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24. 07:21

동이 2회-검계 지도자 천호진의 이른 죽음의 의미

시작과 함께 강한 흐름과 긴장감으로 몰아가는 <동이>는 의외로 주요한 배역들을 내치기 시작했습니다. 좀 더 현실적인 천민들의 조직인 '검계'를 전면에 내세우며 동이의 성향을 강하게 각인시켜주었습니다. 더불어 그녀가 추구하고자 하는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아버지와 오빠의 죽음을 통해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천호진을 희생해 동이를 살린 다


1.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들

권력을 가진 양반들의 연이은 죽음과 그 원인이 '검계'의 짓으로 몰아가는 상황에서 범인의 윤곽을 잡아가려는 포도청 종사관 서용기와 오작인 최효원은 증거들과 정황들을 종합하며 점점 범인에게 다가갑니다. 종합한 여러 정황상 검계가 아닌 남인 세력들의 권력 다툼의 결과임을 알게 된 그들은 적의 턱밑까지 다다를 수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들을 파악하게 된 이조판서와 조카인 오윤은 그들을 위한 모사가 진행됩니다. 천민 조직인 검계는 낮은 직급이지만 점조직처럼 넓게 퍼져있어 다양한 정보들을 취득하기 용이합니다. 이런 장점을 적극 활용해 실마리를 찾아가던 검계는 진행 상황들을 종사관 서용기에게 전달하며 사건의 흐름을 잡아줍니다. 그런 상황을 즉시 아버지에게 고하고 왕에게 남인들의 문제를 알리려 합니다.

마지막 결정적 제보를 하는 과정에 이조판서 무리에게 걸리며 모든 상황은 역전이 되어버립니다. 끈끈한 서용기와 최효원의 고리를 서용기의 아버지의 죽음으로 끊어버리고 검계의 무리들도 모두 처단하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계가를 올리게 됩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도 어린 동이는 문안비가 되어 평생 입어보지 못했던 비단 옷을 입는 게 소원입니다. 어른들의 고민과는 달리 오직 비단옷을 입는 것에만 정신이 팔린 동이는 아버지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문안비로 나서 악의 중심인 이조판사 앞에 나섭니다.

살인범의 누명을 뒤집어쓰고 쫓기는 아버지와 자신의 상황도 모른 채 비단옷을 입고 영특함을 뽐내는 게 즐거운 동이는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나마 죽음 직전에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그녀는 양반을 죽인 천민으로 잡혀 의금부로 끌려가는 아버지와 오빠를 발견하게 됩니다.  

어린 동이로서는 자신의 운명을 좌우하고 인생이 지표를 세울 수밖에 없는 강한 동기를 부여하게 된 아버지와 오빠의 죽음은 그녀에게 어떻게 작용하게 될까요?

2. 권력 암투를 통해 극의 가이드를 제시하다

상당히 빠른 전개를 통해 아역 배우들을 버리고 성인 배우들로 극의 흐름이 바뀌려합니다. 초반 극을 이끌고 있는 이는 동이 보다는 그녀의 아버지인 천호진입니다. 그가 이끌고 있는 '검계'는 <추노>에서도 다뤄지고 있는 '노비당'의 역사 속에 실재했던 모습이기도 하지요.

철저한 계급사회에서 권력을 가진 극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의 차이는 극단적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차등은 비리와 불합리함을 낳을 수밖에 없고 그런 악순환은 결국 힘없는 다수의 몫으로 돌아갈 뿐입니다. 이런 불합리함을 개선하고자 하는 조직들은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밖에는 없습니다.

바로 그렇게 자생적으로 생겨난 조직이 바로 '검계'였습니다. 그들의 활동은 양반을 죽이는 극단적인 행동이 아닌 도망노비들을 구해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불합리한 상황들을 차츰 개선해나가는 모습들이 전부였습니다. 어느 사회에서나 그러하듯 그런 조직들을 철저하게 이용하는 무리들은 있기 마련입니다. 권력과 자본의 노예가 되어 스스로의 탐욕을 위해 다수 사람들을 저당잡는 무리 배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깊숙하게 박힌 모난 돌인가 봅니다. 

지략을 통해 권력을 영위하는 정치가들에게 자신들에게 유리한 모사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영특한 머리를 사리사욕에만 사용해서 문제이지 탁월한 상황 판단은 정의감에 불타는 포도청 종사관 정도는 쉬운 일일 뿐입니다. 정의를 위해 일하는 이들이 범하기 쉬운 정의만을 위한 희생을 철저하게 이용하는 이조판서 오태석의 모습은 진정 악의 모습이었습니다.

거대한 권력을 적극 활용해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그들을 전략의 도구로 사용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그렇게 자신의 권력을 얻기 위해 같은 남인 세력들을 제거하며 종사관을 이용해 검계의 짓으로 몰아가는 과정은 사리사욕과 권력에 눈이 멀지 않고 정의를 향해 가는 그들이기에 쉽게 걸려들 수밖에 없는 덧이었습니다.  

