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14. 06:24

버라이어티 진화의 진수를 보인 무한도전의 힘

알레스카로 김상덕씨를 찾아 떠나고, 55m 번지점프대 위로 올라간 그들은, 다른 공간과 상황임에도 비슷할 수밖에 없는 한계 상황에 처한 극복기는 예능의 실험장과도 같았습니다. 그 누구도 실험해보지 못한 극한에서 웃겨야 하는 그들의 생생한 활약 기는 무도이기에 가능한 시도였습니다.
 

고공투쟁에 노동자나 연예인은 다를게 없었다


버라이어티의 새로운 역사를 세기는 작업의 힘겨움

1.
지상에서 55m 위에 위치한 번지 점프대 위에서 고립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많은 이들은 그들에게 대단한 웃음을 만들어 낼 수 있기를 바라지만,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 그들은 바닥에 얼마나 많은 부분을 의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일 정도로 악조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10m만 올라가도 아찔함을 느끼며 안정적인 공간에 자신을 최대한 밀착하고 싶은 심정만 가득합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가지기도 할 정도로 높이에 대한 공포는 심각합니다.

정준하가 덩치에 걸맞지 않게 기겁을 하는 이유도 그런 공포증이 만들어낸 비극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잔인한 방송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웃기기 위해 그 높은 곳으로 올라서서, 갑자기 빼앗긴 직업을 되찾기 위해 고공 투쟁을 하는 이들의 심정을 우회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화장실에 가고 싶은 명수 옹에게 제작진의 이야기는 참혹했습니다. 절대 내려갈 수 없는 조건 속에서 매니저가 준비한 요강을 로프를 이용해 받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은 고공투쟁을 하는 이들의 괴로움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한없이 무료한 그들에게 이미 머리는 백지에 가깝습니다. 그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마저도 힘겨운 그들에게 웃음은 사치에 불과했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힘겹게 전달된 중국 요리는 기대와는 달리 군만두 한 접시가 전부였습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최민식이 군만두만 먹던 것처럼 군만두 한 접시에 배고픔을 달래야 하는 그들은, 초코파이 하나로 목숨을 연명해야만 하는 고공투쟁 노동자와 비슷했습니다.

2.
전형적인 진행자가 존재하지 않는 고공투쟁 조에는 상황 극을 만드는 명수 옹도 의미 없었습니다. 상황 극을 설정해 던지면 이를 극으로 이끄는 누군가가 존재해야 하는데 묻어버리는 상황 속에서는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제작진이 던져준 지상에 내려갈 수 있는 조건을 건 게임인 마늘 까기와 풍선 잡기에 몰두하는 그들에게는 버라이어티 정신 보다는 생존과 지상에 내려갈 수 있다는 당근만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뒤늦게 참여한 김제동에 의해 진행이라는 것이 처음 이루어지기 시작합니다. 너무 외로운 그들이 자신들이 부를 수 있는 지인들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늦은 밤에 도착한 김경진은 고공에서 전달되는 퀴즈 맞추기에 실패하며 4시간 동안의 운전에도 불구하고 10분도 안 되는 방송에 참여하고 퇴장할 수밖에는 없는 상황에 놓입니다. 

가족의 생존을 위해 부당한 해고에 맞서 고공에서 투쟁하는 위태로운 노동자들을 만나기 위해 힘겹게 도착한 그곳에서 가족의 안위는 고사하고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하는 투쟁 노동자의 가족을 보는 것과 다름없었습니다. 지상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바람에 흔들리는 고공에서 멀미를 느낄 정도로 힘겨움을 느낀다는 그들과 생사를 알길 없는 가장의 투쟁에 눈물을 흘려야만 하는 가족들의 오열을 <무한도전>은 극단적인 웃음으로 바꿔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눈물을 웃음으로 포장해 전달하는 이 상황 자체가 진한 페이소스가 되겠지요.

최소한의 음식만을 가지고 고공 철탑 등에 올라 출입로마저 차단한 채 자신의 생명과 맞바꾼 투쟁을 벌이는 노동자의 모습을 <무한도전>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단 하루라는 한정된 시간이지만 심한 바람과 위태로운 환경 속에서 주말 버라이어티를 지켜내야 하는 그들의 웃음 투쟁은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투쟁이 항상 성공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패로 끝날 투쟁임을 알고도 투쟁을 해야만 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부당함을 알려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변할 수 없는 한계 상황에 대한 그들의 투쟁은 흔들리는 고공 투쟁의 위태로움보다 더욱 힘겹고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웃음을 전달하는 직업을 가진 그들이라고 처지가 다른 것은 아닙니다. 최악의 상황에서 서있기도 힘든 조건 속에서 시청자에게 웃음을 전달해야만 하는 조건은 쉽게 채울 수 없는 힘겨움의 연속입니다. 유재석의 부재가 가져온 재앙이라기보다는, 척박함 속에서 버텨내야 하는 모든 연예인들의 고통과 투쟁의 기록이라고도 볼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55m 번지점프대 위에서 한나절을 보내고 겨우 라면을 끓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처지가 황당해서 헛웃음을 터트리는 명수 옹을 시작으로 알 수 없는 웃음을 짓는 그들. 함께 웃던 길은 스스로 되묻습니다.

"이 웃음이 종류가 뭘까요?"

다음 주에는 김제동의 활약과 <무한도전>이 가장 사랑하는 그룹 '카라'의 등장으로 간만에 활기찬 이야기들이 고공에서 전달될 듯합니다. 그들의 55m 고공에서의 하룻밤이 무사하게 마무리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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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3
  1. Favicon of https://queeralbumkms.tistory.com BlogIcon M.T.I 2010.03.14 17:3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알래스카 쪽은 재미있게 보았긴 한데,
    이쪽, 유재석 없는 '겉절이'들은 살짝 걱정이 되더군요.........
    누군가 이끌어줄 사람이 없으니 우왕좌왕, 혼돈의 카오스, 이건뭐...
    알래스카에 파뭍혀 방송분량도 압도적으로 밀리고...그야말로 지못미...
    물론 애초에 무한도전에서 그들이 준 웃음은 이런형태였고,
    장관의 설경이 펼쳐져서 볼거리를 장식해준 알래스카완 달리,
    초라한 번지점프대 위라는 좁은공간이어서 보여줄게 상대적으로 없었다고도 생각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때까지 '무한도전'에서 유재석이 가지는 의미가
    너무나도 많은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03.15 06:50 신고 address edit & del

      유재석의 가치가 극대화되고 명수옹의 상황극 역시 받아주는 이 없으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음을 생각해보면 <무한도전>의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난 부분이었죠.

      개인적으로는 번지 점프대에서의 1박 2일을 다른 측면으로 바라봤기에 의미있게 보기는 했어요^^

      비오는 월요일이네요. 이번 한 주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2. 크크섬시즌투 2010.03.15 18:15 address edit & del reply

    글 잘 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개그맨 김경진씨의 출여부분이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약간은 허무하면서도 뜬금없이 스피드퀴즈라니..난이도를 보니 이건 뭐.. 아예 올라오지 말라는..ㅋㅋ
    너무 기발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다음주도 기대됩니다..
    물론 자이미님의 글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