어버리는 지독한 가난은 애써 외면해야만 했던 우리의 모습을 보다 자세하게 바라보게 만들었다.

 

6개월 전 다양한 오프닝을 촬영했던 무한도전. 워낙 많은 프로젝트들을 준비해왔던 이들이라는 점에서 잠깐 정신을 놓으면 뭘 했는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다. 그 다양한 프로젝트 중 하나인 <생활계획표>는 자신들이 작성한 하루를 그대로 계획표대로 보내면 그만이다. 이 단순한 일상에서 나를 찾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특별하게 다가왔다.

 

7, 80년대를 살아왔던 이들에게 '생활계획표'는 익숙한 행위일 것이다. 학교에서 일상적으로 '생활계획표'를 짜도록 요구했고, 그렇게 살도록 강요받기도 했다. 일상의 모든 것들을 국가가 교정을 하려던 시대 나왔던 개인의 일상 관리 프로젝트는 이렇게 예능에서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저 재미로 만들었던 그들의 '생활계획표'는 단순했다. 방송일로 평범한 일상을 보내기가 쉽지 않았던 그들에게 단 하루를 자신만을 위해 사용하는 일은 하지만 쉽지 않았다. 단 1만원의 돈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힘겨운 일이기 때문이다.

 

1만원이라는 무게가 주는 한없는 가벼움은 시작부터 부담으로 다가오게 만들었다. 가장 먼 여주 아울렛을 가겠다고 적었던 박명수에게 이 돈은 돌아올 수 없는 편도 차비로 충당하는 것으로 그칠 정도였다. 유재석의 계획표마저 훔쳐서 그대로 하고 싶은 하하와 정준하는 짝이 되듯 하루를 함께 보냈다.

 

 

가장 현명하고 현실적인 방법을 택한 이는 정형돈이었다. 하루 종일 먹고 자는 일의 반복은 1만원으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과연 또 잘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하기는 했지만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을 이어가는 정형돈의 하루는 1만원으로도 나름 행복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는 상황들을 만든 것은 어쩔 수 없이 세 남자의 하루 살기였다. 서로가 얼마를 받았는지 모른 채 하루를 사는 것은 결코 쉽지는 않았다. 속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실제 1만원을 가지고 하루를 보내는 것은 불가능에 도전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획표에 있던 영화보기를 위해 2천 원이면 볼 수 있다는 실버 영화관을 찾았지만 그곳에서도 그들은 영화를 볼 수는 없었다. 말 그대로 실버 세대만을 위한 특가이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영화를 봐야만 하는 이들이 찾은 것은 헌혈이었다. 헌혈을 하고나면 받을 수 있는 영화표를 위해 시도해보지만 그것마저 쉽지는 않다.

 

해외여행을 가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했고, 최소한 4시간 이상 잠을 자지 않으면 좋은 피를 얻을 수 없어 헌혈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여기에 결코 쉽지 않은 영화 보기에 나선 이들의 도전기는 보는 이들도 땀을 흘리게 할 정도였다. 카드 포인트로 영화 보기에 나선 그들은 우선 로그인에서부터 막혀 좀처럼 나아갈 수가 없었다.

 

유재석은 자신의 아버지가 사용하고 있음을 알고 쉽게 로그인 정보를 얻기는 했지만 포인트 사용에 대한 정보 역시 흥미로웠다. 해마다 수천억이 그렇게 재벌들에게 다시 돌아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인 정보가 되었을 듯하다. 어렵게 티켓 예매를 하고 정준하의 포인트로 커피까지 마시며 관람한 영화 뒤 그들이 찾은 곳은 이천 원 국밥집이었다.

 

송해의 단골집이라고 알려졌다는 그곳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천 원 국밥이 존재했다. 이천 원 영화에 이천 원 국밥으로 하루의 호사를 누릴 실버세대들을 위한 맞춤형 가격대는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파고다 공원에서 하루를 보내는 다수의 노인들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여유와 문화는 존재하지 않은 채 지독한 하루를 살아가는 그들에게 이 이천 원의 행복은 실버세대에게 가장 값진 호사일테니 말이다.

 

배드민턴 대결을 벌이고 여주 아울렛을 가기 위해 아침부터 떠난 박명수는 단 돈 200원을 들고 쇼핑에 나서야 하기도 했다. 돌아올 길이 막막해 남의 차를 얻어 타고 목적지에 가야 했던 박명수에게 만원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은 불가능 그 자체였다. 다른 이들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누구도 '생활계획표'를 그대로 완성한 이는 아무도 없을 정도로 그들에게 만원의 행복은 멀고 힘겹기만 했다.

 

화폐 가치가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만원이라는 단위가 이렇게 가벼울 정도라는 사실은 힘겹다. 직장인들의 월급은 조금 오르는데 물가는 그 이상인 현실 속에서 언제나 우리는 슬픈 만원의 가벼움을 만끽할 수밖에는 없다. 재벌들은 엄청난 현금을 쥐고 뭘 해야 할지도 몰라한다.

 

상상으 초월하는 현금들을 금고 안에 가둬둔 채 살아가는 재벌들. 그리고 그런 재벌들을 위한 정책만을 하는 정부는 노동자들을 아무 때나 재벌들이 손쉽게 해고를 할 수 있도록 만들기까지 했다.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주는 것은 고사하고 그들의 일자리마저 너무 많아 어떻게 돈을 써야 할지도 몰라 하는 재벌들을 위해 해고를 자유롭게 하는 노동 개혁안을 만들어내는 위정자들에게 만원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정치꾼들의 연봉과 그들이 누리는 혜택과 권력은 점점 늘어나며 강력해지지만 정작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만 하는 국민들의 삶은 갈수록 최악이다. 장기 경기부진에 수많은 실업자들이 양산되는 대한민국은 일본이 이미 경험했던 장기 침체에 들어선 상태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도 정책 입안자들이 한 행동이라고는 자신들에게 가장 큰 고객이자 슈퍼 갑인 재벌들을 위한 혜택 만들기에만 급급해 있을 뿐이다. 노동자들은 이제 더는 설 자리를 얻지 못하고 있다. 노동 유연이라는 단어는 노동자를 위함이 아닌 고용주를 위한 정책이라는 사실은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99%의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신들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노조들만이 노동자라 생각하는 이 한심한 현실 속에서 정치꾼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노동자들의 안정적인 일자리마저 흔들어버렸다. 청년 실업만이 아니라 이제는 중장년층의 노동 환경마저 휘청이며 우리의 삶은 더욱 척박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낙수효과'라고 포장하며 재벌 몰아주기에 바빴던 이명박.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노동자들을 아무 때나 고용주가 해고할 수 있도록 만든 현 정부의 악랄한 행태는 우리가 살고 있는 2015년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이 지독한 현실에서 '만원의 행복'은 존재하지 않는다.  

 

촬영하던 제작진들마저 모두 잠들게 만든 정형돈의 하루 보내기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만원의 행복'이었다는 사실은 끔찍함으로 다가온다. 그럴 듯한 밥 한 끼를 먹는 것도 아닌 모두 라면으로 끼니를 대신하고 천 원도 안 되는 돈으로 보고 싶은 드라마 한 편보고 시간을 보내야 하는 것이 실제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생활계획표>는 '만원의 행복'이 아닌 우리 시대 '만원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시급 5580원 세대에게 호사스러운 하루는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나마 없는 시간을 내서 하루를 만끽하고 싶어도 그들에게 하루는 길기만 하다. 움직이는 것 자체가 돈인 현실 속에서 '만원의 행복'은 더는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과거의 유물이 되었기 때문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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