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9.06 11:49

아르곤 2회-용병 천우희 통해 보여진 무너진 언론사의 민낯

언론 총파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아르곤>은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마치 MBC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연구해서 내놓은 보고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다. 물론 극화된 이야기에는 현실과 다른 감성이 들어가고 그런 점에서 한계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망가진 언론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둘 사이에 생긴 비밀;

미드타운 붕괴 사고 미스터리가 불러온 언론 오보, 정경언 유착이 낳은 부패한 언론



언론도 그저 돈일 뿐이라는 극중 언급은 씁쓸하지만 현실이다. 실제 수많은 언론들이 광고에 매달린 채 살아간다. 부패한 재벌을 비판하던 언론도 그 재벌 광고를 실어야만 버틸 수 있다. 그렇게 돈이 권력이 된 세상에 광고주는 여론의 흐름까지 이끄는 절대 갑이 되어버렸다. 


미드타운 붕괴 사고에서 진실 보도를 한 '아르곤' 팀은 행복했다. 언론인의 자세는 진실 보도를 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들이 느끼는 행복은 너무 당연하다. 하지만 자사가 내보낸 잘못된 보도를 비판하고 반론 재개를 한 그들은 진실을 밝혀냈다. 모든 언론이 범인이라 지목한 주 소장이 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힌 것은 '아르곤'이었다. 


현재 총파업 중인 언론 노조들이 자신의 일을 놓고 이렇게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재미있게도 <아르곤>이 잘 보여주고 있다. 사장 친척의 비리 사실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아르곤'은 중심에서 밀려났다. 시사 프로그램으로 HBC의 간판이었던 프로그램은 하루 아침에 심야 방송으로 밀려났다. 


바른 말을 하고 타협 없이 진실 보도만 하는 김백진과 그가 팀장으로 이끌고 있는 '아르곤'은 방송사 사주에게는 눈엣가시가 되었다. 방송을 언론인의 가치를 담고 운영하기보다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장사로 생각하는 이들에게 올곧은 언론인은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이니 말이다. 


왜곡 보도를 하고 자극적인 보도를 통해 광고 팔이에 집착하는 현실 속 언론의 모습이 바로 HBC에 적나라하게 녹아 들어가 있었다. 그런 '아르곤' 팀이 HBC 간판이라는 '뉴스9'의 잘못된 보도를 반박하며 진실 보도를 한 사건은 이들에게는 충격이었다. 


진실이 보도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조직에 위해를 끼쳤는지 아닌지가 중요할 뿐이다. 수백 명의 시민들이 억울하게 죽은 사건 속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진실 보다는 자사의 안위와 수익 뿐이었다.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기 위해 부처 장관과 딜을 하고, 거짓 보도를 통해 여론을 호도한 후에도 반성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치열한 취재와 탐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낸 '아르곤'은 언론인으로서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을 했다는 이유로 폐지 수순을 밟기 시작한다. 그 이유로 '뉴스9'을 반박하며 HBC 전체를 흔들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긴급 회의 자리에서 오보를 한 보도국장보다는 진실 보도를 한 백진이 더 비판을 받아야 하는 현실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방송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장 지시로 속보 모의 훈련을 시키며 자존감을 무너트리고 제작비를 반으로 줄여 스스로 문을 닫게 하는 방식은 치졸할 뿐이다. 마음 같아서는 김백진을 자르고 '아르곤' 팀을 해체하고 싶지만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측이 행하는 방식은 이런 식으로 통해 서서히 목을 조르는 행위를 한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신세인 연화는 그토록 가고 싶었던 '아르곤'에 합류했지만 6개월 남은 시한부 시용 기자다. 그리고 팀에서도 그를 좋아하는 이는 없다. 억울하게 해고된 해직 기자의 자리를 치고 들어온 시용 기자들을 좋아하는 이는 없기 때문이다. 


