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이혼 가능성은 자신이 아닌 주변 사람들이 더 먼저 알아보는 법이라고 합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인 차은경은 라디오 방송을 통해 이혼 과정에 대한 언급하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게 다가왔습니다. 타인의 이혼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은경의 코앞까지 찾아온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은경은 의사인 남편이 자신의 법인 자문을 하게 된 것이 행복했습니다. 은경은 남편이 로펌에서 함께 한다는 것이 반가웠습니다. 13년을 함께 살았지만 일에 치여 살아왔던 은경으로서는 회사에서라도 자주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이었으니 말이죠.
일에만 집착했던 은경에게 가족은 그저 자신을 지켜주는 존재 정도였는지도 모릅니다. 은경이 로펌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갈아 넣는 동안 남편은 딸을 키우며, 가정을 지켜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관계가 영원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지상이 고문을 맡게 되면서 은경의 집에서 로펌 사람들과 파티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누군가는 은경과 지상의 관계를 의심하는 이는 있었습니다. 후배인 우진은 두 사람의 관계가 일상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만 지상이 사라와 불륜 관계라는 사실을 알지는 못했습니다.
술을 사러 가는 지상과 이에 동참하는 사라의 행동이 평범하다면 평범할 수 있는 문제지만, 묘한 기류가 흐르는 부부를 인지한 우진은 분명 뭔가 있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은경도 이 시점에 두 사람이 불륜 중임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외도의 발견을 "어디야"에서 찾는 은경은 남편의 차에서 이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 평범한 일상적인 말이지만 친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발언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흔적들이 등장하는 상태에서 은경이 몰랐을 리는 없습니다. 다만 믿고 싶지 않았을 뿐이죠.
사라를 의심하고 있던 은경은 점심을 먹고 왔다는 말에 남편 병원을 찾았습니다. 티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정황을 확인하려던 은경은 남편이 오후 진료만 하고 있음을 처음 알았습니다. 마치 알고 있는 것처럼 넘기기는 했지만, 자신에게 뭔가를 숨기고 알려주지 않는 일이 점점 늘어가고 있음은 경고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병원에 최 원장이란 인물은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남편이 언급한 최 원장은 결국 10년 동안 자신의 일을 돕고 있던 최사라라는 확신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딸 휴대폰을 찾으러 간 남편 사무실에서 열어봐서는 안 되는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는 겁니다.
그 안에는 남편과 자신의 비서가 결혼 사진을 찍어 액자로 만든 것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도 은경은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에 급급했습니다. 지상은 뒤늦게 사진이 배달되었음을 알고 다급하게 뛰어가 확인합니다.
은경과 통화에서 슬쩍 그가 사진을 봤는지 보려했지만, 철저하게 자신을 숨겼습니다. 그걸 봤다는 언급도 없었고, 너무나 이성적으로 정리하는 그의 행동은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애끗은 휴대폰만 망가지는 상황은 그동안 방송을 통해 자신이 결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기도 했습니다.
자기 일이 아닌 직업으로서 상대의 이혼에 관여하고 이를 성공시키는 것은 어쩌면 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문제가 자신의 것이라면 그렇게 손쉽게 이성적으로 문제를 풀어낼 수는 없는 법입니다. 국내 최고의 이혼 변호사라는 은경마저도 자신에게 닥친 이혼을 풀어내기는 어려웠습니다.
유리는 힘겹게 상사인 은경의 남편이 바람을 피고 있음을 밝혔지만, 그는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고 있는 그가 당황스럽기만 했습니다. 발끈하는 유리와 달리, 은경은 13년 동안 가정을 지킨 남편과 10년 동안 자신의 일을 도운 비서를 모두 내치는 것은 어렵다고 했습니다.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는 유리와 달리, 은경은 회사와 집이 내 인생이라 했습니다. 역설적으로 은경에게 가장 소중한 인생 모두가 부정당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그는 이 모든 것을 그대로 방치하며 허울처럼 뒤집어쓰고 가려했습니다.
13주기 결혼기념식에 은경은 지상을 호텔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날 지상은 사라와 그의 집에 있었죠. 뒤늦게 그곳을 찾은 이유는 이혼을 정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은경의 감정은 결혼 초기의 마음으로 남겨져 있었지만,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린 지상에게 이런 행동은 황당하게 다가올 뿐이었습니다.
