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8 12:53

무한도전 바보전쟁 복고 예능의 종합판으로 거듭난 바보 같은 세상

바보 같은 세상에 바보가 아닌 것이 더 이상하다는 말은 씁쓸하게 다가온다. 바보이기를 강요하는 현실 속에서 바보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서글픈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바보 어벤져스를 구성해 세상을 이롭게 만들려는 그들의 도전은 최소한 웃음은 안겨주었습니다. 

 

바보 어벤져스의 세상;

홍진경의 부정이 던지는 가치와 국가의 3요소, 진짜 바보를 위한 바보 행진곡

 

 

 

지난주 각자 바보 후보들을 만나러 향했던 그들은 원석들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모두가 인정하는 바보들과 과연 바보인가 생각되는 이들까지 그들과 함께 하는 바보 이야기는 '복고 예능의 종합판' 같은 재미를 던져주었다. 바보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순간 더 바보가 될 수밖에 없는 바보 지옥 같은 그곳에서 그들의 모든 것들은 즐거움 그 자체였다. 

 

 

<무한도전 바보전쟁>을 제안한 하하와 광희를 시작으로 홍진경, 은지원, 솔비, 심형탁, 간미연, 채연, 김종민, 박나래가 함께 했다. 이들 중 최고의 존재감으로 각인된 홍진경은 어쩌면 현재의 우리를 바라보게 만드는 유리창과 같은 존재였다. 스스로 부정하지만 부정할수록 드러나는 실체는 감출 수 없는 진짜 나이기 때문이다. 

 

홍진경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너무나 명확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그녀만이 오직 이 상황을 인정하지 않고 부정했기 때문이다. 다른 출연자들이 현실에 수긍하고 스스로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과 달리, 홍진경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자신의 부족함을 부정했다.

 

'바보'라는 단어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더욱 지금처럼 똑똑해져야 하고 현명해져야만 하는 현실 속에서 '바보'라는 단어는 소외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될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바보가 지배하는 세상에 바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만큼 바보스러운 것은 없기 때문이다.

 

외눈박이 세상이 두 눈을 가진 이들이 이상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그들의 바보 이야기는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 궁금했다. 무도 멤버를 뺀 8명의 '바보 어벤져스'들이 한 곳에 모이는 순간부터 왁자지껄한 그들의 잔치는 시작되었다.

 

예능을 위해서 가장 최적화된 존재는 '바보 어벤져스'일 수밖에 없음은 오늘 방송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모이는 것부터가 서로를 웃기게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은 보는 시청자들마저 행복하게 해주었다. 누군가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웃을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 곧 그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고의 재미였다.

 

 

모든 상황들을 부정하고 싶은 홍진경과 담담하게 받아내고 즐기려 노력하는 다른 이들이 보이는 과정들은 그 자체로 주말 모두를 행복하게 해줄 최고의 재미의 장이 되었다. 부정하는 자, 받아들이는 자, 즐기는 자까지 서로 다른 입장으로 팽팽하던 그들을 완전 무장 해제시킨 것은 복고 예능의 부활을 알리는 '댄스 신고식'이었다.

 

진부해서 더는 그 어떤 예능에서도 시도하지 않는 '댄스 신고식'은 신기 방기한 재미를 선사했다. 뜬금없이 무슨 이 상황에서 서로를 알리기 위해 장기자랑을 하냐며 반항하던 이들도 준비된 무대 위에서는 춤으로 승부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런 '댄스 신고식'을 잠재운 최고의 한 수는 바로 심형탁의 무대였다.

 

너무나 멀쩡하게 생겨 이곳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심형탁은 그가 무한도전 첫 녹화를 하고나서 소속사에서 전체 회식을 했다고 한다. 심형탁이 무도에 출연한 것만으로도 잔치가 되어버릴 정도로 많은 이들에게 이 프로그램은 선망의 대상이기도 한다. 무도를 통해 스타가 되거나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들이 많았다는 점에서 심형탁 소속사의 마음이 무엇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을 듯했다.

 

그런 그가 최근 좋아하는 노래라 자주 불렀다는 것은 바로 외계인들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미니언즈>였다. 손가락이나 소시지처럼 길쭉한 노란 외계인들이 보이는 엉뚱한 모습은 전세적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리고 그들의 외계어와 엉뚱한 댄스를 실제 방송 중에 보여줄 것이라고는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심형탁은 특별했다.

