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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놀러와 가요의 아버지들-표절을 풍자하다

by 자이미 2010.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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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방송된 <놀러와>에서는 전설적인 작곡가 4인이 출연했습니다. 김현철, 유영석, 주영훈, 윤종신이라는 절대 강자들이 출연해 그들의 음악과 추억을 걸쭉한 입담으로 담아내며, 동 시대를 살았던 이들이나 그들의 음악을 즐겼던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가요의 아버지들 노래를 이야기 하다

1. 시대를 노래하다

예능인으로 인식되는 윤종신이 자신의 히트곡에 현실의 비애를 담아 시작한 <놀러와>는 주영훈, 김현철, 유영석으로 이어지는 그들의 면면은 방송에서 소개했듯,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중가요 작곡가였습니다. 분명 이들과 견주거나 넘어서는 작곡가들도 많겠지만 이들 네 명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유영석과 윤종신의 노래를 무척 좋아했기에 그들의 출연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10대들에게 윤종신은 깝죽대는 방송인, 유영석은 '오빠밴드'에 출연한 사람 정도로 기억될지 모르겠지만, 30대들에게 그들은 대단한 감성을 자랑하는 천부적인 작곡가이자 가수였습니다.

김현철과 동창인 주영훈은 서로 전혀 다른 음악적 세계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대를 함께하며 대한민국 음악계를 주름잡았었던 인물이었습니다. 출연한 4인 모두 싱어 송 라이터들이기에 노래, 작곡, 작사 등에 대한 이야기들은 심도 있으면서도 재미있게 펼쳐졌습니다.

작곡을 하며 가이드 녹음을 할 때는 말도 안 되는 외국어로 부르는 모습들은 원곡과 유사한 느낌도 있는 반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해서 재미있었습니다. 일본어, 영어, 스페인어, 심지어 아프리카 어까지 동원된 말도 안 되는 느낌만 살아 있는 엉터리 외국어로 부르는 그들의 가이드는 색다른 재미였습니다.

한국 저작권 협회에 정식 등록된 곡수와 시청자가 뽑은 4인의 베스트 5는 그들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간단하면서도 정확한 수치들이었습니다. '유영석 226곡, 윤종신 266곡, 김현철 359곡, 주영훈 391곡'이라는 그들이 등록한 숫자만으로도 놀랍습니다. 뒤이어 소개된 시청자가 뽑은 베스트 5는 세대를 아우르며 한 번쯤은 들어 봤을 법한 곡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시청자가 뽑은 베스트 5 - 유영석  
1. 세상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김장훈
2. 네모의 꿈 - 화이트
3. 사랑 그대로의 사랑 - 푸른하늘
4. 자아도취 - 푸른하늘
5. 겨울바다 - 푸른하늘

시청자가 뽑은 베스트 5 - 윤종신
1. 거리에서 - 성시경
2. 넘 감동이었어 - 성시경
3. 환생 - 윤종신
4. 오래전 그날 - 윤종신
5. 너의 결혼식 - 윤종신

시청자가 뽑은 베스트 5 - 김현철
1. 왜그래 - 김현철
2. 난 행복해 - 이소라
3. 달의 몰락 - 김현철
4. 그대안의 블루 - 김현철, 이소라
5. 춘천가는 기차 - 김현철

시청자가 뽑은 베스트 5 - 주영훈
1. 사랑스러워 - 김종국
2. 페스티벌 - 엄정화
3. 배반의 장미 - 엄정화
4. 뮤지컬 - 임상아
5. 포기하지마 - 성진우

시청자가 뽑은 베스트들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작곡가들인지 알 수 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들의 노래에는 그들이 살아 왔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그룹을 결성해 강남 일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는 김현철은 말 그대로 전설이었습니다.

여자 친구와 재수시절 떠난 춘천 가는 기차 여행을 그대로 가사로 만든 불후의 명곡 <춘천 가는 기차>는 언제 들어도 감동이었습니다.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다는 유영석의 <네모의 꿈>은 소외된 인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외계인의 이야기라는 엉뚱한 해석으로 많은 웃음을 전해주었습니다.

대단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그들이기에 가능한 농익은 음악에 대한 농담이고 자부심이었습니다.

2. 직접 보여준 표절의 함정

대단한 4인방과 함께 출연한 게스트들인 케이윌과 임형준은 중간 중간 감초 같은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가이드 음악을 6년 동안이나 했다는 케이윌의 노래 실력은 참 감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꿈이 작곡가였다는 임형준은 자신이 작곡한 곡을 윤종신에게 가져갔던 사연도 전하며 분위기를 이어갔습니다.

자작곡이라며 피아노 반주와 함께 부르는 그의 노래는 모든 이들이 경청할 정도로 감미로웠습니다. 이런 인재가 왜 이렇게 숨겨져 있었지 라며 감탄하던 그들은 어느 순간 반주를 따라 하기 시작합니다. 임형준의 노래를 들으며 건반을 치던 주영훈은 곧바로 신승훈의 '아이 빌리브 I Believe'임을 알아차리고 연주를 합니다. 코드 진행이 같다고 지적하는 그들에게 한방 맞은 그는 다시 자신의 자작곡을 들려줍니다.

뒤이어 그가 부른 노래는 어느 순간 합창으로 변하며 여지없이 표절 의혹에 휩싸입니다. 그 노래는 김민종의 '착한사랑'이었습니다. 자신이 먼저라고는 하지만 김현철이 이야기하듯 작곡가는 노래가 발표되기 훨씬 전에 작곡했을 것이라며 핀잔을 줍니다. 

표절을 만회하려 준비한 '놀러와 로고송'은 익숙한 CF 음악과 유사한 리듬으로 유재석이 따라 부르기까지 합니다. 제법 괜찮은 솜씨를 보였던 임형준은 결국엔 표절 작곡가로 판명이 났습니다. 제작진이 고도로 치밀하게 설정한 것들인지 아니면 튀어 보려고 임형준이 무리수를 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최고의 작곡가들 앞에서 그럴 듯하게 자신의 곡으로 숨기려 한 그는 한 곡을 마무리하기도 전에 꼬리를 잡히고 말았습니다.

자막과 함께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들은 현재 우리 사회의 표절을 풍자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익숙한 멜로디라 쉽게 동화되어 끌리는 음악은 곡이 진행되며 어떤 곡들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고, 결국 표절임이 밝혀지는 과정이 단순하지만 재미있게 희화화되었습니다.

그런 자신의 표절을 만회하려 다시 시도 한 곡 역시 오래되었지만 표절로 이어지고 즉석 작곡이라며 부른 곡마저도 CF 음악과 비슷함이 밝혀지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표절과 그 함정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쉬운 것인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표절에 대한 기준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이미 많이 겪어왔던 시청자들에게 <놀러와>에서 보여준 이 장면들은 작곡가의 양심에 대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누구나 흥얼거릴 정도로 합창하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곡이라고 우기는 상황을 통해 최근 불거진 '와이낫'과 '씨엔블루'의 표절 논란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하나의 잘 꾸며진 상황 극은 작곡가들이라면 표절을 어떻게 잡아내고 이해하는지 쉽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임에도 불구하고 표절이 아니라고 우기는 현실에 대한 풍자는 그래서 유쾌하고 재미있었습니다.

최고의 작곡가들이지만 입담 역시 만만찮은 그들의 이야기는 다음 주에 더해질 예정이라 무척 기대가 됩니다. 그들의 주옥같은 음악 속에 담겨져 있는 사연들과 함께 하는 <놀러와>는 간만에 느끼는 추억여행과 함께 한 즐거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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