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건드리기 꺼려하는 그래서 건드리는 순간 걷잡을 수 없는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김재철 사장의 의도가 궁금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 역시 무한도전이 역린逆鱗이 될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그만큼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MBC 3대 폐지 프로그램 중 마지막이 될 무한도전?
이 정권이 들어서며 성급하게 MBC 사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그들이 내세운 조건은 재미있게도 MBC의 대표적인 프로그램 3개를 폐지하는 것이었습니다. 후보자 모두 이 3개의 프로그램을 재임기간에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 정권은 왜 '백분토론, 피디수첩, 무한도전'을 왜 두려워했는지 고민해 봐야만 합니다.
백분토론은 가장 오랜 시간 사랑을 받아왔던 전문 토론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사회적 이슈들을 매주 하나의 주제를 상정해 대치 점에 서 있는 이들을 불러 토론을 통해 문제를 풀어가고 해법을 찾아가는 유익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는 곧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이 될 수밖에는 없다는 점에서 문제를 많이 담고 있는 정부라면 부담스러운 프로그램이 아닐 수 없습니다.
피디수첩은 전문 보도 프로그램으로서 성역이 없는 취재로 불리는 존재였습니다. 노무현 정권의 최대 치적이라 불리던 황우석 사건도 피디수첩에 의해서 철저히 망가졌습니다. 이는 황우석을 통해 정권의 정책을 적극 홍보하려던 노 정권에도 황우석을 따르는 많은 이들을 절망으로 밀어 넣었던 일대 사건이었습니다. 일부에서는 피디수첩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국익이 피해를 입었다고 비난을 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이런 피디수첩은 이 정권 들어서도 광우병에 대한 취재로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을 정도로, 정권을 가리지 않고 성역도 없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면 거침없이 보도하는 피디수첩은 그렇기에 중요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견제하고 폐지하고 싶어 하는 것은 그만큼 가리고 숨기고 싶은 것이 많은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두 프로그램이 시사 교양에 속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무한도전은 의외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무도는 누구나 알고 있듯 예능이니 말입니다. 두 프로그램과는 전혀 다른 예능을 왜 이 정권은 폐지 목록에 올릴 수밖에는 없었을까요? 그 의문에서 이번 논란은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백분토론은 진행자를 사측이 원하는 인물로 교체함으로서 무력화시켰습니다. 피디수첩 역시 기존 피디들을 전혀 관계 없는 부서로 보내고 젊은 피디들로 채우며 그들의 칼날을 무디게 하는데 주력했습니다. 여기에 호평을 받았었던 시사 프로그램들인 'W'와 '뉴스 후'를 특별한 사유 없이 폐지하고 예능으로 채우며 MBC 전체의 목소리를 연성 화시키는데 주력했던 것도 김재철 사장 체제 아래 MBC의 모습이었습니다.
이 두 프로그램과 달리, 예능인 무한도전에 대해 권력을 가진 자들이 그렇게 두려워한 이유는 뭘까요? 분명 무한도전이 예능임에도 그들이 그동안 보여준 이야기는 그 어떤 시사프로그램 이상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사회와 정치 등 그 경계도 없이 다양한 분야에 대한 가치들을 예능으로 엮어 냈다는 점에서 무한도전은 모든 이들을 즐겁게 볼 수 있는 시사프로그램 같은 가치를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물론 모든 프로그램이 시사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근원적인 몸 개그의 향연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예능의 기본인 재미와 시의성을 가진 풍자가 가득한 이야기들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무한도전은 기존의 예능의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기존 예능의 한계를 넘어 무한도전만의 특별한 예능을 창조해냈다는 점은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시사프로그램의 경우 일반 시청자들의 접근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가장 뜨거운 사회적 이슈를 다룬다고 해도 일반 예능의 시청률을 넘어설 수 없다는 점에서 시사프로그램은 한정적인 이들만이 즐기는 방송이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예능은 남녀노소 모두가 편하고 쉽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무한도전의 가치는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는 없습니다.
시사프로그램과 달리, 접근성이 뛰어난 무도는 그렇기에 권력을 가진 이들에게는 눈엣가시로 다가왔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 뛰어난 풍자를 통해 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시사프로그램이 가지고 있는 고발정신에 예능 특유의 재미까지 담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 1호가 될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경험해 본적이 없는, 그리고 다시 만나기도 힘든 이 특별한 방송은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열광적인 지지를 보이는 이유가 되겠지요. 김재철 사장이 이런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무한도전'을 언급하며 폐지에 가까운 강수를 둔 이유는 그의 끝이 다가왔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그의 사장직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수순이라는 말들이 많은 만큼 그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지막입니다. 그 마지막이 어떠냐에 따라 자신의 이후 입지 다지기가 중요하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사장으로 임명하도록 해준 방문진 전 이사장이 '조인트 발언'을 하고, '낙하산 사장으로서 최악'이라는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이유를 그는 알고 있을까요?
정치적인 꼼수를 고민하는 그로서는 시작보다 끝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자신이 물러나더라도 강인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MBC의 부정하고 능력도 안 되었던 전직 사장으로 인생이 끝날 수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최대한 강인한 모습(이는 전적으로 자신과 그 스스로 추구하는 정치 세력을 위한)을 보이려 노력하는 것은 정치적인 한 수라고 생각할 수밖에는 없을 듯합니다.
건드려서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이 전혀 없는 무한도전을 거리낌 없이 건드린 것은 그의 MBC 사장 자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이자, 자신이 지향하는 정치세력에게 김재철이 어떤 존재인지를 보여주고자 하는 마지막 발악 일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정치적인 꼼수가 아니라면 그의 행동은 이성적으로 생각하기가 힘들기만 합니다. 물론 김재철 사장의 MBC가 정상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당연하게도 그가 사장으로 임명된 후 큰 문제가 생겼다고 믿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가치 기준을 어디에 두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시각을 가질 수밖에 없음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방송이란 매체가 가지는 가치와 이를 위해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면 김재철 사장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 어떤 프로그램과 비교해도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대단한 무한도전을 건드린 그의 행보는 결국 스스로 사장으로서의 마지막과 이후의 삶을 위한 한 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한도전 외주화 검토'가 나온 시점은 자신을 사장으로 보낸 이들이 '용퇴'라는 이름으로 그에게 사퇴를 종용한 이후입니다. '용퇴'이야기를 듣고 그가 보인 행보는 수십 명의 조합원들을 대기발령이라는 징계를 쏟아내는 것에 이어 이제는 돌이킬 수도 없는 역린을 건드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건드려서는 안 되는 용의 비늘을 건드려버린 상황에서 과연 MBC가 김재철 사장 체제로 정상적으로 운영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미 수십억의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부적절한 지난 행보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상황에서 그는 사장 자리만이 아니라 당장 구속 수사를 걱정해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무한도전 외주화 검토가 기사화되자마자 들끓는 여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한도전 멤버들 역시 김태호 피다가 없는 무한도전에는 참여할 수 없다고 밝힐 정도로 그들의 의지는 명확합니다. 지금 MBC에서 나가야 하는 존재가 누구인지는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알고 있다는 사실이 슬픈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해당 사진들은 모두 본문 이해를 위한 용도로 사용되며 모든 권리는 각 방송사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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