투명인간 같았던 연화는 중요한 화두를 던졌다. '미드타운 인허가 미스터리'라는 제목의 취재 기획서는 백진에 의해 킬 당했지만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었다. 분명 이상한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닌 상황에서 상사가 킬을 했다고 버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바닥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더 갈 곳도 없는 시한부 기자는 백진을 여전히 좋아하는 변호사 수민의 말을 듣고 직접 뛰기 시작한다. 아무리 까칠한 선배지만 현장을 뛰는 기자를 무시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장을 뛰어 직접 진실을 찾는 기자를 존중한다는 백진. 그에게 인정받기 위함보다는 시용 기자도 기자임을 보여주기 위한 마지막 발악은 결과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드타운 사장은 도피 중이다. 연화와 연인 같지 않은 연인 관계를 유지해왔던 지방 시사지 기자인 중구와 함께 미드타운 사장을 추적하다 대단한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미드타운 사장이 시 관계와 국토부 차관과 함께 술자리를 가지는 장면은 경악스럽게 한다. 


붕괴 사고로 인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장이 시 관계자, 국토부 차관과 함께 화기애애하게 술자리를 가질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 미드타운 사장이라는 자는 전공자도 아닌 바지 사장이라는 점에서 이 사업 자체가 문제가 있음을 확신한다. 


연화가 사건의 핵심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동안 백진은 현실적인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장까지 나선 사측의 압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백진은 잘 알고 있었다. 진실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자신 만이 아니라 팀원 전체가 사지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그간 경험을 통해 체득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메인 뉴스 앵커인 근화를 통해 방법을 모색하던 백진은 팀원들을 살리는 조건으로 '미드타운' 후속 보도를 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한다. 평생을 올곧은 언론인으로 살아왔던 백진이 무너지는 순간은 자신이 아닌 함께 고생한 팀원들이었다. 당장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공정한 보도 만큼이나 백진을 힘겹게 하는 것은 그들의 삶이다. 


흔들렸던 백진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시용 기자인 연화의 사진 한 장이었다. 보도국장의 프락치라고 생각했지만, 연화가 아니었다. '아르곤' 내부에 보도국장의 프락치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했던 시용 기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그래서 그가 제안한 '미드타운 인허가 미스터리' 기획안은 신뢰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전사적으로 '아르곤'과 백진을 압박한 것은 후속 보도에 담길 수밖에 없는 연화의 기획안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미드타운 붕괴의 핵심은 그 시작부터 비정상적으로 일처리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한 사람의 문제만이 아니라 조직적으로 개입한 은행, 국토부, 해당 시청 등 수많은 조직들이 오직 하나의 목적으로 비리를 저지른 엄청난 사건이었다. 


그 실마리를 시용기자가 찾아왔다. 물론 그 사진 하나로 끝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모두가 포기하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사건의 본질을 바라본 연화로 인해 백진과 '아르곤' 팀은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진실 보도보다 자사의 이기주의를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한 현재의 언론. 그 부패한 적폐들 속에서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인 본연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아르곤' 팀은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자신의 생일을 알리기 위해 중요한 표시를 했지만 백진은 눈치채지 못한다. 딸 서우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정한 날짜가 결혼기념일이었다는 사실도 몰랐다. 어린 딸은 아빠가 결혼기념일을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백진을 좋아하는 수민은 자신의 생일을 함께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한 백진은 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서툰 존재일 뿐이었다.  


언론의 가치와 의무는 새삼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명박근혜 시대를 버텨내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망가졌는지 우리 스스로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언론 적폐를 청산하고 바로잡는 길이 곧 무너진 대한민국을 바로잡는 시작이라는 사실을 대다수 국민들은 알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했다. 그렇게 촛불의 광장은 거대한 시민의 힘으로 부패한 권력을 붕괴시켰다. 그리고 언론 적폐를 바로잡고 싶어 파업을 시작한 절대 다수의 언론인들을 향해 응원을 보내고 있다. 여전히 박근혜를 비호하는 집단은 언론 적폐 역시 옹호하고 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적폐 청산을 막기 위해 국회 보이콧까지 한 자유한국당은 그 자체가 적폐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박정희 독재 시대에 갇혀 있는 한심한 정치 집단들은 그렇게 국민과 괴리된 채 자멸해가고 있다. 언론 적폐 청산은 이런 독재와 친일 세력들과의 이별이라는 점에서도 언론 정상화는 시급한 일이다. 그리고 <아르곤>은 '세월호 참사'를 빗댄 사건을 통해 그 모든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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