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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알쓸신잡3 6회-프라이브루크에서 마주한 슈톨퍼스타인과 악의 평범성

by 자이미 2018.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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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3개국으로 떠난 <알쓸신잡3>의 마지막 여정지인 독일 프라이브루크는 미래 도시의 가치보다 독일의 트라우마인 히틀러와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세계사 공부로 손색이 없는 독일 현대사 정리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잘못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과 유태인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역시 특별하게 다가왔다. 


악의 평범성이 주는 두려움;

미래 도시에서 돌아본 독일의 과거, 슈톨퍼스타인과 악의 평범성



한나 아렌트의 저서에 적힌 '악의 평범성'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든 유행어였다. 그녀의 통찰은 과거가 아닌 현재 우리에게도 정확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게 다가올 정도다. 프라이부르크가 추구하는 친환경 도시의 가치 역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보여주었다. 


평범하지 않은 꿈 이야기를 시작으로 프라이부르크 여행을 마친 그들은 호프 집에서 전통 독일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시작되었다. 슈바인스 학세로 대표된 독일 음식과 함께 시작된 독일 이야기는 여전히 매력적이었다. 수많은 인종들이 모여 사는 독일의 독특함은 김 작가의 아프가니스탄 레스토랑 이야기로 대변되기도 했다. 


여행 금지국인 아프가니스탄이라는 점에서 독일에서 전통 요리를 맛보는 김 작가의 독특하지만 현명한 여행 방식은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가는 도시마다 묘지를 찾아가보는 김 작가는 프라이부르크 묘지에 반해 자신이 가본 곳 중 최고라고 밝힐 정도였다. 


벌의 도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인 프라이부르크는 묘지에 벌통을 놔둘 정도였다. 공원처럼 꾸며진 그곳에는 묘지마다 작은 정원처럼 만들어진 그곳은 벌들로 인해 화려하고 예쁜 모습으로 잘 꾸려졌다. 자연박물관 3층이 모두 벌을 위한 공간으로 꾸밀 정도로 프라이부르크는 벌을 특별하게 생각했다. 


벌이 사라지면 지구는 멸망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실제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는 것과 유사하게 벌의 개체도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꽃을 만들어주는 벌의 멸종은 모든 종들이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더러운 라인강을 보면서도 시큰둥했던 독일인들이 산성비로 숲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 자연에 대한 급격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한다.


독일 녹색당은 산성비 쇼크 후 자연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그렇게 주목 받는 정당이 되었다. 프라이부르크는 녹색당 시장이 오랜 시간 근무하며 자연 친화적 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다. 흑림에 원자력 발전소를 짓겠다는 계획에 맞서 프라이부르크는 자체적으로 전기를 생산해 소비하겠다며 도전을 시작해 신재생 에너지 도시로 탈바꿈한 특별한 곳이다.


우리의 미래가 바로 프라이부르크에 있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태양열을 기본으로 자동차가 없는 도시를 실제 만들어가고 있는 이 도시의 실험은 결국 전 세계 도시가 지향하는 가치가 될 수밖에 없다. 한정적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 소비하기 위한 노력들은 우리에게 중요한 가치로 다가왔다. 


독일에 와서 독일의 현대사를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다. 나치당과 히틀러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은 유시민 작가의 쉬우면서도 명확한 강의로 이어지게 되었다. 히틀러에 의해 학살당한 유태인들을 잊지 않기 위해 도로 위에 새겨진 슈톨퍼스타인(걸림돌)로 만들어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독일의 모습은 참 대단했다. 


자신들이 잘못한 일을 잊지 않기 위해 지독할 정도로 공부하고 사과하는 민족. 다시는 동일한 잘못을 하지 않기 위한 노력들은 그래서 위대하다. 당장 일본과 비교해보면 독일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히틀러 나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일 제국주의자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전쟁할 수 있는 국가 만들기에 집착한다.


일본에 기생했던 친일파들을 숙청하지 못한 대한민국은 여전히 우리 사회 지도층으로 자리하고 있다. 너무 큰 차이를 보이는 독일과 일본, 그리고 한국의 현대사는 그래서 서글프게 다가올 뿐이다. '에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한나 아렌트의 책이 가지는 가치는 그래서 우리에게도 특별하다.


전범을 잡기 위한 이스라엘의 노력은 아르헨티나로 도망가 신분을 숨기고 살아가는 아이히만을 에루살렘 법정에 세운 후 벌어진 이야기를 담은 것이 바로 한나 아렌트의 '에루살렘의 아이히만'이었다. 평범한 노인의 모습으로 법정에 선 아이히만은 자신은 평범한 공무원이었을 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가스 열차를 만들어 약 600만 명을 학살한 주범인 아이히만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면서도 외면한 나치 공무원의 모습을 보며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무능력이 악이다'라는 '악의 평범성'이 정의 되었다.