 

그의 행동에 모두가 얼음이 되어 어떤 반응을 해줘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가득했다. 리액션 부자들마저도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기획안을 제안했던 하하는 심형탁의 모습을 더는 보지 못하고 녹화장에서 도망칠 정도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심형탁의 이 한 방은 출연자들의 경쟁을 더욱 강화시키는 '방아쇠'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다.

 

 

모두가 하나가 되어 '미니언즈' 춤을 추고, 이어 간미연의 파파라치로 하나가 된 그들은 본격적으로 이 상황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조금은 생경하고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의아했던 이들은 이 '댄스 신고식' 하나로 모든 것을 초월하고 '바보 어벤져스'의 일원이 되는데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

 

그들의 무식함을 뚜렷하게 증명하는 것은 1:1로 벌어진 '지식 배틀'이었다. 이미 한 차례 대결을 통해 최고의 장면을 만들어냈던 하하와 김종민의 대결은 이번에도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오답마저 닮은 그들의 '지식 배틀'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최고수로 우뚝 선 인물은 시작 전부터 웃음 없이 자신이 똑똑함을 증명하겠다고 나선 홍진경이었다. 그녀가 보여준 무지의 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깊고 넓었기 때문이다. 이미 오답 퍼레이드로 모두를 기대하겠던 그녀는 촬영장으로 오는 동안에도 공부에 열중했던(전혀 상관없는 수도 외우기) 그녀였지만 지식 배틀에서 그녀는 자신이 왜 최고의 존재감인지 스스로 증명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상식 문제는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다. 사칙연산에 대해 특별하고 고민할 필요도 없는 이들에게 이는 무의미하기도 하다. 사칙연산을 알지 못해도 사는데 문제는 없으니 말이다. 이런 기준에서 그들의 상식 배틀은 그저 예능을 위한 과정일 뿐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 뿐이다. 그런 예능에 홀로 죽기 살기로 예능을 다큐로 만들어낸 홍진경이었다.

 

 

자신은 모인 사람들과는 달리 똑똑하다고 확신하고 있는 홍진경이었지만 첫 모임 자리에서 '사칙연산'에 무너졌던 그녀는 순백의 모습을 드러내며 모두에게 존경받는 '바보 어벤져스'의 주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극적으로 만든 것은 '라이트 형제'를 '히틀러'라고 적은 모습과 '유레카'를 몰라'빙고'라고 적은 그녀의 모습에 모두가 자지러질 수밖에 없었다. 상식 대결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홍진경의 맹활약으로 인해 <무한도전 바보전쟁>은 최고의 재미를 선사하게 되었다.

 

2000년대 초반 유행했던 '동거동락''X맨''천생연분' 등을 떠올리게 만드는 복고 예능을 확실하게 보여준 <무한도전 바보전쟁>은 왜 무도가 최고의 예능인지를 다시 증명해준 특집이었다. 바보가 세상을 구하는 날까지 활동하겠다는 '바보 어벤져스'는 그렇게 주말 힘겨운 많은 이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바보들을 위한 방송에서 두 번이나 연속 등장했던 국가 3 요소는 씁쓸함으로 다가왔다. 정답은 '국민, 주권, 영토'다. 하지만 이를 정확하게 아는 이들은 없다. 그리고 의식주부터 시작한 그들의 오답 노트에는 '땅, 돈, 물'에 이어 '국민, 땅, 꿈'은 웃기지만 쉽게 웃을 수 없는 오답이었다.

 

대한민국의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국가의 3요소' 오답에 정답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자신의 입장에서 가장 절실한 삶의 조건이 되어버린 땅과 돈 등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답변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여기에 하하가 적은 국민과 땅, 그리고 꿈은 잡을 수 없는 소망에 대한 가치였다.

 

땅은 소수의 가치가 되어 부의 재생산으로 사용될 뿐이다. 국민은 있지만 국민은 존재하지 않는 이 기이한 국가에 꿈마저 사라진 것 역시 당연하니 말이다. 국민들을 우롱하면서도 스스로 자신들의 행동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지 못하고 혹은 알면서도 애써 부정하는 이 황당한 위정자들의 모습을 보면 '국가의 3요소'는 오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복고 예능의 종합판으로 한 판 흥미롭고 재미있는 예능의 가치를 보여준 <무한도전>은 역시 최고였다. 출연자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을 극대화시켜 최고의 존재감을 보여주도록 유도하는 상황극. 그리고 별것 없는 초라한 시작이지만 더 큰 가치와 의미를 만들어내는 무도 특유의 능력은 이번 <무한도전 바보전쟁>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났다. 우리 시대 바보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한 번 해보게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무한도전의 농익은 재미는 여전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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