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거신 전화는 1회-유연석 채수빈, 납치된 아내가 납치범이 되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의 비밀은 아내는 존재하지만 아내라고 생각하지 않는단 겁니다. 자신의 결혼과 아내의 정체도 숨기는 이 남자는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요? '함묵증'이라는 병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아내는 남편에 대한 사랑을 갈구해 왔습니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받아들였고, 그렇게 살아가지만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했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 이후 그는 말문이 트였고, 이제는 가해자로 변신해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이들은 무엇을 얻을 수 있는 것일까요?
멋진 슈트를 입고 파티장에 입장하는 한 남자와 그런 그를 바라보며 감탄하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첫 장면이 너무 과한 느낌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선망의 대상을 바라보는 수많은 사람들과 당연하게 이를 즐기듯 받아들이는 상황극이 채널을 돌리게 만들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이 설정이 무엇을 위함인지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질적인 느낌을 버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대통령 대변인인 사언(유연석)은 모든 것을 다 갖춘 존재입니다. 유력한 대통령 후보의 아들이자, 외모도 뛰어나고 공부도 잘했습니다.
FBI 인질협상 전문가로서 자질도 뛰어난 인물이라는 설정은 완전무결함으로 다가올 정도입니다. 언론인 출신으로 언변도 뛰어난 사언에게는 감춰야 하는 아내 희주(채수빈)가 있습니다. 청운일보 둘째 딸인 희주는 결혼한 아내이지만 아내가 아니었습니다.
이들은 3년 전 결혼했습니다. 희주는 나름 이 결혼을 반겼지만, 사언은 냉정할 정도로 차갑기만 했습니다.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고, 웨딩드레스까지 벗으라고 요구할 정도로 사언은 이 결혼을 받아들이기 거부했습니다. 어차피 정략결혼이라는 점에서 이들에게는 이런 행위 자체가 무의미했습니다.
계약서까지 들이밀며 둘 사이의 관계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했습니다. 각자의 집안에서 필요에 의해 맺은 결혼이라는 것은 그저 사업일 뿐입니다. "부부라고 착각하지 마, 넌 내쪽에 인질로 보내진 거니까?" 결혼식장에서 계약서를 내밀며 서언이 희주에게 한 말이었습니다.
희주는 수어통역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소속된 회사에서 사언의 브리핑 영상을 보며 수어 연습을 매진할 정도로 그를 좋아했습니다. 혼자만의 짝사랑이지만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로 사언을 좋아한 희주는 TV 뉴스 수어 통역을 하다 방송 사고가 나고 맙니다.
뉴스를 진행하던 아나운서 나유리(장규리)는 사언의 찐팬으로 선배에 대한 존경심과 사적인 감정까지 담은 모습들을 보입니다. 자신의 옆에 있는 수어통역사가 아내라는 사실도 모르고 말이죠. 그날 희주는 사언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대선을 얼마 안 남긴 시점에 일을 그만하고 조신하게 지내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들 간에는 통상적인 가족이라는 의미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이득을 위해 결혼이라는 법적인 장치를 이용할 뿐 서로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으니 말이죠.
그렇게 비가 오는 날 집으로 향하던 희주의 차가 갑작스럽게 이상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차량은 누군가에 의해 해킹을 당한 상태였습니다. 우비를 입은 남자가 도로에 표시한 장소에 와서 멈춘 차량. 그리고 그렇게 다가선 납치범은 사언에게 전화를 합니다.
