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서 공개된 한국 예능이 글로벌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이어 예능까지 세계인들이 주목하고 즐기는 현상은 흥미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 정도면 미국이 누리고 있는 압도적 지배력을 한국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합니다. (이하 스포일러 포함)
'피지컬100'은 넷플릭스에서 제작 방송되며 전 세계적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몸 하나만으로 미션을 수행하며 대립 그리고 화합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청자들은 감동하기도 했습니다. 대단할 것 없는 이 예능은 그래서 대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기획이지만 누구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콜럼버스 달걀'과 비슷할 겁니다. 몸으로 대립하고 경쟁하는 프로그램 자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피지컬 100'과 같은 작품은 없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요리 예능은 너무 많아 일일이 언급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만큼 흔한 포맷이라는 의미일 겁니다. 해외에서도 유명한 요리 예능이 수십 년 동안 만들어져 왔고, 수많은 스타 셰프와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런 요리 예능은 수없이 많습니다.
국내 요리 예능이 해외에 포맷 수출이 될 정도로 상상력도 풍부하다는 점은 흥미롭기도 합니다. 이 요리 예능이 다른 유사 예능과 가장 큰 차이로 특별해진 것은 '계급'을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다양하고 수많은 요리 예능은 있지만 이런 예능은 처음이라는 것은 특별함이 부여될 수밖에 없습니다.
100명의 요리사들이 한 공간에 모여 대결을 벌인다는 것 자체가 압도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의 힘은 이런 강렬함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습니다. 전국에 나름 날고 긴다는 요리사들이 초대를 받아 한 공간에 모였습니다. 그렇게 80명이 모인 상황에서 조명이 꺼지며 모두를 경악시키며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아래 모여있는 80명의 요리사들 2층에서 하얀 요리사복을 입고 등장한 20명의 셰프들이 등장했습니다. 요리사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이들이 출연자로 등장한 것 자체가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슐랭 스타 셰프들과 요리명장까지 경연에 나오면서 현장에 모인 참가자들을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백수저 요리사들은 그 면면이 화려했습니다. 수많은 요리대회 우승자이자 미슐랭 스타 셰프들이었습니다. 여기에는 2010 아이언 셰프 우승자인 에드워드 리도 참가했습니다. 그가 이 자리에 나올 이유는 하나도 없었지만, 출연만으로도 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죠.
여기에 50년 동안 중식을 만들며 그 분야에서는 최고로 불리는 여경래 중식 그랜드 마스터도 심사위원이 아닌 경쟁자로 나섰습니다. 최현석, 최강록, 정지선, 파브리, 오세득, 박준우 등 요리 프로그램을 통해 익숙한 이들도 대거 등장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경쟁의 규칙은 단순했습니다. 80명의 요리사들이 요리를 해서 심사위원이 20명을 골라, 백수저 20명과 대결을 벌이는 방식입니다. 오자마자 탈락할 수밖에 없는 이들이 대거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심사위원도 중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사위원으로 백종원과 안성재가 등장하며 모두 환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백종원의 경우 사전에 공개되어 알고 있었지만, 안성재 셰프가 심사위원으로 등장할지는 몰랐기 때문입니다. 국내 최초의 미슐랭 3 스타인 그가 심사위원으로 나오며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장사의 정점에 선 백종원과 파인다이닝의 정점에 선 안성재가 심사위원으로 나오는 상황에서 이를 부정할 이는 없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세트장에서 요리가 시작되고, 요리가 끝나면 바로 심사에 들어가는 과정은 흥미로웠습니다.
가정용 화구들이 아니라 실제 업장에서 사용하는 화력이 강한 화구들과 조리도구들이 완벽하게 구비되었다는 점에서 출연한 요리사들도 탄성을 내지를 정도였습니다. 어렵게 20명의 흑수저 요리사들이 준비된 거대한 라운드 식탁에 착석하며 첫 번째 관문은 마무리되었습니다.