자신의 성취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린 은경과 더는 함께 할 수 없었습니다. 지상에게 은경은 더 이상 아내도 여자도 아니었고, 딸의 엄마도 아니었습니다. 딸이 커가는 과정을 제대로 보지도 않았던 은경에게는 지상의 발언은 지독한 팩트 체크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상이몽이 되어버린 결혼기념일에 대해서도 은경은 차분해지려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평정심도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은경이 속한 로펌에서는 이혼 관련 상담을 최대 5회까지만 가능합니다. 어차피 이 정도 상담이라면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입 변호사들이 정리하는 역할을 하고는 하죠.
상담을 하러 온 여성은 남편에게 구박받고 맞기도 하며 살았습니다. 그래서 더는 살기 힘들다는 생각에 딸의 지원을 받고 이혼 상담을 받아 왔지만, 우유부단했습니다. 이혼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자신을 구박하는 남편이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바보스럽게 보일 수는 있지만 그게 정상일 수밖에 없습니다. 타인의 시선을 먼저 걱정하고 자식의 앞날에 대한 우려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재산에 대한 고민도 할 수밖에 없죠. 더욱 일을 하지 않은 가정주부라면 이혼이 두려운 것은 이혼 후 혼자 살게 되는 현실입니다.
의뢰인 박진숙의 사례는 은경을 투영한다는 점에서 중요했습니다. 그리고 유리에게도 이 사건을 통해 자신이 더는 이혼 변호사로서 부적합하다는 확신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결혼도 쉽지 않지만 이혼은 더욱 어렵습니다.
그저 헤어진다고 완료되는 것이 아닌 보다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 경제 활동을 하지 않은 이에게는 이혼은 더욱 복잡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혼 후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지옥이 펼쳐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라고 상담을 시켰더니 수임을 한 유리에게 은경은 "혼내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그의 행동을 정의했습니다. 이혼 변호사가 갖춰야 할 덕목은 아니었습니다. 은경은 유리에게 변호사인 그와 일반인으로서 자신을 분리해 보라고 했습니다.
의뢰인의 남편이 자살 소동을 일으키고, 박진숙도 유리 탓을 하기만 합니다. 이혼하면 남편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말에 유리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의 선택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은 아닌가 하는 혼란말입니다.
유리가 혼란을 겪는 와중에 은경은 더는 참을 수 없는 임계점을 경험합니다. 유리가 사는 오피스텔에 문제의 불륜녀 사라가 살고 있었습니다. 황당하게도 유리 어머니와 한번 마주쳐 친분까지 생긴 상황이었고, 남자친구가 저녁에 온다는 말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라의 모습에 유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혼란스럽기만 했던 은경은 유리가 사는 오피스텔 근처의 마트에서 남편 지상과 사라의 다정한 모습을 보게 됩니다. 과거 자신이 경험했던 그 다정함이 이제 자신이 아닌 다른 여자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보는 것 자체가 분노할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돌이키려 해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임을 확신한 은경은 짐을 싸서 로펌을 나서려는 유리에게 서류를 넘깁니다. 자신의 이혼 소송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유리가 가지고 있는 혼내주고 싶은 마음을 은경은 사고 싶었습니다.
베테랑인 은경이 신임이자 이혼 변호사로서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유리에게 수임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이제 진짜 굿 파트너가 되기 위한 계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극중에서 자신이 가지지 못한 유리의 얄팍한 정의라고 정의한 '혼내주고 싶은 마음'을 샀습니다.
유리가 가진 정의감과 분노를 은경은 가질 수 없었습니다. 그걸 가지기에는 너무 멀리와 버렸기 때문이죠. 그런 점에서 은경이 유리에게 자신의 이혼 사건을 맡긴 것은 지적했던 그 이유로 신임 변호사에게 제안했습니다. 자신은 할 수 없는 혼내주고 싶은 마음을 실현할 수 있는 존재이니 말이죠.
자신의 과거 경험이 현재의 유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혼내주고 싶은 마음을 은경은 사고 싶었습니다. 바람을 피운 남편이 잘했다고 할 수 없지만, 가정에 소홀한 은경 역시 이혼 귀책사유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과연 이들은 이번 소송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길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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