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12. 13:09

산부인과 4회-성지루가 선택한 3%의 희망이 감동인 이유

매회 등장하는 특별 출연 배우들에 대한 관심도 <산부인과>를 보는 재미 중 하나일 듯합니다. 오늘 출연한 성지루가 보여준 사랑은 생명을 다루는 의학 드라마가 보여줄 수 있는 감동의 절정이었습니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잔인한 순간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삶과 죽음 사이 우리는 어떤 선택을

자신의 삶만이 복잡하게 꼬이는 듯한 혜영은 지난 밤 찾아왔던 서진에게 이별을 통보합니다. 갑작스런 상황에서 벌어진 서진의 키스를 목격 한 상식의 모습이 교차하며 심란하기만 했던 혜영. 상식이 두고 간 생선찌개를 먹으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는 자신이 믿었던 사랑이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 가는 것이 서러웠을지도 모릅니다.

심란한 마음을 달래려 차 안에서 음악을 크게 틀고 병원으로 향하던 그녀는 교통경찰의 단속에 걸립니다. 음주 운전을 의심하는 경찰 앞에서 구토를 하는 혜영과 이를 보고 목적지를 묻는 경찰. 병원이 목적지임을 알고 경찰은 운전 조심하고 도착하면 검사를 받으라합니다.

혜영도 몰랐던 친절한 경찰은 잠시 후 급하게 실려 온 교통사고 환자 남편이었습니다. 뇌를 다쳐 긴급 수술을 받았지만 결과는 뇌사 판정을 받습니다. 그러나 뱃속에는 아직도 아이가 자라고 있는 상황에서 그들에겐 쉽지 않은 딜레마로 다가옵니다. 

환자 가족들에게도 이미 죽은 사람의 뱃속에서 아이가 살아 있다는 것도 당황스럽지만 생존 확률도 희박한 상황에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주일 생존하면 아이가 살 수 있는 확률은 10% 상승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아이가 살 수 있는 확률은 단 3%
3%의 확률에서 생존해도 장애를 가질 확률이 높고 억 단위의 치료비까지 드는 선택

여러분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인공호흡기로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엄마 뱃속의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나도 살아날 확률이나, 살아도 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에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남편의 부모들은 포기를 원합니다. 원치 않았던 며느리가 마지막까지 속을 썩이는 거 같아 속상하기만 한 부모들과는 달리, 부인을 끔찍하게 사랑했던 남편으로서는 선택이 힘들 수밖에는 없습니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도 힘겨운데 아이 마저 어찌해야 좋을지 모를 그에게 던져진 난재는 신도 쉽게 풀 수 없는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어려운 선택에 힘들어하는 것은 환자 가족이나 의사들이나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혜영에게 속 시원한 답을 얻기 원하는 남편의 격양된 질문에 그녀는 자신의 입장을 이야기해줍니다.

"생명을 놓고 자신 있는 의사는 없어요. 최선을 다 할 뿐 이죠"

라는 원론적인 이야기와 함께 살려낸다고 해도 '장애를 가진 아이가 태어났을 때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까지 의사는 하지 않기에 선택은 가족의 몫'이라는 그녀의 이야기는 감정을 뺀 그러나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이야기였습니다.

혜영이 이성적인 판단으로 이야기를 하는 반면 상식은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3%의 확률과 장애아일 가능성이 높은 아이에 대한 판단에 황당해 하는 환자 남편에게 그들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라고는 혜영과 상식의 원론적이지만 희망도 고민해 볼 수 있는 선택 가능한 가치들이었습니다.

   [엄마도 없이 가족들이 아이를 짐처럼 여긴다면 행복할까요? 장애가 남을 아이를 혼자 키울 아버지는요? ]

"선택이란 이런 것 아닐까요? 어떤 사람은 좀 더 가치 있는 것을 고를 테고, 또다른 누군가는 좀 더 버리기 쉬운 것을 포기하겠지요. 또 모든 걸 걸고 지키고 싶은 사람도 있고 댓가를 치르 는게 두려워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도 있겠죠. 그러나 확실한 건 모든 걸 잃더라도 지킬 대상이 있는 사람은 지킬 것도 없고 두려운 것도 없는 사람보단 행복한 인생이라 생각해요"

상식이 만들어 준 스테이크를 먹던 혜영의 뜬금없는 질문에 상식이 이야기 한 '선택과 행복'에 관한 이야기는 <산부인과>라는 드라마 전체를 아우르는 중요한 부분입니다. 혜영에게도 끊임없이 선택과 포기에 대해 고민해야 만하는 상황에서 죽음과 삶에서 선택의 순간, 어떤 선택이 올바르고 행복한 것인지에 대한 해답 같은 대사였습니다.

그런 상식의 캐릭터를 완성해 준 것은 그의 바람을 피력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투표를 열심히 한다는 그는 복지 예산을 늘리는 이에게 투표해서 한 20년쯤 지나서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로 희망 한다'는 그의 발언은 무척이나 현실적이면서도 간과되고 있었던 해법이었습니다.

편의점에서 만난 환자 남편에게 혜영은 감정적인 동정이 아닌 현실적인 방법을 이야기 해줍니다. 살아난다는 전제하에 병원비용과 뱃속의 아이를 위한 정서적인 도움이 필요하다고 그녀는 이야기합니다.  아내가 자신이었다면 아이가 어떤 아픔을 가지고 있어도 낳았을 것이라며 남편은 3%의 희망을 선택을 합니다. 

아이를 위해 동화책을 읽어 주고 의사 혜영에게 배운 방법으로 태아에게 음악도 들려주는 그에게 찾아온 부모는 '복남'이라는 태명을 붙여줍니다. 그토록 반대만 하던 부모님들이 비로소 부인을 인정하고 뱃속의 태아를 손자로 받아들이며 지어준 태명을 듣고 촌스러워서 싫다며 하염없이 울던 성지루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아이를 어렵게 수술로 꺼내고 생명을 다한 부인에게 아이를 보여주며 오열하던 성지루는 마지막까지 아내의 손을 잡고 사랑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줍니다. 타인의 시선이 두려워서 자신과 함께 식사를 하다 밖으로 사라져버린 서진과는 달리, 모든 어려움들을 감내하면서까지 자신의 사랑을 선택하고 마지막을 맞이하는 아내를 후회 없이 사랑하는 그의 모습은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깨닫게 해줍니다.

신경 쓴 각본과 영상이 잘 어울리며 의외의 드라마로 다가옵니다. 의학 드라마의 기본에서 벗어나지 않은 채 주제에 천착하며 어렵지 않게 풀어내는 능력은 다양한 감동과 이슈들을 함께 선사하고 있습니다. 매 회 등장하는 카메오들의 열연과 그들의 사랑이 절묘하게 엮이며 <산부인과>를 풍성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담론을 던져준 성지루의 열정적인 연기는 거칠기만 하던 그의 외모와는 달리 감성이 풍부한 그의 또다른 면모를 볼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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