진검승부가 펼쳐진 2라운드는 흑백요리사들의 1:1 대결이었습니다. 이는 피할 수도 없는 진검승부였습니다. 백수저 요리사가 나서면, 흑수저 요리사가 나서 대결이 성사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렇게 대결할 조합이 완성되면 제작진들이 준비한 20대의 냉장고에 들어 있는 식재료로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어디에 뭐가 들어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주어진 재료로 승부한다는 것 자체가 흥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욱 흥미로웠던 것은 이들의 대결 과정을 심사위원들은 참관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첫번째 흑수저들 요리를 평가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형식이었습니다.
더 중요했던 것은 심사위원들이 안대까지 하고 오직 만든 맛으로만 평가한다는 사실은 신선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요리는 오감을 만족시키고는 합니다. 보고 냄새를 맡고, 촉감으로 맛을 음미하며 완성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오직 맛으로만 평가해야만 합니다.
백수저로서는 핸디캡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흑수저로서는 계급장 모두 떼고 오직 맛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 수밖에 없었죠. 이 과정을 통해 '공정성'이라는 화두가 강렬하게 따라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누구에게 치우치지 않고 오직 맛으로만 승부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성공 요인이었습니다.
1:1 대결은 흥미로운 요소들로 인해 시청자나 심사위원들마저 놀라게 하는 부분들도 많이 등장했습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중식 그랜드 마스터인 여경래 셰프를 철가방 중식 요리사가 꺾는 장면은 압도적이었습니다. 설마가 현실이 되는 상황 자체가 당황스러울 정도였죠.
배달하며 요리하는 무명 요리사가 중식 대가를 맛으로 잡을 것이란 상상은 누구도 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평가가 끝나고 안대를 벗은 백종원은 깜짝 놀라 어쩔 줄 몰라했습니다. 자신이 여경래 셰프를 탈락시켰다는 사실에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기 때문입니다.
정지선 셰프가 바쓰를 사용한 요리를 눈을 감은 상황에서 백종원은 단박에 알아차리는 모습은 대단했습니다. 정 셰프 역시 바쓰를 바로 알아봤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팀전에서 유포면도 보자마자 아는 모습에 놀라는 장면도 등장하죠. 요리사라 할 수 없지만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백종원이 왜 심사위원이 되었는지에 대한 의문들은 이 방송에서 완전히 깨트리고 증명했습니다.
방송을 보면 많은 이들은 우승자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습니다. '피지컬 100'도 마찬가지로 그 과정에서 보여준 그들의 모습에 열광했지만 지금 우승자가 누군지 기억나지 않은 것과 유사했습니다. 요리가 주는 무한한 창의력의 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가 행복한 여정이었습니다.
뛰어난 요리여도 작은 근막 하나가 나오며 승패가 갈리고, 미묘한 관계 속에서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의 서로 다른 기준과 취향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초반 상황이기도 했습니다.
만화책을 보면서 홀로 요리를 배웠다는 만찢남도 흥미로운 출연자이기도 했습니다. 철가방 요리사와 함께 흥미롭게 지켜보게 만드는 출연자이기도 했죠. 급식대가의 선전도 눈에 띄는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3라운드에 진출한 이들은 흑백팀전으로 치러졌죠. 고기와 해산물을 두고 팀워크를 다루는 과정은 출연진들의 다양한 상황들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로 인해 비난을 받는 이도 있었고, 이를 통해 부각되는 출연자들도 있었죠. 트리플 스타와 최현석 셰프가 리더로서 잘 이끌며 존재감을 보였습니다. 3라운드는 심사위원이 무려 100명이나 되는 거대한 규모의 힘을 자랑했습니다. 진정 소비자의 입맛으로 평가를 받는 것 자체가 큰 가치로 다가왔습니다.
패자부활전에서는 많은 이들이 시도하는 '편의점' 재료를 가지고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그 자체로 흥미로웠습니다.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창의적이면서도 매력적인 요리가 만들어지는 그 과정 자체가 재미였죠.
