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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선을 넘는 녀석들-아는 만큼 보이는 세계 여행 경계에 서있다

by 자이미 2018.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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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새로운 금요일 심야 예능을 선보였다. 처음부터 16부작으로 준비된 <선을 넘는 녀석들>은 최근의 유행을 충실하게 잘 따르는 예능이었다. 해외 여행에 그곳의 역사를 알아보는 과정을 더했다는 것이 변별성이다. 여기에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두 나라를 비교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교육의 측면이 강조된 예능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교육 여행 버라이어티;

변수가 되어버린 김구라의 역할과 존재감, 어수선하고 명료해 보이지 않는 여행기



각 분야에서 선을 넘은 사람들을 진행자로 시작된 <선을 넘는 녀석들>의 첫 여행지는 멕시코였다. 김구라, 설민석, 이시영 조합은 색다르기는 하다. 하지만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다는 점은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예능이지만 이에 맞는 재미를 줄 수 있는 인물도 없다는 것도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세 명이 중심이 되고 여행지에 따라 게스트가 추가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멕시코 편에는 타일러와 유병재가 추가되었다. 미국인 타일러는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능력자이기도 하다. 시사 프로그램에도 출연하는 등 전문가로서 다양성을 보이고 있는 그는 스페인어에도 능통하다는 점에서 멕시코 여행에는 적합한 인물이었다. 


유병재의 가세는 예능이라는 재미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그나마 다행이다. 사전 조사를 해본 결과겠지만 독특한 멕시코 레슬링인 루차 리브레를 좋아해 다양한 가면을 모으고 있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다른 나라의 레슬링과 다른 멕시코 특유의 문화라는 점에서 유병재가 어떤 식으로 보여줄지 기대된다. 


제작진이 의식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김구라와 설민석은 동갑이고, 이시영은 띠동갑이라 모두 '개띠'라는 점이 그나마 색다르게 다가왔다. 역사에 일가견이 있는 스타 강사인 설민석이 예능에 출연하는 것은 의외로 다가오지 않는다. 이미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그 존재감을 알렸으니 말이다. 


<선을 넘는 녀석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가깝고도 먼 두 나라의 역사, 문화, 예술 그리고 글로벌 핫 이슈'를 다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세 명의 출연자는 이곳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면 될 듯하다. 김구라가 예능 프로그램과 시사 프로그램에 동시에 출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작진의 기대치는 높은 듯하다. 


역사에 대해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설민석은 당연해 보인다. 이시영을 딱히 예술에 맞추기는 어렵지만, 학구심이 강한 성격으로 뭘 해도 좋아 보이게 하는 매력이 있다는 점에서 좋아 보인다. 문제는 결국 김구라다. 진행자로서 모습과 예능인으로서 위상 사이에서 모호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적인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김구라의 모습은 호불호를 나뉘게 한다. 그의 태도 문제는 언제나 논란이 되어왔다. 이런 저런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모습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첫 방송에서 드러났듯, 여전히 그 많은 지적 사항들이 고착화되어버린 듯한 모습은 아쉽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설정에 맞게 사전 공부를 하고 가서 시청자들에게 설명을 하는 형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많은 것들을 알려주는 방식 자체가 문제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존 이미지에 대한 고려는 제작진과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차이가 좀 있었던 듯하다. 


계륵과 같은 존재로 전락할 수도 있는 김구라의 역할은 그래서 더 중요하게 되었다. 설민석은 자신의 전공을 적극적으로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시영은 언제나 그렇듯 샘솟는 호기심과 노력하는 모습으로 다가왔다. 미국과 멕시코에 대해 다양성을 알려줄 수 있는 테일러가 출발부터 합류했지만 첫 방송에서 활용도는 제로에 가까웠다. 


자신들이 익혀온 지식을 말하기 바쁜 이들 속에서 테일러 활용법에 고민하는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생각이 들게 했다는 점도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테일러를 섭외한 것은 미국과 멕시코라는 가깝고도 먼 나라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부실한 예능적 요소를 강화하기 위해 유병재를 선택했다. 뒤늦게 합류해 그의 역할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그나마 기대를 하게 할 수는 있었다. 현지에서 그곳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멕시코와 대한민국의 유사성을 언급하는 장면도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었다. 


다양한 역사적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는 과정은 조금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침략국과 피지배국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역사는 그런 분류에 따라 공통점을 공유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열심히 비교를 하는 것은 학습 강화라는 측면에서는 흥미로웠다. 


첫 방송에 많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멕시코라는 곳에 대한 이해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그리고 여행 버라이어티의 재미를 어떻게 전달하지. 여기에 지식 여행이라는 변별성을 얼마나 시청자들에게 공감대로 이어지게 만들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연하지는 않다.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다른 예능과 얼마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아직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점점 늘어가는 해외 여행 예능에서 음식보다는 역사, 문화, 예술, 사회적 이슈까지 담겠다는 점은 큰 변별성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그램 자체가 미묘한 경계 위에 서 있으니 말이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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