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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마더 최종회-진짜 가족이 된 이보영과 허율, 우리 시대 엄마를 이야기하다

by 자이미 2018.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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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이 사망하고 윤복이는 혜나가 되어 이별을 해야만 했다. 집행유예 기간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신세인 수진은 나름 잊어보려 해도 잊혀지지 않았다. 그 깊은 그리움은 어린 혜나에게 더욱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 언젠가는 엄마 수진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지만 2년이 지나며 그 기대도 힘겨워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진짜 가족이 된 수진과 윤복;
세상의 수많은 엄마들, 아이가 태어나는 것처럼 엄마도 태어나는 것 같아요


영신 곁에 잠들어 있는 윤복이를 본 것은 아침이었다. 꽃들이 바닥에 흩어져 있다. 창에는 햇살을 가득 품고 방안을 엿보고 있다. 침대에는 평온하게 누워 있는 엄마 영신과 딸 윤복이 있다. 언뜻 보면 보면 너무 평온한 모습이지만 수진은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 엄마가 세상과 작별을 했다는 것을 말이다. 


잠에서 깬 윤복이는 자신이 왜 다시 엄마 방에 있는지 의아했다. 그렇게 할머니 방으로 간 윤복은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게 되었다. 과거 할머니가 하늘 나라로 갔듯, 이번에도 할머니는 그렇게 하늘로 갔음을 알게 되었다. 영원히 잠든 할머니를 바라보며 윤복이는 목걸이를 다시 돌려주었다. 

"할머니 고마웠어요. 행운을 돌려드릴께요. 할머니가 준 행운 때문에 나 여기까지 무사히 왔어요. 이젠 할머니한테 행운이 더 필요할 거 같아요. 안녕 할머니"

이별을 해야만 하는 윤복이에게 영신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물려 받았던 목걸이를 해주었다. 자신에게 행운을 주었던 이 목걸이가 어린 윤복이에게도 행운으로 이어지길 바라는 영신의 바람이었다. 그런 할머니의 마지막 길에 자신이 받은 행운을 다시 돌려주며 영신을 위로하는 윤복이의 마음은 그래서 너무 아팠다. 

치매로 기억을 잃은 글라라 선생님을 윤복이와 함께 찾은 수진. 아무도 몰라보지만 끝말잇기로 이내 친해진 이들. 상대를 알아보지는 못하지만 그 존재 자체가 소중한 존재였던 글라라 선생님. 끝말잇기를 하다 "안녕"이라는 말을 이어가며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는 그녀의 마음은 기억과 상관없이 수진에게 전해졌다. 

"안녕 할머니. 안녕 글라라 선생님. 잠깐 내 가족이었던 사람들 안녕히 계세요. 안녕 엄마.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고 고마운 우리 엄마. 그리고 윤복이. 윤복이도 안녕" 

아동 보호소로 돌아가는 길에 윤복이가 모두에게 작별을 하는 장면은 아프게 다가왔다. 진짜 엄마가 된 수진과 이별을 할 수밖에 없음을 직감한 어린 아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모습이었다. 담당하게 감정을 다스리며 자신에게 행복한 가족을 알려준 모든 이들과 작별을 하며, 자신이 그동안 써왔던 노트를 엄마 수진에게 건네준 아이. 

힘겨워하는 엄마을 안고 등을 토닥여주는 어린 윤복이는 누구보다 마음이 깊고 큰 아이였다. 이별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칭얼대지 않고 윤복이는 힘들 엄마를 대신해 환하게 웃으며 "사랑해요"라는 말을 남기고 보호소 안으로 들어서는 아이. 그런 아이를 오랜 시간 동안 바라보며 서럽게 울 수밖에 없는 수진은 이제 진짜 엄마가 되었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진은 엄마의 유언이 되어버린 말들을 실천하고 살아간다. 많은 이들에게 음식을 나누며 살면 좋겠다는 말을 실천하듯 수진이 어린 시절 살았던 '정애원'을 운영하고 있다. 영원한 매니저였던 재범은 일식집을 운영하고, 현진은 프리랜서가 되어 책까지 낸 작가가 되었다. 2년이 흘러 조심스럽게 재범을 아빠로 인정하는 현진. 그렇게 그들은 성장해갔다. 

철새를 좋아하는 수진은 아이들에게 철새를 이야기해주며 살아간다. 그런 수진에게 뜻밖의 이메일이 왔다. 선배인 은철이 아이슬란드로 올 수 있는 가능성을 언급했다. 철새를 좋아하는 수진은 꿈에 그리던 아이슬란드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그 순간 수진은 윤복이가 보고 싶었다. 

단 한 번이라도 보고 싶었던 혜나를 보며 수진은 더욱 아플 수밖에 없었다. 활기찼던 그 아이는 사라지고 풀 죽은 아이가 되어버린 혜나는 입양을 앞두고 있다. 그룹 홈을 이끄는 엄마는 그런 혜나가 걱정이라고 했다. 어린 아이 답게 말썽도 부리고 장난도 치고 그래야 하는데 혜나는 너무 어른답다고 했다. 

