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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뉴스룸-프로즌 맨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존재할 수 없다

by 자이미 2017. 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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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한꺼번에 변할 수 없다. 개벽과 같은 일은 벌어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그 과정은 답답하기도 하고 가끔 분노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긴 호흡으로 개혁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고 함께 하고, 혹은 독려를 하는 여정을 함께 하지 않으면 개혁은 성공할 수 없다. 


길은 멀고 험하다;

캐비닛이 만들어낸 프로즌 맨, 곳곳의 적폐 청산은 그만큼 힘겨운 여정이다



적폐 청산은 지난 광장의 촛불이 외친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그리고 그런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이 바로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리고 문 정부는 국민의 바람에 맞춰 대대적인 적폐 청산을 시작했다. 시작은 했지만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험난한 여정이지만 그렇다고 멈춰서는 안 되는 것 역시 적폐 청산이니 말이다.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무죄 판결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논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소한 미필적 고의를 적용해 형을 선고해야 했던 재판부는 정무수석과 문체부 장관을 이어가며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핵심에 서 있던 조 전 장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블랙리스트 실체를 알고 있었다는 증언을 확인했음에도 무죄를 선고했다. 거대한 로펌의 힘이 작용한 것인지 아니면 재판부가 조 전 장관에게 특별한 가치를 품고 있었는지 알 길은 없다. 이런 재판부의 말도 안 되는 선고에 조 전 장관은 위증 혐의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바로 잡겠다고 나서고 있다. 참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의 여자로 불리며 권력의 핵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던 조 전 장관만이 박근혜의 만행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누가 믿을까? 조 전 장관이 박근혜 개인 변호사라 비밀을 밝힐 수 없어 모른다고 하는 것일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적폐가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되어버린 청와대 캐비닛 문건은 지난 정권들의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권의 문제만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 시절의 문제들까지 함께 담아내고 있는 캐비닛 자료들은 그래서 신기하기도 하다. 


세상 모든 사실을 비밀로 만들고자 황교안 전 총리가 진두지휘를 하며 모든 기록들을 싸잡아 대통령기록으로 지정해 감추기에 급급했다. 대통령기록물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목록도 볼 수 없도록 완벽하게 봉인한 이들은 자신들이 잘못한 것들을 합법을 가장해 봉인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 


법정에 서야 할 자들이 그렇게 온갖 자료들을 폐기하고 봉인하는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그 문제의 자료들을 방치 아닌 방치를 하고 있었다. 지독할 정도로 권력 상층부의 말을 잘 들었다면 이 기묘한 캐비닛 문건들은 세상에 나올 수 없었다. 그들이 아무리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려 해도 누군가는 그렇게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온다. 


"프로즌 맨. 얼음 속에서 얼어버린 그의 이름은 윌리엄 제임스 맥피. 1843년 영국 리버풀 바닷가에서 태어나고 자라나 젊은 나이에 대서양을 건너는 배를 타고 모험을 하던 중 폭풍우를 만났습니다. 배는 침몰했고, 북극 근처 툰드라 지역으로 떠내려가 얼음 속에 묻힌 지 백 여 년…"


"후세 사람들에게 요행히 발견돼서 그 유명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지에 사진이 실렸지요. 과학자들은 얼음 속에서 돌아온 그를 다시 살려내 세상을 걷게 합니다. 그렇게 해서 얼음 인간 윌리엄 제임스 맥피는 바뀌어 버린 세상을 구경하고 다시 세상 사람들에게 작별을 고하게 된다는… 현실과 상상이 결합된 이 이야기는 물론 모두가 실화는 아닙니다. 미국 싱어송 라이터의 원조 격이라 할 수 있는 제임스 테일러의 노래에 나온 내용이지요"


"가려져 있던 과거의 어느 순간은 늘 이렇게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상상력을 발동하게 하며 또한 새로운 진실을 밝혀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느 시대의 사람들이든 타임 캡슐을 만들어 땅에 묻어두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일 것입니다. 그런 낭만성에 비하면, 국가 기밀이든 대통령의 기록이든 몇 십 년씩 비공개의 장막 뒤로 가려두는 건… 뭐랄까… 후세에 밝히고 싶다는 것 보다는 현세에 숨기고 싶다는 것에 방점이 찍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러나 가끔씩 발견되는 얼음 인간, 프로즌 맨들 처럼 가려두고 싶어도 결국엔 예상치 못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존재들도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가… 청와대 캐비닛에 넣어 두었던 박근혜 정부의 숨기고 싶은 이야기들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그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거기엔 이전 정부뿐 아니라 그 이전 정부의 문서들. 특정 기업 한 군데가 아닌 또 다른 기업들의 이야기까지…이것이 주는 느낌은 밝은 호기심, 상상력과는 거리가 먼. 새롭지만 그리 유쾌하지 못한 어두운 진실들입니다"


"청와대의 전 주인이든 그 부하들이든, 누구든. 모든 것을 다 묻어둘 수 있다고 믿었다면 그것은 너무나 낙천적인 생각이 아니었을까… 프로즌 맨, 즉 얼음인간이 발견됐을 때 사진 작가들은 그를 얼음 속에서 꺼낸 뒤 무수히 사진을 찍어 댔지요. 그래서 프로즌 맨을 부른 제임스 테일러는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사진기가 발명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 해도 당신은 여전히 사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앵커브리핑에서 다룬 '프리즌 맨'은 그래서 흥미롭다. 캐비닛 속 문건들로 인해 스스로 모든 것을 봉인하고 얼음 인간이 되고자 했던 자들은 예상치도 못하게 빨리 깨어나 세상과 조우를 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제임스 테일러의 노래를 통해 진실과 허구가 뒤섞인 하지만 명징한 주제를 전달하는 '프리즌 맨'은 현재의 우리를 직시하게 한다. 


가려진 진실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과 상상력. 그렇게 묻게 되는 타임 캡슐은 미래의 나 혹은 후대의 누군가가 보기를 바라는 간절함 일 것이다. 힘들게 찾았던 그 호기심을 보다 편하게 해결해주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만들어진 것이 타임 캡슐이니 말이다. 


박근혜 정권이 그토록 감추고 싶었던 것은 후대를 위한 노력이 아닌 현세에 숨기고 싶다는 갈망이 강렬하게 표출된 결과다. 내 늙어 죽은 후 세상에 공개되어 비난을 받는 건 상관없지만, 현 시점 자신을 옥죌 수 있는 수많은 진실들은 막아야겠다는 그들의 얄팍함에 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사진기가 발명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해도 당신은 여전히 사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제임스 테일러의 말처럼 그들이 아무러 현세에 숨기고 싶다고 해도 그건 세상에 드러날 수밖에 없다. 10년, 30년이 흘러 더는 법적인 효용 가치가 없다는 확신에서 봉인했다고 해도 그 진실이 영원히 묻힐 수는 없는 것이다. 


미친 듯 봉인하고 싶었던 진실들은 캐비닛에 수많은 자료들로 남겨져 있었다. 그들의 그런 행동들이 얼마나 무모하고 허무한 행동이었는지 이 캐비닛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비밀은 밝혀지게 되어 있다. 숨기려 할 수록 사람의 호기심은 더욱 강렬해지고, 끝내 그 모든 것은 공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존재할 수 없다. 현세만 벗어나면 그만이라는 위정자들의 악랄함은 누군지 알 수 없는 이들이 간직한 캐비닛 속 문건들로 인해 한심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비밀. 그 진실에 대한 인간의 욕구는 그렇게 어떤 순간에도 발현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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