이조판서, 의금부, 포청 종사관, 검계, 동이 등 등장인물 가족들의 죽음과 탐욕이 얽히고설킨 상황에서 그들은 원수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당연히 서로의 적대 관계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동이>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 될 수밖에 없음을 두 번의 방영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3. 새로운 시작은 젊은 세대들의 몫

무게감 있는 천호진이 이른 시간 안에 자신의 정체를 다 드러내고 죽을 수밖에 없는 건 동이를 살리기 위함이지요. 중의적인 표현으로 사용되어질 수밖에 없는 생존은, 극중 동이가 죽음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나 삶을 이어간다는 의미와 극중 캐릭터가 천호진의 죽음으로 명확해진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렇듯 초반 미스터리 수사 극을 펼치듯 이어가는 과정을 통해 검계라는 조직의 정체와 그들이 추구하는 삶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제작진들은 <동이>가 끝나는 시점까지 어떤 이야기들을 하고자 하는지 명확하게 해주었습니다. 차별받으며 살아야 하는 천민의 삶을 살았던 동이가 궁궐로 들어가 영조의 어머니가 되는 과정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단 하나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죽음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천호진의 당당하게 의로운 죽음을 택하는 이유는 검계라는 조직이 지속되어져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조직을 통해 차별 없는 세상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지속될 수 있도록 스스로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려는 그의 죽음은, 스스로 자신을 버림으로서 끝날 수도 있었던 그들의 꿈이 영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젊고 보다 영특한 천수가 새로운 지도자가 되며 좀 더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검계'가 될 수밖에 없기에 그의 죽음은 마지막이 아닌 새로운 시작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적을 드러내고 전면전을 펼친 이유는 숨기며 풀어가는 재미보다는 열어 둔 채 과정의 재미를 즐기라는 제작진들의 의미입니다.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바둑을 두듯 한 점씩 나누는 승부에서 나오는 재미는 어설프게 숨기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선택일 테니 말입니다.  

제작진들이 의도적으로 설정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인들 간의 암투와 천민들의 분개 등은 현재 우리의 모습과 무척이나 닮아 있습니다. 정체는 곧 죽음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모든 것들이 철저하게 소수의 권력자들을 위한 세상으로 변한 상황에서 천호진의 죽음은 강력한 시작을 의미할 뿐입니다.

386세대들의 실험은 실패에 가깝고 절망스러운 정치권에 새로운 희망은 검계에 영특하며 정의로운 젊은 지도자가 등장하는 것과 유사할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차별 없는 평등이 아직까지도 없어지지 않았지만 그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지속시킬 수 있었던 것은, 천호진의 죽음처럼 개인을 버리고 영속적인 지향점을 택한 그들의 노력이 현재까지 이어질 수 있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자신의 죽음으로 꺼질 듯한 촛불을 살려 젊고 유능한 새로운 지도자에게 넘긴 <동이>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합니다. 긴 호흡으로 나아가는 그들이 초반 빠른 전개와 강한 임팩트를 부여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모두 드러낸 이유는 명확해서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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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4
  1. intellective 2010.03.24 09:20 address edit & del reply

    어제 서용기가 했던 말에 <포도청에서 제대로 수사도 안된 물증(인)을 의금부로 넘기면 중죄로
    치부된다는 말...> 검경의 한 단면을 보여주더군요.
    수사와 기소,판결...과연 문제점은 무엇인가...
    또 남인과 서인세력간의 기운으로 인한 그 자체 또다른 분열...
    사극을 볼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예나 지금이나 모든것이 정말 돌고 도는것인가 싶습니다.
    지금 현시대에선 의로운 자가 진정 필요할 때입니다.ㅎㅎ

    포도청 종사관 나으리와 오작인의 의가 어긋남에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배수빈씨 극에서 처음 봤는데 연기를 참 잘 하시는 듯 합니다.^^;;
    3회 부터는 드디어 동이가 성인으로 나오는 것 같은데
    극의 흐름을 깨지 않는...배역에 몰입이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자이미님 굿모닝입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03.24 12:28 신고 address edit & del

      intellective님의 말씀처럼 현재 우리의 모습을 풍자하는 것 같아 씁쓸한 웃음밖에는 안나오더군요.^^

      흥미롭게도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내는 <동이>가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게 다가오네요.

      저 역시 배수빈의 연기를 거의 보지 못했는데 의외의 발견이 된 듯합니다. 성인 연기자들의 얼마나 이야기를 맛깔스럽게 끌어갈지 기대됩니다.

      따뜻한 오후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2. 10 2010.03.24 10:56 address edit & del reply

    일찍 죽게되야 비장감도 들고 주인공에게 무게도 실리고요. 우리의 주인공들은 오직 홀로 서는거니. 햐튼 분위기는 그윽하긴한데.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03.24 12:29 신고 address edit & del

      분위기는 그윽하긴한데에 뭔지 만족스럽지 못한 아쉬움이 진하게 베어있네요^^

      아쉬운 부분들도 많은 시작이지만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사극임을 감안했을때 다양한 이야기들을 끄집어 놓기에 용이한 시작이었다고 보여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