희주가 납치된 날은 해외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납치된 사건이 벌어집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해결하는 중책은 사언의 몫이었죠.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아내를 납치했다고 전화하는 이 남자의 말을 그대로 믿고 따르는 것 자체가 이상했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장모에게 전화를 걸어보니, 희주와 시어머니를 만나 집으로 데려왔다고 합니다. 이런 사실 확인을 통해 협박범의 말이 사실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물론 협박범이 사실을 말하고, 장모가 거짓말을 했지만 사언의 입장에서는 분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본적인 팩트 확인이 되었다고 판단한 사언은 협박범의 행동이 우습게 들릴 뿐이었습니다. 수많은 기자들의 전화들을 거부하면서도 협박범의 전화를 받은 것은 우연일 수 있지만, 어쩌면 이런 지독한 긴장과 스트레스에서 희석시키는 역할을 이 협박 전화가 해준 것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은 잃을 것이 없고, 이 상황에서 자신의 아내를 죽인다는 식의 발언을 하는 협박범에게 스트레스 해소를 하는 것은 사언으로서는 인질 협상에 텐션을 조절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입니다. 이 상황은 운전을 하던 희주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었습니다.
자신이 납치당하고 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남편이라는 자가 하는 말이 시체가 나오면 그때 이야기하자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엄청난 배신감이 들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아무리 쇼윈도부부라고는 하지만 납치당했다는 말에도 이런 식의 대응을 하는 사언을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이 순간 '함묵증'으로 말을 잃었던 희주는 분노로 말문이 트였습니다. 그리고 협박범에게 오히려 다시 연락을 하라고 다그치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납치범이 오히려 납치당한 사람의 지시를 받는 황당한 상황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장면은 사언이 영국 대사 생일 파티에 참석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대사의 아내가 농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사언은 희주에게 수어 통역사로 함께 하자고 합니다. 그렇게 함께 생일 파티에 참석한 이들을 모두 부부라고 생각했습니다.
대사와 인사를 하던 중 수어를 하는 희주와 대화를 하는 와중에 자신은 아내가 아니라 도움을 주기 위해 왔다는 말을 하죠. 아내이지만 아내가 아니어야 하는 상황에서 거짓말을 해야 하는 희주가 힘들어하는 것은 너무 당연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사언은 아내는 자신의 약점이라 노출을 시키지 않으려 한다고 했습니다. 아내가 장애가 있다는 말에 대사는 그게 싫어서 약점이라고 생각하냐고 반문하죠. 대사의 아내도 말을 못 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언은 자신의 위치는 많은 이들에게 공격을 받는 자리라고 언급했습니다. 무조건 물어뜯으려는 자들에게 아내가 노출되면, 큰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말을 합니다. 일순 사언은 사랑꾼 남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사언이 결혼하려 한 상대는 희주가 아닌 그의 언니인 인아였습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인아가 실종되면서 결혼 상대는 동생 희주였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결혼이 가능했던 것은 그들에게는 서로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력한 대권 후보와 언론사의 결합은 너무 익숙한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원하지 않은 결혼을 하게 된 사언은 비록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부부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파티 현장에서 희주가 화장실에 간 사이 사언에게 다시 문제의 협박범이 전화를 걸어옵니다.
현장에 있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정보들로 협박범에 사언과 같은 장소에 있음을 주지 시키기도 합니다. 실제 협박범이 그 안으로 들어온 것일까요? 당연하게도 협박범의 휴대폰을 가진 희주는 사언을 괴롭히기 위해 협박범이 되어 분노를 표출한 것이었습니다.
사언으로서는 희주가 말을 못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상대가 희주라는 생각은 할 수 없었습니다. 이는 협박범이 주변에 있다는 확신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10분 이상 통화를 해야 추적이 가능한 상황인데, 과연 이 협박범의 정체가 밝혀질까요?
벌써 밝혀질 일은 없습니다. 이제 막 말문이 트인 희주는 자신의 상황에 대해 더는 참지 않게 됩니다. 그동안 말을 하지 못하니 감정 표출도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희주의 변화는 수어 통역 회사에서 과격한 영화를 보며 통역하는 모습에서 잘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드라마의 첫 화는 나름 흥미로운 요소를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캐스팅에 대한 아쉬움은 크게 다가옵니다. 아직 첫 회라는 점에서 이후 전개 과정과 극의 몰입도에 따라 겉도는 듯한 캐릭터들도 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언과 희주의 이 황당한 쇼윈도 결혼이 실제 결혼으로 변화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