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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백일의 낭군님-도경수 남지현의 조선 로맨틱 코미디 진수를 보이다

by 자이미 2018. 9.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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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재미있다. 대단한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상황극을 통해 재미를 선사한다는 점에서 <백일의 낭군님>은 충분히 가치를 다하고 있다. 가상의 시대에 왕세자가 사라졌다. 기억을 잃은 채 혼례를 치러야 하는 상황과 이후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다. 


원득이가 된 이율;

원득이와 홍매의 멍석말이 사랑 결혼부터 하고 썸은 이제 부터다



까칠하기만 하던 왕세자가 습격을 받았다. 왕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었던 율은 아버지의 욕망과 김차언의 탐욕이 하나가 되어 역모를 꾀하고 성공했다. 그렇게 아버지는 왕이 되고 율이는 자연스럽게 왕세자가 되었다. 김차언의 여식은 율의 부인이 된 상황에서 결과는 하나로 흐르고 있었다. 


김차언이 율의 아버지를 왕으로 만든 것은 자신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함이었다. 자신이 왕이 되고 싶어도 왕족이 아니라 불가능한 상황. 자신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왕족을 왕으로 옹립한 후 자신의 딸을 세자빈으로 삼아 이후 권력을 잡겠다는 원대한 포부였다. 


문제는 왕세자였다. 좀처럼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그를 제거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세자빈과 손도 잡지 않은 왕세자. 이를 통해 후손을 보고 손자를 왕으로 옹립해 대리청정을 하고 싶은 김차언에게 왕세자는 제거해야만 하는 존재일 뿐이다. 


습격을 받은 왕세자는 호위무사인 동주의 지략으로 옷을 갈아입고 겨우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머리를 다친 왕세자는 기억상실이 되고 말았다. 우연처럼 홍심의 양부인 연 씨에게 발견된 왕세자는 가상의 존재였던 원득이가 되어 홍심의 남편이 되어야 하는 운명이 되고 말았다. 


왕세자의 명으로 무조건 혼례를 치러야만 하는 상황. 그렇지 않으면 홍심은 나이 든 늙은이의 다섯 번째 첩으로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첩이 되느니 죽는 것을 선택하고 싶은 심정인 홍심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였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원득이의 등장으로 위기 탈출은 가능한 듯했다. 


지독한 가뭄이 강요한 강제 혼례는 왕세자를 원득이로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왕세자로 인해 곤장까지 맞아야 했던 홍심은 마치 운명처럼 왕세자를 남편으로 만나는 아이러니가 되었다. 물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제는 원수가 되어버렸지만 어린 율이 한 눈에 반해 혼례를 치르고 싶다고 한 이가 바로 홍심이로 살고 있는 이서다.


서로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두 사람. 그들이 운명처럼 진짜 부부가 되었다. 실제로 존재할 수 없는 상황이 현실이 되었다. 왕세자의 신분으로 역적으로 몰린 몰락한 양반의 여식을 처로 맞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왕세자가 아닌 원득이가 되면 달라진다.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 저편에 남겨진 서로에 대한 감정은 낙인처럼 찍혀 있다. 그걸 미처 끄집어 내고 확인해보지 못한 것일 뿐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혼래를 치르고 부부의 연을 맺은 원득이와 홍심이는 첫날 밤을 치르게 되는 운명이 되었다. 혼례를 치르는 것도 힘들었지만, 첫날 밤도 정상은 아니었다. 


오히려 몸을 빼는 원득이와 이왕 이렇게 된 거 부부의 연을 맺겠다는 홍심이의 모습은 완전히 뒤바뀐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심이 양부인 연 씨는 은밀하게 뭔가를 묻고 있었다. 그건 원득이가 입고 있었던 피 묻은 옷이었다. 언뜻 봐도 신분이 높은 존재임을 알 수 있게 하는 그 옷을 파 묻으며 절대 기어이 되살아나서는 안 된다는 모습은 홍심에 대한 사랑이었다. 


마치 <선녀와 나무꾼>을 보는 듯한 장면을 연출한 연 씨는 그렇게 홍심을 최선을 다해 키웠다. 쫓기던 양반집 규수였던 이서를 구하고 남몰래 키워낸 여 씨는 그렇게 양반으로 추정되는 기억 상실한 원득이를 남편 감으로 삼아주었다. 운명처럼 다가온 두 사람은 연 씨에게는 제비가 물어다 준 호박씨와 다름 없어 보인다. 온갖 패러디와 클리셰들을 심고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형식을 보면 더욱 그렇다. 


미처 몰랐지만 자연스럽게 원득이와 홍심이 내뱉는 "칠푼이 팔푼이"는 과거의 기억을 소환하는 중요한 기재가 될 수밖에 없다. 존재하지 않은 원득이를 만들어낸 여 씨는 그의 집을 찾아가겠다는 홍심이를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짜아낸 구상은 산적을 만들어 그들을 막는 것이 전부였다. 


멍석에 말린 채 깨어난 원득이와 홍심이는 몸이 딱 붙었다. 옴짝달짝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몸을 굴려 나가자는 홍심이에게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원득이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느껴봤던 그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된 원득이.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한없이 억울해 보이는 표정. 기억은 잃었지만 왕세자의 몸짓은 몸으로 기억한다. 천민의 신분으로 왕세자의 행동을 하는 원득이의 모습은 그 자체 만으로도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이율의 몸짓과 원득이의 표정으로 살아가는 인물을 도경수는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도경수가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는 분위기라는 점에서 <백일의 낭군님>에서 도경수라는 존재는 특별할 수밖에 없다. 한없이 억울해 보이는 표정 연기와 기억과 몸짓의 차이를 절묘하게 풀어내는 도경수의 연기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남지현의 농익은 연기 역시 강력한 호흡으로 드라마를 더욱 흥미롭고 밀도 깊게 만들고 있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다양한 장르들이 <백일의 낭군님>에는 녹아들어 있다. 대단히 색다르거나 흥미로운 요소는 없다. 하지만 그 익숙함을 효과적으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만족스럽다. 정해균, 이준혁, 김기두, 이민지 등 농익은 연기를 하는 조연들의 힘 역시 이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고 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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