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거-탐사 만랩 김혜수와 초짜 정성일의 좌충우돌, 닥터 트리거는 누구?
디즈니 플러스가 작정하듯 K-드라마 라인업을 앞세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추후 정리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2025년 첫 K-드라마 라인업의 첫 작품은 김혜수를 앞세운 '트리거'입니다. 탐사 보도팀을 앞세운 이야기라는 점에서 이들이 추구하는 주제가 뭔지는 너무 명확합니다.
드라마는 시작부터 자극적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 젊은 남녀가 공원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 급하게 서로를 탐하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화장실 내부로 들어가려는 순간 기겁하고 맙니다. 화장실 안에서 사망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부패한 것과 같은 이 남자의 죽음은 자연스럽게 한 집단과 연결됩니다. '탐사보도 트리거' 팀은 '믿음 동산'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화장실에서 사망한 김정남이 사이비 종교 집단인 그곳에 있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화장실에서 사망한 그를 '믿음 동산' 목사가 바로 화장해 버렸습니다.
거대한 정문에서 대치하는 트리거 팀과 사이비 종교 집단들의 대립 속에서 오소룡(김혜수) 팀장이 등장했습니다. 힘겨워하는 팀원들과 달리, 소룡은 능숙했습니다. 이런 상황에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패러글라이딩이었습니다. 이 짧은 장면은 이후 중요하게 재등장하게 되죠.
이 상황에서 목사는 사냥용 엽총을 쏘는 엽기적인 행동까지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출동했음에도 사이비 집단을 처벌하기보다 취재팀들을 억압하기에 급급할 정도였습니다. 사이비 집단이 있는 이곳이 어떤 상황인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보도를 앞둔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영상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현장에서 취재를 이어가던 이상목 피디가 편집실에서 불륜을 저질렀다는 폭로가 나왔습니다. '닥터 트리거'라는 닉네임으로 글을 올리고 직접 삭제한 이 사건으로 인해 이 피디는 퇴사까지 하게 됩니다.
취재할 사람들도 부족한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중견 피디가 퇴사한 상황에 소룡에게 찾아온 이는 나이 든 신입 한도(정성일)였습니다. 영화판에 있었다는 그는 동물을 다루는 프로그램에 가기를 원했지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트리거'팀으로 가게 됩니다.
처음부터 어긋난 상황들은 충돌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로 작동합니다. 본부장의 낙하산인듯, 낙하인지 알 수 없는 한도는 어이없어하는 상황에 소룡에게 수갑까지 채워진 채 현장으로 나가게 됩니다. '믿음동산'에서 은폐한 채 취재를 이어가던 팀원들을 위해 소룡이 나선 것이죠.
은밀하게 그들의 움직임을 감시하던 강기호(주종혁) 피디는 경악하고 맙니다. 자신들 위로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이가 있었고, 그는 다른 누구도 아닌 팀장인 소룡과 신입 한도였습니다. 정문을 폐쇄해 들어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소룡이 찾은 방법은 패러글라이딩이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사이비 종교 집단의 건물에 안착한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온실이었습니다. 그 온실에는 마약으로 추정되는 꽃들이 가득했습니다. 소룡은 문제의 꽃잎을 챙기라는 말과 함께 이들의 본거지로 숨어 들어가죠.
그곳은 착취의 현장이었습니다. 종교를 앞세워 부당하게 신자들을 착취하는 현장을 취재하던 소룡은 부실한 천장이 무너지며 그들에게 붙잡히는 신세가 되죠. 하지만 탐사보도의 신급인 소룡으로서는 이들에게 벗어나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작은 틈이라도 나면 벗어나는 능력을 갖췄지만, 너무 많은 이들의 추적과 거대한 정문을 넘어서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신자들에게 붙잡힌 상황에서 소룡은 정문 바깥에 있던 후배들에게 영상 파일을 넘기는 데 성공합니다.
때마침 출동한 경찰로 인해 더 이상의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경찰은 제대로 된 수사가 힘들다고 합니다. 이 사비지 집단들에 대한 수사를 안 해본 것은 아니지만, 매번 윗선에 막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믿음동산'을 비호하는 자들은 검찰도 있고, 그 이상의 윗선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현장의 형사를 통해 듣게 됩니다.
제대로 수사를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현장의 형사와 손을 잡은 소룡은 '트리거'를 통해 '믿음동산'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도합니다. 그리고 소룡이 촬영한 온실 속 꽃들은 '아편'이었습니다. 드론까지 동원해 이들의 실체를 확보한 소룡으로 인해 '믿음동산' 목사와 아내는 더는 비호받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첫 회 강렬한 이 사건은 이미 여러 드라마를 통해 등장할 법한 이야기이기는 합니다. 전혀 새롭지는 않다는 의미죠. 하지만 이 과정을 기자의 눈으로 바라보며 보도하는 상황은 다르게 다가올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나이 든 신입과 베테랑 탐사의 신 사이의 묘한 갈등을 너무 어렵지 않게 풀어냈다는 점은 반가웠습니다.
이어진 2화의 핵심은 '고양이 연쇄살인마'였습니다. 사람을 믿지 못한다는 한도는 길고양이를 보고 반가워합니다. 인간은 못믿기에 짐승에 대한 애착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죠. 문제는 고양이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겁니다. 길고양이 목에 줄이 묶여 있어 이를 풀어주려다 오히려, 그 동네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쇄 고양이 살인마로 오해를 받게 됩니다.
'탐사보도 트리거'에서 벗어나려 소룡과도 다투었던 한도는 경찰서에서 나오기 위해 그에게 연락을 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로운 구 사장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폐지하려 합니다. 좀처럼 나오지 않는 시청률을 빌미 삼아 폐지하려는 구 사장과 이에 맞서는 소룡의 대립도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지는 대목입니다.
