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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그냥 사랑하는 사이 1회-이준호 원진아 남겨진 자들의 슬픔 강렬했던 첫 회

by 자이미 2017.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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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처음 시도하는 월화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가 첫 방송되었다. 묵직한 주제를 담담하지만 그래서 아픈 남겨진 자들을 담고 있다. 삼풍 백화점 붕괴 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그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이 드라마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남겨진 자들의 슬픔;

같은 사고 서로 다르게 풀어내는 슬픔의 무게들, 다시 그 자리에 모였다



낡은 여관 달방을 전전하는 이강두(이준호)는 하루살이 같은 삶을 산다. 일용직을 전전하는 그가 하루하루를 버티는 힘은 약이다. 약을 먹지 않으면 과거 사고를 떨쳐내지 못한다. 그렇게 번 돈으로 여동생에게 보내지만, 그에게 삶은 그 자체가 고통의 연속일 뿐이다. 


오래된 목욕탕이 딸린 집에서 사는 하문수(원진아)는 건축 모델러일도 겸하고 있다. 목욕탕 청소부터 모든 관리와 운영을 하는 문수는 술에 쩔어 사는 어머니 윤옥(윤유선)을 챙기는 것도 큰 일이다. 미용실을 운영하지만 윤옥의 일과는 술을 마시는 것이 전부다. 


두 사람은 과거 붕괴 사고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다. 공교롭게도 같은 장소에서 겨우 살아남은 그들은 가장 소중한 가족을 잃었다. 그 기억은 그들의 삶을 완전히 망쳐버렸다. 일반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된 그들에게 주어진 일상은 고통과 맞서 싸우는 일의 연속일 뿐이다. 


사고 직전까지 유망한 축구 선수였던 강두는 공사 현장에서 일을 하던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수는 동생 연수를 따라 그곳에 갔다. 아역배우로 주목을 받고 있는 연수에 대한 어머니의 끔찍한 사랑과 그에 반하는 시기와 질투 사이 미묘한 감정이 자매를 감싸고 있었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동생을 돌봐야 한다며 억지로 어머니에 이끌려 촬영 현장에 갔다. 남자 친구를 만나기로 했던 날 문수는 연수가 건넨 휴대폰이 탈출구가 되었다. 그렇게 동생 촬영이 있던 쇼핑몰에서 만나기 위해 연수와 떨어진 순간 사고는 발생했다. 


홀로 남겨진 연수는 언니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건물이 붕괴되고 검은 흙먼지가 어린 연수를 뒤덮는 순간까지도 언니를 좋아하는 연수는 문수를 바라보며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 기억은 문수를 지배하고 있다. 그렇게 겨우 살아남은 문수는 어머니의 타박을 들어야 했다. 왜 함께 있지 않았느냐는 그 타박은 문수를 더욱 힘겹게 한다. 


'스페이스 S 몰' 붕괴 사고로 무너진 가족들은 너무 많다. 그 사고로 인해 48명이나 사망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사람들은 잊었다. 그리고 잊으려 노력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말이다. 하지만 남겨진 이들은 결코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그날의 기억은 현재의 그들을 잠식하고 있을 뿐이었다.  


항상 그날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두 남녀는 우연이지만 필연적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사고 당일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강두와 문수는 그날 한 장소에 있었다. 아이스크림 가게 안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아버지를 기다리던 강두과 아이스크림 가게 앞 유리에 자신을 비추고 있던 문수는 그렇게 겨우 목숨을 구했다. 


막노동을 하고 룸싸롱 주인의 일을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도 한다. 돈이 되면 뭐든 하는 강두는 그렇게 자신을 방치한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에게 삶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버티는 삶을 살던 강두는 운명처럼 문수를 만났다. 


부둣가 현장 소장 일당과 싸우다 비 오는 날 골목길에 피투성이가 되어 버려진 강두. 그렇게 버려진 강두를 외면하지 않고 아버지 집으로 옮긴 문수. 그렇게 그들의 운명은 시작되었다. 건물 붕괴 사고 속에서 문수가 버텨내는 힘은 가장 장넌한 건물을 짓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전부다. 모델러로 살아가는 것 역시 그 이유 때문이다. 


문수의 지적을 본 서주원(이기우)은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정확한 지적을 한 그녀에게 일을 맡기고 싶었다. 주원은 성공한 건축사무소 소장이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주원이지만 그 역시 그날의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가해자이자 피해자 가족이다. 


문제의 건축 설계자가 바로 주원의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잘못으로 건물이 붕괴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사고 원인은 사업주인 청유건설의 잘못임을 밝히고 싶다. 정유진(강한나)과 서주원은 CC였다. 잘나가는 건출 설계사 아들과 건설회사 회장 딸은 그렇게 평생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사고 후 이들의 운명 역시 무너졌다. 주원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유진 아버지의 곁으로 갔고, 그렇게 그들의 운명은 지독하게 어긋날 수밖에 없었다. 


'바이오타운' 건설 사업은 엄청난 기회의 장이기도 하다. 그곳으로 마치 운명처럼 이들은 모여들기 시작했다. 모델러인 문수는 주원의 제안으로 '바이오타운' 모델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되었다. 강두는 룸 마담인 마리(윤세아)의 제안을 뿌리치고 공사 현장에 취직했다. 하지만 그곳이 문제의 쇼핑몰 장소였는지 미처 몰랐다. 


사고를 기린다는 기념비를 부수는 강두. 사람들은 이제는 잊으라고 한다. 잊으면 그만이라고 애써 기념비까지 만들며 모두 잊자고 한다. 하지만 강두는 잊을 수 없다. 어떻게 그날을 그렇게 쉽게 잊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 기념비를 부수는 강두는 여전히 과거의 기억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매일 술에 쩔어 살며 동네 아줌마들과 싸우는 문수 엄마 윤옥은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고 한다. 살다 보면 가끔씩 그날을 잊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결코 잊지 않기 위해 스스로 망가짐을 선택했다. 잘 살아도 망가져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피할 수 없는 운명. 그 운명을 버텨내는 힘은 스스로 무너져 먼저 떠나보낸 딸을 위로하는 것이 전부였다. 


남겨진 이들은 아프다. 먼저 떠나보낸 소중한 가족은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존재들이다. 아무리 시간이 흐른다고 잊혀질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보상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고, 모든 상처를 품은 채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남겨진 이들은 사는 것이 고통일 뿐이다. 이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는 그래서 아프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 첫 회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등장인물들을 능숙하게 풀어냈고, 주제 역시 명확했다. 캐릭터들 간의 호흡과 이야기 연결이 자연스럽다는 점에서 명작의 기운도 그대로 전해진다. 우린 참혹한 참사들을 함께 경험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사랑은 대단한 무언가가 아니다. 그리고 조건이 존재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외모가 집안이, 능력이 좋아서 사랑하는 것은 그 대상이 다른 것일 뿐이다. 상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대를 지배하고 있는 외피를 사랑하는 것일 뿐이니 말이다. 그래서 '그냥'이라는 단어는 진정한 사랑의 가치가 무엇인지 명료하게 보여주고 있다. 사랑은 그냥 하는 것이니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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