백 명에서 열다섯 명만 남은 상황에서 이번에는 흑백혼합전이 치러졌습니다.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방식을 통해 가장 많은 수익을 얻는 팀은 전원 생존하는 방식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냉혹한 결정을 내리는 상황도 등장합니다.
세 팀에서 내보내고 싶은 이들이 나와서 새로운 팀을 구성해야 하니 말이죠. 이런 일은 실제에도 자주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 흥미로웠습니다. 초대된 이들은 먹방러들이었고, 그들에게는 각 100만 원이 주어져 자신이 마음에 드는 음식을 먹는 방식이었습니다.
순발력과 함께 실제 레스토랑 운영에 있어 어느 것이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과정이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죠. 출연진들의 인생요리 대결을 통해 최종 우승 대결을 할 수 있는 한 명이 가려졌습니다. 남겨진 이들은 최악의 난이도 경쟁이 시작되었습니다.
'두부'를 주재료로 '무한요리지옥'이라는 타이틀의 경쟁은 정말 치열했습니다. 최종 1인이 남겨질 때까지 쉬지 않고 무한 대결을 펼치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힘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사위원들 역시 27가지 두부 요리를 먹고 평가를 해야 하는 것도 고역이었을 겁니다.
'무한요리지옥'에서 엄청난 대결의 최종 승자는 에드워드 리였습니다. 에드워드 리는 두부를 가지고 새로운 창의성을 끊임없이 보여줘 찬사를 받았습니다. 트리플 스타 역시 완벽한 요리 솜씨에 흔들림 없는 모습에 우승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최종 승자를 가리는 마지막 승부에서는 나폴리 맛피아와 에드워드 리의 자신의 이름을 건 요리가 시작되었습니다. 에드워드 리는 이번에도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떡볶이를 재해석해서 만들어낸 요리는 그 과정으로도 훌륭했습니다.
이탈리아 요리로 풍성한 본식을 만든 나폴리 맛피아와 떡볶이를 완전히 재해석한 디저트를 만든 에드워드 리의 승부는 결과와는 상관없었습니다.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승자는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장에 온 출연자들 역시 판단이 양분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흑백요리사'는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3주 연속 1위 기록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코리아 예능이 3주 연속 글로벌 1위를 한 것이 처음이라고 하죠. 이런 기록보다 더 특별한 것은 한국이기에 가능한 계급을 앞세운 대결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은 어디에서도 만들어낼 수 없는 가치였습니다.
우승자가 된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은 시종일관 당당함과 과할 정도의 자의식은 논란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요리사는 각자 자신의 맛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직업군들입니다. 그런 점에서 흑수저로 출발한 그가 자부심을 가지고 오만하게 보일 정도로 당당함을 유지한 것은 당연하다 생각합니다.
물론 현실에서 인성마저 쓰레기라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요리를 하는 그들에게 이 정도 오만함은 정상이라 생각합니다. 그 정도 자부심과 광기가 없다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권성준의 행동에는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에드워드 리가 아닌 이균이 만든 창의적인 요리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힘겨워했던 그가 보인 이번 요리 대결 속에서 보여준 다양한 실험은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그가 살아왔던 삶에 대한 존경이 크게 작동한 것일 듯합니다.
왜 '흑백요리사'는 특별할 수밖에 없었을까? 요리 경쟁이라는 틀 속에 계급을 집어넣고, 전복의 매력을 부여했다는 것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언더독의 반란이 주는 매력은 어느 곳에서나 특별함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공정성'이 기본이 되는 상황은 이런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어줬습니다.
우리 사회는 치열하게 싸웁니다. 어느 쪽이 우월하고 특별하다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국민 대다수는 최소한 후퇴하는 삶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투쟁을 통해 현재의 민주주의를 쟁취한 민족입니다. 그 민족성이 녹아들어 가 있는 것이 바로 '흑백요리사'라는 점에서 특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예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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