실제 현실 속 방송사에서도 시사 프로그램들이 사라지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이는 정치적인 성향으로 부패한 권력을 보도하는 것을 눈엣가시로 보는 권력자들은 시사 프로그램을 싫어합니다. 그런 그들은 시청률을 앞세워 칼을 휘두르는 경우들을 우린 쉽게 목도했습니다.
트리거 선배이기도 한 구 사장은 소룡을 향해 도발을 시도합니다. 트리거 팀 이 피디의 불편을 폭로한 '닥터 트리거'를 누가 먼저 잡을 수 있는지 내기를 제안합니다. 구 사장은 자신이 먼저 잡으면, 트리거를 폐지하고 가능성이 적지만 소룡이 잡으면 폐지에 대해 고민해 보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냉정하기만 한 손희원(박수영)과 한도 사이에 뭐가 있었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과거의 문제로 인해 손 본부장은 한도에게 방송국에 취직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를 들어 소룡은 '낙하산'이라 하지만, 자신이 원하지도 않은 곳에 왔다며 '낙하'라고 합니다.
단어 하나 차이로 전혀 다른 상황이 된 이들이 과연 정상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지 궁금해지죠. 이런 상황에 길고양이로 인해 경찰서까지 간 한도는 이 사건을 공론화하자 제안합니다. 그렇게 되자 나이 어린 선배인 기호는 발끈합니다.
자신이 제안서를 낸 '고양이 사건'을 빼앗는 것 아니냐는 울분을 토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 말이죠. 이런 상황을 바라보던 본부장은 기호가 지방대를 나왔다는 사실을 들먹이며 자존심 상하게 만듭니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한심한 학력 앞세우는 자에 대해 소룡과 팀원들이 어떻게 대응해 낼지도 기대됩니다.
누구보다 이번 고양이 사건에 집착하는 한도는 수소문하는 와중에 짧은 머리의 남학생에게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찾으라는 말에 그는 기호에게 연락을 취하고 잠입해 들어갑니다. 엉망인 집안에는 쥐까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이 폐지 줍는 할아버지는 정말 연쇄 고양이 살인마일까요? 집안에서 누군가 있음을 감지하고 조용하게 접근하는 할아버지와 인기척을 느끼고 숨은 한도의 긴장감 넘치는 대치는 이내 화기애애하게 바뀝니다. 폐지 줍는 할아버지는 잔인한 고양이 살인마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는 목격자였습니다. 그가 알고 있는 고양이 연쇄 살인마는 여학생. 아니 여학생으로 분장한 남학생이었습니다. 한도에게 폐지 줍는 할아버지를 의심하게 만든 그 학생이 바로 고양이 연쇄 살인마였습니다. 그 할아버지도 여학생이 고양이를 죽이고 있다고 목격하며 놀랐었습니다.
하지만 가발을 벗고 폐지 할아버지에 다가와 협박하는 이 남학생은 악랄한 존재였습니다. 고양이 살인마는 결국 인간을 살해할 수밖에 없습니다. 연쇄살인마가 어린 시절 고양이를 죽이며, 살인에 대한 욕구들을 키우고 어린 아이나, 노인, 그리고 여성을 상대로 살인을 시도하기 시작합니다.
국내 연쇄살인마들의 경우도 고양이나 개를 죽이며 살인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입니다. 실제 드라마 속에서도 고양이 연쇄살인마 남학생이 놀이터에서 혼자 놀고 있는 어린아이에게 접근하는 모습은 섬뜩하게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첫 주 두 편을 공개한 '트리거'는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보여주기에 집중했습니다. 그러면서 두 주인공인 소룡과 한도가 어떤 인물들인지 보다 입체적으로 보여주려 노력했습니다. 두 사람의 성향과 성격들이 두 편에서 잘 녹아들었습니다.
소룡이 청혼을 받은 것과 한도가 엄지 손가락에 검은색을 칠하는 이유도 드러났습니다. 어린 시절 형의 지시를 받고 도둑질을 한 어린 한도는 경찰인 아버지에게 들켜 혼쭐이 납니다. 감히 경찰 아들이 도둑질을 했다며, 어린 아들의 엄지 손가락을 뚫어버리는 섬뜩한 짓을 벌인 것이 아버지였습니다.
이런 지독한 트라우마를 가진 한도가 성장해 사회생활을 하며 배신을 당했을 가능성도 커 보입니다. 이런 상황들이 겹쳐지며, 그가 느낄 인간에 대한 증오는 자연스럽게 이해되었습니다. 인간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는 소룡과 인간을 증오하는 한도가 인간다운 탐사 취재를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닥터 트리거'는 방송사 안에 존재합니다. 그게 누군지 알 수는 없지만, 그는 직접 촬영한 편집실 외도 영상을 추가로 공개하며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그가 노리는 상대는 아마도 소룡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게 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 우리가 이미 보고 있는 인물들 중 하나입니다.
이런 식의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존재는 강기호 피디일 가능성이 큽니다. 한도가 그런 역할을 할법한 성향을 보이지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적대적으로 보이는 자들일수록 쉽게 의심받기 때문에 제외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재로서는 강 피디일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조금 과장되기는 했지만 김혜수가 연기하는 소룡과 같은 투철한 직업 정신을 가진 탐사 보도 전문 기자들은 많습니다. 그리고 그런 열정이 세상을 보다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는 점에서 존경스럽기만 합니다. 소룡과 전혀 다른 지점에 있던 한도가 제대로 탐사 보도 기자의 길로 가는 과정이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