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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binet 묵은 기억들

세이프 오브 워터-기예르모 감독이 던진 사랑의 모양? 그건 물과 같다

by 자이미 2018.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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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르모 감독이 보인 전설과 신화와 같은 사랑이야기가 흥미롭다.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영화를 보신 분들이라면 충분히 느꼈을 듯하다. 60년대 심각했던 냉전 시대 언어 장애인 여성을 통해 사랑의 가치와 의미를 되묻고 있는 <세이프 오브 워터>는 무척이나 사랑스럽다.(이하 스포일러 포함)


기예르모가 던진 사랑의 모양;
냉전 시대 절대적 약자인 엘리사가 찾은 진정한 사랑 아름답다


영화는 단순하다. 그리고 국내 드라마에서도 언급되었던 인어와 인간의 사랑이라는 점에서 낯설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그동안 기예르모르를 특징 하던 영화적 색채보다는 보다 부드러워졌다는 느낌도 드는 영화였다. 하지만 익숙하면서도 낯설 질감처럼 다가온 그의 영화는 아름다웠다. 


언어 장애인인 엘리사(샐리 호킨스)는 미 항공우주연구센터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여성이 60년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엘리사에게는 좋은 친구가 있다. 옆 집에서 사는 게이 미술가 자일스(리차드 젠킨스)와 함께 청소 일을 하는 흑인 젤다(옥타비아 스펜서)가 있어 엘리사는 행복하다. 

엘리사의 일상은 언제나 동일하다. 아침에 벨 소리에 깨서 일어나 달걀을 삶으며 샤워와 함께 자위를 한다. 그리고 회사에 출근해 청소를 하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남는 시간 동안 옆 집의 미술가 자일스와 함께 한다. 광고 그림을 그리는 그는 파이 가게 주인을 좋아한다. 

항상 엘리사와 그 집에 가 맛없는 파이를 사는 것이 그의 유일한 낙이다. 완벽한 그림을 그리지만 이제 그림보다는 사진이 더 특별하게 여겨지는 시대다. 그만큼 그가 설 자리는 좁아졌다는 의미다. 게이인 자일스는 회사에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술이 문제였다. 그렇게 쫓겨난 뒤 술도 끊고 열심히 그림을 그리지만 그게 쉽지 않다. 

극장 위 낡은 집에서 사는 엘리사. 항상 똑같이 반복되던 삶에 변화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청소 일을 하던 연구 센터에 괴생명체가 물 속에 갇힌 채 들어왔다. 엘리사에게는 신기한 경험이기도 했고, 마법처럼 끌리는 존재이기도 했다. 아마존 지역에서 신이라고 불리던 이 괴생명체는 연구 목적으로 잡혀왔다. 

연구 센터의 실질적인 지배자이기도 한 스트릭랜드(마이클 섀넌)는 잔인하게 괴생명체를 괴롭혔다. 그렇게 괴롭히다 손가락이 잘린 스트릭랜드. 그리고 그런 괴생명체를 특별하게 바라보는 닥터 홉스테틀러/드미트리(마이클 스털버그)는 엘리사와 괴생명체가 어울리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엘리사가 가져온 달걀을 먹으며 서로 소통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홉스테틀러는 특별한 감정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소련의 스파이이기도 한 과학자인 그는 괴생명체에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단순한 괴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언어를 구사하지는 못하지만 서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 만으로도 특별하기 때문이다. 

괴생명체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 엘리사는 구출 작전을 준비한다. 파이 가게 주인의 인종 차별과 게이인 자신을 경멸하는 파이 집 사장에 상처를 입은 자일스는 엘리사의 제안에 함께 하게 된다. 소련도 미국에도 불만이 쌓였던 홉스테틀러는 엘리사의 괴생명체 구출 작전에 동조하게 된다. 


모든 이야기는 연구 센터에 갇혀 있던 괴생명체가 엘리사에 의해 구출되면서 시작되었다. 군사적으로 이용하려는 국방부와 미국에 도움이 되는 것은 절대 방치할 수 없다며 죽이라고 지시하는 소련. 이 갈등 속에서 핵심인 괴생명체가 사라지며 이를 찾기 위한 스틀릭랜드의 추적은 시작된다. 

엘리사에게 가장 편안한 공간은 욕조다. 그 욕조에 물을 받아 놓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엘리사는 물 속에 사는 괴생명체를 자신의 가장 소중한 공간을 내주었다. 그렇게 그들의 동거는 시작되었다. 용감한 엘리사는 자신과 전혀 다른 괴생명체와 사랑에 빠졌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외모나 배경이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란 사실을 엘리사는 잘 알고 있었다. 파이 가게 사장의 편견에 휩싸인 과도한 감정과는 완전히 다르다. 비록 언어 장애인으로 사회적 편견을 받아야 했던 엘리사. 그런 그녀가 겨우 할 수 있는 것은 아침 욕조에서 짧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그와 함께 있으면 엘리사는 처음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갖기도 하는 등 그 사랑이라는 가치는 그래서 더 크고 가치 있게 다가왔다. 

<세이프 오브 워터>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는 엘리사의 욕실을 막고 물을 틀어 거대한 욕조를 만들어 괴생명체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었다. 아래층이 극장인 그곳에서 넘치는 물은 그렇지 않아도 적은 관객들을 몰아내 버렸다. 괴생명체와 사랑에 빠진 엘리사를 목격한 후 그들을 응원하는 자일스의 모습은 감독이 바라는 시각일 듯하다. 


영화는 단순하다. 사랑이라는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어떤 식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를 수도 있음을 잘 보여준 영화였다. 사랑의 모양이라는 부제가 이야기를 하듯, 사랑은 그 어떤 모양도 무의미하다. 삼각형도, 사각형도 아니다. 사랑의 모양은 엘리사와 괴생명체가 좋아하는 물과 같다. 

어떤 식으로든 변할 수 있는 하지만 언제나 본질이 변하지 않는 물과 같은 것이 바로 사랑의 모양이라고 감독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엉뚱한 상상력으로 시작된 기예르모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흥미롭게 유쾌하게 다가온다. 사랑. 수없이 많고 다양한 색깔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흥미롭게 이야기하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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