아이들 손톱까지 깎아주는 혜나를 위해서 그룹 홈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좋은 가족에게 보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수진도 이를 막을 수는 없다. 자신이 혜나를 데려오고 싶지만, 그렇기 위해서는 많은 저항과 마주쳐야 한다. 그리고 싸워서 이겨야 한다. 


그룹 홈 엄마는 수진이 찾아오는 것이 불안했다. 거식증 증세까지 보이는 혜나가 좋은 가정에 빨리 입양되어 정말 행복해지기 바라는 마음. 그런 분위기를 누구 보다 잘 알고 있는 혜나는 영원한 이별을 직감하고 비밀 상자에 엄마와 관련된 모든 것을 담아 나무 밑에 묻었다. 그리움만 가지고 살아가던 혜나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엄마를 보기 위해 매일 가방을 싸던 것처럼 말이다.

혜나를 사랑하는 입양을 앞둔 엄마는 행복했다. 조금씩이라도 아이와 친해지고 싶어하는 그녀에게 혜나는 조용히 쪽지를 건넸다. 그 쪽지에는 "저를 데리고 가지 마세요. 저에겐 엄마가 있어요"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그룹 홈 엄마는 조용히 방안에 있는 혜나에게 다가가 어떤 엄마가 보고 싶냐고 물었다. 

강수진 엄마가 보고 싶다는 혜나.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이. 그 아이가 처음으로 품에 안겨 서럽게 운다. 납치범이었던 수진이 입양을 한다는 말에 분노했지만, 혜나가 정말 원하는 엄마가 누구인지 확인한 후 그녀의 선택은 수진이었다.


수진과 2박 3일 동안 지낼 수 있도록 해준 그룹 홈 엄마에게 뛰어가 안기며 혜나는 처음으로 엄마라고 불렀다. 그런 혜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그녀는 수진이 진짜 엄마라고 확신했다. 이진 아이들과 행복하게 뛰노는 혜나. 그렇게 가족 모두 모여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혜나는 이진에게 자신도 요리사가 되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난 벌써 되고 싶은 게 된 거 같아요. 윤복이요. 돈가스 오므라이스 이런 거 날마다 먹는 아이. 가족들과 같이" 

좋아하는 사람을 닮고 싶어하는 혜나는 손가락 할머니와 있으며 이발사가 되고 싶었고, 엄마를 보면서 새를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혜나가 원하는 소망은 이미 이뤄졌다고 했다. 혜나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바로 윤복이었다. 윤복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연결된 가족. 그 가족들과 평범한 일상을 함께 나누고 싶은 혜나는 그렇게 윤복이로 다시 돌아왔다. 

혜나를 윤복이로 맞이하기 위해 모두가 나섰다. 수진 가족과 그룹 홈 엄마, 그리고 주변 모두가 혜나가 윤복이 될 수 있기를 바랐고, 도왔다. 피로 연결되지 않았지만 가족이란 무엇인지 보여준 그들의 노력은 결국 수진과 윤복이가 진짜 가족이 될 수 있게 해주었다. 아이가 태어나는 것처럼 엄마가 태어나는 것 같다는 수진의 말처럼 말이다. 


함께 도망치기 전 바다에서 철새를 바라보던 수진이와 윤복이는 다시 그곳에서 이제 진짜 가족이 되어 함께 했다. 윤복이는 과거의 혜나에게 행복해지기를 바랐다. 그리고 혜나 엄마도 행복해지라고 했다. 자신도 행복하니 말이다. 깊고 아픈 상처를 가지고 살았던 수진과 윤복이는 그렇게 행복한 모녀가 되었다. 

가족은 오직 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핏줄을 강조하지만 가족이라는 가치는 단순히 그 혈연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가정 폭력이 사회적 문제로 커진 상황에서 <마더>는 우리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엄마와 아이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하게 해주었다. 

원작도 좋았지만 보다 극적 재미와 완성도를 높인 정서경 작가의 각본의 힘은 놀랍도록 컸다. 김철규 감독의 감성적인 영상과 이보영, 허율, 이혜영, 남기애, 이재윤, 고성희, 손석구, 고한철, 전혜진, 고보결, 이정렬, 최윤소 등 역할의 크고 작음을 떠나 출연한 모든 배우들에게 연기 구멍이란 존재하지 않았다는 점이 반갑고 고맙다. 


<마더>는 1회 칸 국제시리즈 페스티벌 경쟁 부문에 초대되었다. 9개국 10개의 작품이 경쟁을 벌이는 이 자리에 아시아 국가에서는 유일하게 <마더>가 초청된 것은 <아가씨>로 알려진 정서경 작가의 힘이 크게 작용했을 듯하다. 관심을 이끈 것은 정 작가이지만 작품의 완성도가 뛰어나 그 자리에 갈 수 있었다는 점에서 리메이크 작품의 새로운 기준도 세웠다.

드라마를 보면서 너무 울어 힘겨웠을 듯하다. 울지 않고 <마더>를 볼 수 없었다는 점에서 힘든 드라마이지만, 그 눈물이 주는 정화. 그 힐링의 힘은 보다 단단하게 시청자들을 붙잡았을 듯하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드라마 <마더>는 담담하지만 매력적으로 담아주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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