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전문변호사들을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가 처음은 아닙니다. 그리고 법정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요소들을 '굿파트너'도 벗어나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클리셰들이 많기는 하지만 이를 어떤 변주로 풀어가느냐가 중요한데, 첫 회 나쁘지 않았습니다.
익숙하고 때로는 식상할 수 있는 소재와 전개에도 만족스럽게 다가온 것은 역시나 배우들의 매력 때문일 겁니다. 장나라와 남지현이 베테랑과 초보로 함께 대립하고 호흡하며 성장해 가는 과정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로스쿨을 졸업한 한유리(남지현)는 대한민국 3대 로펌 중 하나인 대정에 입사하게 됩니다. 기업 전문 변호사로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싶었던 그였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자신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이혼 부서에 배치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는 시작부터 거대한 성과를 올린 스타 변호사 차은경(장나라)의 스포트라이트로 이어졌습니다. 거액의 이혼 위자료를 받는 사건에 기자들이 주목한 것은 이혼 전문 변호사인 차은경이었습니다. 이혼 관련해 국내 최고라 불리는 은경은 타고난 이혼 전문 변호사였습니다.
최고가 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오직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갈아넣는 은경이라는 점은 강점이지만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좀처럼 후배 변호사들이 은경 밑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기 때문이죠. 이런 이혼 1팀에 대정 로펌 1위로 입사한 한유리가 배정되었습니다.
기업팀으로 갈 것이라 확신하고 출근한 첫날 그에게 배정된 곳은 이혼팀이었죠. 그리고 그런 자신 앞을 지나 출근하는 차은경 변호사와 그런 그를 향해 모두 머리를 조아리며 존경을 표하는 사무실 분위기는 압도적이었습니다.
은경의 후배이자 2팀 팀장인 정우진(김준한)은 이번에는 제발 내보내지 말고 잘 대해달라 간청할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첫 만남을 가진 은경과 유리는 초면이 아니었습니다. 유리가 로스쿨에 다니던 시절 은경이 특강을 왔었기 때문이죠.
당시에도 이혼 전문 변호사로서 은경과 유리는 근본적인 이질감이 존재했습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유리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당연히 유리는 은경과 함께 일을 할 것이란 상상도 하지 않았습니다.
기업팀에 가고 싶어하는 유리에게 은경은 10건 연속 승리하면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 제안합니다. 어차피 불가능하다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은경의 이 조건은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기간이자 이유로 작동하게 됩니다.
출근하자마자 사건 배당을 받은 유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유리에게 다가온 은경은 의뢰자가 등장하자마자 어떤 사건인지 바로 파악합니다. 바람둥이라며 합의를 이끌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유리에게는 신입의 패기가 존재했죠.
대선배의 조언보다는 초짜가 저지르기 쉬운 패기를 앞세워 의뢰자가 이혼을 원하지 않다는 점을 보며, 은경의 조언이 틀렸다 생각했습니다. 의부증에 걸린 아내로 인해 억울하게 오해받고 있다는 남자는 아들까지 대동하고 나왔습니다.
그런 의뢰인에게 유리는 "저만 믿으세요"라고 언급했습니다. 은경은 유리에게 조언을 하죠. 전문직이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자신을 믿으라는 것이라 지적합니다. 신이 아닌 이상 그런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재판부터 유리는 당황스러운 상황들과 마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내 측에서 선임한 변호사가 내민 카톡 내용은 누가 봐도 불륜을 의심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더욱 법정에서 나오자마자 분노한 가족들에게 험한 꼴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불륜남 아내의 어머니가 유리 멱살을 잡고 첩이냐고 따지는 상황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죠. 너무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화장실로 피한 유리는 그 안에서 불륜남 아내와 자매들이 나누는 대화에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화장실에서 유리가 들은 내용은 녹음이 되었고, 이는 의부증 증거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의뢰인과 불륜일 것이라는 주장은 누가봐도 의부증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문제가 되었던 카톡 내용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른 내용으로 풀어주는 의뢰인의 주장은 법정에서는 효과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초보 변호사이지만 유리는 제법 능숙하고 법정에서 대응해나갔습니다. 수천만 원의 금액이 아들에게 전달된 내용이 문제가 될 수 있었지만, 이혼할 수도 있는 부부라는 점에서 남겨질 아들이 자립할 수 있는 돈을 준 것이라는 유리의 대응도 능숙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유리는 승소했습니다. 이혼하고 싶었던 아내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더욱 이 과정에서 든 모든 비용마저 아내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서럽기만 할 정도였습니다. 이기고도 뭔가 찝찝하기만 했던 유리는 의뢰인에게 전화한 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불륜녀가 전화를 받아 의뢰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은 유리는 자신이 속았음을 알게 해주는 분명한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의뢰인의 바람은 결혼 후 무려 6번째였다고 합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반복적으로 이어진 바람은 결국 아내가 의부증처럼 보이도록 만들었습니다.
반복된 바람으로 민감해진 아내는 분노할 수밖에 없었고, 이런 분란은 결국 아들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매일 싸우기만 하는 부모를 보며 질려버린 아들은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을 뿐이었습니다.
결국 유리는 자신의 법지식으로 유책배우자를 구해준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승리 보수까지 받은 상황이지만 유리는 이 상황이 전혀 즐겁지 않았습니다. 정의로운 법률가가 되고 싶었던 유리는 첫 사건부터 죄를 지은 자의 편에 섰다는 사실에 사직서를 작성하러 회사를 찾았습니다.
사직서 첫 줄을 쓰다 선배인 전은호(표지훈)가 알려준 16층 '심신 안정실'을 찾다 봐서는 안 되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게 됩니다. 방 안 쪽에서 은밀한 관계를 가지려는 남녀를 목격하게 된 것이죠. 그저 사내 연애를 은밀하게 즐기는 것이라면 좋았을 텐데 그건 아니었습니다.
유리가 목격한 남자는 바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이혼 변호사인 은경의 남편인 김지상(지승현)이었습니다. 로펌 의료자문이기도 한 의사 지상은 은경의 비서인 최사라(한재이)와 은밀한 관계였습니다. 완벽해 보였던 은경의 집안이 사실은 전혀 달랐다는 사실은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완벽해야만 할 것 같았던 은경은 방송에서 밝힌 행복하고 다정한 완벽한 가정이 아니었습니다. 완벽해 보였던 은경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첫 회부터 등장했다는 것인 극의 긴장감을 극대화 한다는 점에서 반갑게 다가왔습니다.
그 약점을 다른 이도 아닌 초보 변호사인 유리가 알게 되었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이를 악용할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완벽해 보이던 선배도 완벽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이 드라마는 차은경과 한유리의 성장기를 다룰 수밖에 없습니다.
치명적 약점이 노출되면 이혼 전문 변호사는 위기를 맞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런 최악의 상황마저 이겨낸다면 진정한 대한민국 최고의 이혼 전문 변호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원하지 않던 이혼팀에 배정받아 첫 사건부터 혼란을 겪은 유리는 과연 이 상황을 어떻게 이겨내며 성장해 갈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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