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아니었을 때와 나에게 닥친 일은 다릅니다. 직업으로 남의 이혼을 다루는 일과 자신이 당사자가 되었을 때는 전혀 달라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죠. 대한민국 최고의 이혼 전문 변호사라는 은경도 이혼 소송은 어렵기만 합니다.
로펌에 사직서를 쓰고 나가려는 유리는 오히려 은경에게 의뢰를 받습니다. 자신의 이혼 소송을 맡아 달라는 요구였습니다. 은경은 자신의 이혼을 맡기며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이혼 쇼'를 보여달라 했습니다. 이혼 소송 자체가 모두 법정에서 벌이는 하나의 쇼이기 때문입니다.
업무 준비에 바쁜 사무실에 법원 송달관이 방문해 최사라를 외칩니다. 자신에게 이런 일이 올 거라 생각 못한 듯 열어본 소송장에 사라는 놀랄 수밖에 없었죠. 그리고 출근한 은경의 부름으로 대면한 사라는 이런 왁자지껄한 법정 소송으로 이어질 것은 예상 못했습니다.
사라는 자신에게 내연녀라는 소리를 하는 것 자체를 부정했습니다. 내연녀이지만 자신은 불륜이 아니라 정당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 사라의 태도는 과연 정당한가 하는 의구심을 품게 합니다. 결국 이런 이혼 상태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은 불편하고 부당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리는 궁금했습니다. 왜 은경은 자신에게 중요한 이혼 소송을 맡겼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유리의 질문에 은경은 자신과 너무 달라서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바라보는 시각과 다르게 바라보는 유리가 자신에게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복잡하고 힘든 이혼 소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사이 은경은 일을 쉴 수는 없었습니다. 상장회사 대표의 이혼 소송이었습니다. 기러기 아빠로 살아왔던 그는 회사가 상장하자 아내가 주식 반을 달라며 이혼을 요구했다는 사건이었습니다.
물증은 없지만 미국에서 아이들과 함께 사는 아내가 바람을 피우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문제는 이를 입증을 증거가 없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이를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찾는 것이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재 상황에서는 아내가 요구하는대로 재산 분할이 가능한 이혼 소송이었습니다. 하지만 주식 반을 빼앗긴다면 어렵게 키운 회사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만큼 남편인 장현성으로서는 빼앗길 수 없는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결혼한 지 23년이 지났고 두 딸을 낳아 살았지만, 5년 전부터 별거를 했습니다. 아직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때문에 이혼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더는 부부로서 관계는 끝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입증할 방법이 없습니다. 별거라는 증명을 할 방법이 없으니 말이죠.
1년에 몇차례 미국에 간 것도 사실이고, 생활비도 보내주고 있었기 때문에 별거 중이라는 사실은 입증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내의 주장이 맞는 상황이죠. 이는 현재 은경의 상황과 동일합니다. 물리적으로 먼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던 것은 아니지만, 일에 치여 가정일에 소홀했던 은경은 기러기 아빠와 같았습니다.
의사인 남편도 많이 버는 직업이지만, 로펌의 대표 변호사인 은경을 넘어설 수는 없죠. 집안일을 도맡아 할 수는 없었지만 경제적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이번 의뢰인과 깊은 동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 바람과 이혼이라는 과정도 동일하니 말이죠.
지상은 소송문을 받고 사라와 함께 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 이혼 전문이 아닌 형사소송 전문가를 찾은 이유는 은경이 워낙 그쪽에서 유명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은경의 영향력이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혀 다른 형사소송 전문가를 선택한 것이죠.
15년 결혼 생활을 했기 때문에 재산은 반반으로 나누기 원하는 지상은 딸 재희의 양육권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아무래도 엄마보다 더 가까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는 점에서 지상은 그 무엇보다 딸의 양육권을 원했습니다.
문제는 사라는 지상처럼 딸 재희를 간절히 원하지 않았습니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지만 그 표정에서 느껴지니 말이죠. 이혼 상담을 하면서 딸의 양육권을 꼭 가져야 한다는 말에 당황하는 눈빛은 사라의 심정을 잘 보여주었죠. 이는 이후 이혼 소송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몇 달 전 상장한 회사 가치는 10배 이상 상승했다고 합니다. 이를 노리고 아내가 이혼 소송을 벌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가 마땅치 않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첫 번째 기일에서도 목소리만 높일 뿐 아내에게 반박할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상황에서도 장현성은 아내 김세희에게 월 2천5백만 원을 생활비로 보내주고 있었습니다. 거액을 생활비로 보내는 이유로 그는 가장의 책임감이라 했습니다. 항상 해주던 것이다 보니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동안 남편은 아내에게 이런 식으로 학습 시킨 것이었습니다. 함께 하지 못하니 돈으로 대신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은 없고 돈만 존재하는 이 관계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생각하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은경 부부처럼 말이죠.
이런 상황으로 길들여 놓고 이제와서 주식 분할은 싫다고 하면 상대 입장에서는 심한 배신감을 느낄 수 있다고 은경은 언급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자신의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입장차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상황이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상사 아이를 태워주는 행위가 정상일 수도 없고 당연할 수는 더더욱 없습니다. 하지만 부탁한다는 은경의 말을 거부할 수도 없었죠. 그렇게 태운 재희의 행동과 말들은 너무 엄마를 닮았습니다. 엄마 닮았다며 '리틀 차은경'이라는 말에 재희는 발끈하며 자신은 아빠 닮았다고 합니다.
