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15. 12:17

설 연휴 특별하게 다가온 '남자의 자격'이 반가운 이유

설 특집들이 천편일률적으로 흐르는 가운데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은 가장 힘들게 일하는 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고궁이나 멋진 휴양지가 아닌 공사 현장에서 땀흘려 일하는 이들 곁으로 다가감으로서, 그들이 어떤 시선으로 시청자들과 조우하고 싶어하는지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남들이 바라보지 않던 다른 측면을 바라보고 함께 호흡하려 노력하는 모습은 의미있었습니다.

삶의 현장으로 떠난 남자들

1. 최고령 팬클럽 가진 스타?

오늘 방송된 <남격>은 이경규와 관련된 의외의 모습으로 시작했습니다. 오십이 넘은 이경규를 위해 팬클럽이 정성스럽게 마련한 선물들이 그를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성을 다해 만들어 온 다양한 선물들은 팬심이 아니라면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이경규의 대사등을 책으로 만들고 <남격>멤버들을 위해 방석, 옷, 대형 포스터등을 만든 팬들은 함께 하는 멤버들에게 맞춤식 선물까지 증정함으로서 이경규에 대한 무한 애정을 보내주었습니다. 스스로도 생전 처음 받아 보는 선물이라며 기뻐하는 이경규는 흥분을 감추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이삿짐 수준의 엄청난 선물들을 보며 이윤석이 던진 "자작극 아니시죠?"는 시청자들도 묻고 싶었던 질문이었습니다. 병풍이 되어버린 '비덩 정진'에게 팬들이 건낸 유머집은 모든 이들을 방긋 웃게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선물을 받아서 일까요? 바로 던지면 터지는 비덩의 유머는 멤버들을 다시 한 번 자지러지게 했습니다. 

그런 고마운 팬들에게 멀리서 올라왔다면 방을 잡아주라는 이경규의 마음 씀씀이와 처음이라 어색하기만 한 그의 표정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출연진들에게 <남격>이 가져다 준 행복은 바로 그들을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임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순간이었을 듯 합니다.

아이돌 스타들의 팬덤을 넘어서는 이경규 팬들의 선물로 화기애애하던 그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의외의 강적이었습니다. '먼지 덮인 밥을 먹으라'는 제작진의 이야기에 설마하며 회피하고 싶은 그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2. 설특집은 현장이다

두려운 기다림으로 조바심을 내던 그들은 전화로 임무를 전달 받습니다. 아파트 건설 현장에 투입되는 이경규와 김성민, 비탈면 녹화사업을 하게 될 이윤석과 이정진, 순대 공장에 투입된 김태원, KBS 세트팀과 함께 할 김국진과 윤형빈은 그들에게 닥칠 상황들에 한 숨만 나옵니다.

밤세워 세트를 허물고 세워야 하는 세트팀의 국진과 형빈은 바로 현장에 투입되어 일을 시작합니다. 스튜디오에서 많은 촬영이 이뤄지는 만큼 다양한 세트들이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보이지 않지만 가장 힘들게 일하는 세트팀들의 고생담이 이들을 통해 고스란히 보여졌습니다.

하루에도 서너 번씩 집을 짓고 부스는 그들의 모습은 프로가 아니라면 감히 흉내도 내기 힘들 정도로 능수능란했습니다. 형빈은 자신이 방금 섰던 '개콘' 무대를 스스로 해체하며 세트가 너무 넓다고 토로할 정도로 알지 못했던 수고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간단한 작업으로 알았던 그들에게 주어진 과제들은 결코 쉬운 일들이 아니었습니다. 설치도 힘들었지만 홰손 없이 세트를 해체하는 작업은 조심스럽고 위험하기만 했습니다. 날라다니 듯 뛰어다니며 일을 하는 전문가들과는 달리 굼뜨는 그들의 행동이 걱정스럽기는 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정도의 분량을 지정해 나름의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습도 돋보였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밤 10시 넘어 현장에 도착해 새벽 5시 30분이 되도록 정신 없는 하루를 보내야만 했습니다. 그 시간 다른 멤버들은 기상해 각자에게 주어진 공사 현장으로 이동을 준비했습니다. 순대 공장에 도착해 기본 속재료 준비와 배합해 하나의 상품으로 만드는 과정을 익히는 김할머니는 어설프지만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1시간 여의 이동을 통해 아파트 공사 현장에 도착한 경규와 성민이 동이 트지도 않아 어두운 상황에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아침 체조로 몸을 풀었습니다. 3시간이나 걸려 도착한 비덩과 윤석은 산악 등반용 장비를 착용하고 15kg가 넘는 철그물을 짊어지고 현장으로 이동해야만 했습니다. 

본격적인 일을 시작도 하기 전에 쓰러지는 윤석을 보며 걱정과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는 현장 직원들의 심정은 답답했을 듯 합니다. TV에서도 허약하기만 하던 윤석이 설정이 아닌 실제의 모습임을 확인하고는 혹시 있을지도 모를 사고가 염려스러울 정도로 그들의 도전은 힘겨움이었습니다. 

3. 편안함 버린 체험 삶의 현장

그들이 현장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될까요? 전문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의 반도 할 수 없는 그들이 현장에서 제몫을 해낼 것이라 기대한 이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그런 현장 속으로 들어 간 이유는 명확합니다. <남자의 자격>이 시작과는 달리 상상도 못할 정도로 커진 영향력 때문입니다. 

높은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방송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혹은 익숙하지 않았던 곳에서 설연휴도 반납하고 일을 해야만 하는 이들을 조명함으로서 소외된 이들을 품으려는 노력은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좋은 것들과 행복한 것들만 보여주는 명절 특집들과는 달리 굵은 땀을 흘리며 열심히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함으로서, 버라이어티가 가진 낮은 접근성으로 땀의 소중함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가식적으로 혹은 방송의 변별성을 위한 선택이라고 해도 결과적으로 그들의 선택은 많은 것들을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1박2일>이 방송 포맷에 맞춰 시청자와 함께 여행을 하듯, <남자의 자격>은 도전 과제를 산업 현장에서 묵묵히 일을 하는 이들과 함께 했습니다. 건강한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려는 노력들이 지속되기를 바라며 다음주 본격적인 그들의 고생담은 고단한 재미와 삶의 가치를 시청자들과 나눌 수 있을 듯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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