자신이 오히려 더 큰 문제를 막았다고 강변하는 아이히만과 그와 유사한 자들은 과거 독일 나치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고위 공지작들의 변명과도 동일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탄핵과 함께 이어진 청문회에서 수없이 많은 자들은 '악의 평범성'을 언급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과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


아렌트의 이 기사는 독일인과 유대인 모두에게 공격을 받는 이유가 되었다. 히틀러와 몇몇에게만 죄인이 되어야 했지만, 당시 모두가 공범이라는 아렌트의 주장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논란의 대상이 되었고 비난을 받았지만 이제는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은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순종적인 사람들이 더 악할 수 있다는 실험 역시 '악의 평범성'을 증명하는 이유가 되었다. 인간에게는 악이 존재한다. 그 악을 외부에 표출하지 않도록 하는 행위가 바로 교육의 힘이다. 이를 통제하는 힘. 그런 힘을 길러내는 것이 인간이 해야 할 최선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아 '용기'라고 표현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서글프기도 하다.


미술학도가 되고 싶었던 히틀러는 빈 예술대학에 낙방하며 정치에 뛰어들었다. 연설을 잘했던 히틀러는 패전국인 독일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차 대전 패전국이었던 독일은 몰락 직전까지 몰렸다. 수백 조에 달하는 보상금을 지불해야 했고, 전쟁으로 엉망이 된 사회는 마르크 화의 폭락으로 인해 더욱 큰 위기에 처했다.


세계적 경제학자(당시는 공무원이었던)인 케인스의 충고를 받아들였다면 어쩌면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낳은 2차 세계대전은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뮌헨 맥주 홀에서 폭동을 일으킨 후 주목 받기 시작한 히틀러는 그렇게 악의 화신이 되었다. 


국민들에 의해 선택되었지만 이후 국가를 완전히 통제한 히틀러는 괴벨스의 대중 선동을 앞세워 악의 화신은 완성되고 전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도로 건설 등으로 경제 부흥을 앞세우고 독일 민족이 최고라는 우생학이 탄생했다. '유전병 후손 예방법'을 앞세워 정신병과 장애가 있는 이들을 학살하며 2차 세계대전은 시작되었다. 


패전국으로 전락한 채 경제적인 문제까지 심각했던 독일인들에게 우리는 위대하다 외치는 나치당의 히틀러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결국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을 만들어냈다. 증오와 혐오를 통치의 수단으로 사용한 히틀러의 행위는 단순히 그들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 현대사를 봐도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최은영 작가의 <쇼코의 미소>란 책에 '씬짜오, 씬짜오'란 단편이 있다. 독일에서 살던 한국과 베트남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이 소설은 우리의 아픈 현대사를 두 가족을 통해 잘 보여준다. 옆집에 살며 누구보다 친했던 가족. 주말만 되면 서로의 집을 오가며 함께 식사하는 것이 행복이었던 두 가족은 화자였던 나가 "한국은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어요"란 이야기를 꺼낸 후 모든 것은 해체되기 시작했다. 


세계사 시간에 배운 이야기를 한 것 뿐인 어린 소녀의 이 발언은 베트남 전에서 한국 군인이 저지른 만행에 대한 기억으로 확대되며, 가족처럼 친했던 두 가족을 완전히 붕괴시키고 말았다. 이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낸 최은영 작가의 글은 우리의 아픈 현대사를 다시 한 번 돌이켜 보게 한다. 우린 일본을 비난하지만 베트남에 대해 얼마나 반성하고 사죄하고 있는지 말이다. 


슈톨퍼스타인이 가진 독일인들의 진정성. 그리고 유대인이었단 한나 아렌트가 언급한 '악의 평범성'은 프라이브루크에서 새삼 돌아보게 한 독일의 모습이기도 했다. 보봉 하우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친환경 삶에 대한 실험도 흥미로웠던 여정은 수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탈원전을 표방한 대한민국에게 프라이브루크의 실험은 좋은 표본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 만이 아니라 급격한 온난화로 인해 심각한 수준에 달한 인류 전체에게 큰 교훈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인 도시였다. 유럽 3개국 여정은 그렇게 끝이 났지만 잡학박사들의 여정은 국내에서도 이어지게 되었다는 점은 반갑기만 하다. 유익하고 흥미로운 잡학박사들의 여행은 그렇게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란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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