긴 시간 함께 해왔다는 점에서 아버지에 대한 애정은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엄마를 증오하거나 싫어하지는 않았습니다. 재희의 행동과 태도는 엄마를 그대로 닮았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만큼 엄마를 닮고 싶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는 반증이기도 했습니다.
유리는 은호와 만나 술을 마시며 상사에 대한 뒷담화를 늘어놓았습니다. 직장인들의 당연한 행동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술에 취한 그들이 일어난 곳은 모텔이었습니다. 술에 취해 모텔에 함께 들어온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일탈한 유리는 은경의 의심에 바지는 갈아입었다는 말로 대충 넘기지만 큰 폭풍이 불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로펌 대표가 찌라시 내용을 보고 분노해 은경을 찾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혼 소송과 함께 자신의 로펌이 불미스러운 이야기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이 불쾌했습니다.
권위주의적인 대표로서는 이런 일은 받아들이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 나선 이는 우진이었습니다. 언제나 은경의 일이라면 두 팔 걷어 올리고 돕는 이가 바로 우진이었습니다. 이런 돈독한 관계는 은경의 남편인 지상도 의심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워낙 돈독한 파트너이다보니 다양한 이야기들을 했을 수밖에 없고, 그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사건들을 해결하며 서로 돕는 일도 당연했습니다. 이게 독배가 될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가장 가까웠던 남편에 의해 말이죠.
은경과 지상이 만나 합의를 언급했습니다. 공론화되는 것을 원치 않은 사라를 위한 선택이죠. 조용하게 합의 이혼하자는 것이 지상의 요구였지만, 은경은 달랐습니다. 절대 합의는 없다는 은경의 태도에 지상은 분노했습니다. 은경이 잃을 것이 더 많다는 말과 딸을 언급하는 지상의 태도는 이혼 전쟁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장현성 사건의 아내인 세희는 은경을 찾아와 합의 이혼을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흐름을 명확하게 꾀고 있는 은경은 상대 얼마의 비율로 합의를 요청하려 하는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은경은 합의는 절대 없다며 정리했습니다.
이혼 과정은 자신이 숨기고 싶거나 굳이 밝히고 싶지 않은 많은 것들이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부끄럽기도 하고, 조롱받는 느낌이 나기도 하는 일입니다. 그런 정신적 공격을 당하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경우가 생깁니다.
돈줄이 끊기니 세희는 합의를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고, 아이를 볼모 삼는 행동에 대한 분노는 자신이 남편인 지상에게 받은 공격이기 때문에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는 문제였습니다. 은경과 유리에게는 강력한 한방이 있었습니다. 막내딸 생일이 지나기 바란 것은 분명한 이유와 목적이 있었습니다.
다음 기일에 이 결정적 한방은 소송을 이기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법원에서 지상의 변호인과 만난 은경은 당당하게 합의를 무시하며, 자신의 변호인과 이야기하라며 쿨하게 법정으로 들어갑니다. 권위적이고 남성우월적인 변호사는 유리에게 막 고등학교 졸업한 학생 같다는 말은 여성 폄하이자 찌질한 공격이었습니다.
그런 지상 변호인에게 유리는 아주 강렬한 복수를 하죠. 그쪽은 정년을 앞둔 교장 선생님 같다는 말로 꼰대스럽고 권위적인 그의 태도를 나무랐습니다. 그리고 법정에서 아이를 볼모 삼아 공세를 이어가는 상대에게 막내의 아버지 지지글로 마무리되었습니다.
5년 전 사실상 이혼 관계였음을 딸이 증명했습니다. 딸들을 모아 두 사람이 더는 부부로서 삶은 살지 않지만,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부모의 모습을 모두 보고 자란 딸들은 성인이 되어 이 사건의 중요한 증인이 되었습니다.
은경이 유리의 행동에 대해 비판해왔는데 이제는 상황이 바뀌어 은경은 이번 이혼 소송을 '복수'라 정의했습니다. 합의이혼도 괜찮지 않냐는 유리에게 은경은 아무것도 줄 수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자신이 그동안 유리에게 했던 조언들과 전혀 다른 발언이라는 점에서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죠.
이 상황에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은경이 후배인 우진이 특별한 관계라는 의혹이 등장했습니다. '오피스 와이프'와 '오피스 허스번드'는 이례적인 일이 아닌, 너무 흔한 일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이 찌라시는 힘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로펌에 다니는 이들이라면 은경과 우진이 친하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런 친근함이 동지로서의 든든함이라면 아무렇지도 않지만, 어느 순간 연인 관계일 수 있다는 의혹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면 전혀 다른 문제가 되고 맙니다.
은경은 어떨지 모르지만 우진이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다정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게 사랑의 감정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분명한 감정선들이 보여왔기 때문입니다. 이 찌라시에 놀란 유리는 두 사람이 겹쳐져 있는 것 같은 모습에 지상과 사라의 불륜 모습과 오버랩되었습니다.
사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라가 공격하기 위한 방식으로 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불륜이라고 할 수 있는 그 무엇도 없다는 점에서 이 공격이 결정적일 수는 없습니다. 과연 이 공격을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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