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3. 26. 13:23

산부인과 16회-장기 기증 통해 진정한 사랑을 이야기 하다

자주 등장했던 소재인 의학 드라마에서도, 그동안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았었던 <산부인과>를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해왔던 드라마가 막을 내렸습니다. 비록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매 회 그들이 담아내며 이야기했던 주제들은 한 번쯤은 곱씹어 봐야할 내용들이었습니다.

16회-만약 운명 같은 게 존재한다면


어쩌면 운명은 이렇듯 드라마 같은 것

정식 프러포즈를 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반지를 건네려던 상식은 의외의 변수에 주춤합니다. 아이의 아빠인 서진을 만나러 나온 혜영과 엇갈리는 상식은 또 다른 오해로 마음을 감추고 맙니다. 태어날 아이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서진과 이를 오해한 상식의 모습은 사랑에 서툰 사람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이혼을 선택하지 않았던 남자와 아이를 버리기 힘들어했던 여자. 그렇게 엇갈리는 사랑 속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그들 사이에 한 남자가 들어와 여자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꾸준하게 일깨워줍니다. 사라질 수도 있었던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해준 남자에게 마음이 다가가는 것은 인지상정이겠지요.

그나마 뒤늦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애정 없는 결혼에 종지부를 찍고, 혜영에게 결혼은 아니더라도 자신을 이용해 태어날 아이의 앞날을 걱정하는 서진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혼이라는 사회적인 제도에서 사랑과는 상관없이 짐 지워진 굴레 속에서 그들의 선택은 한정적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결국 사랑은 했지만 멀어진 마음을 돌이킬 수는 없고 핏줄에 연연하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태어날 아이가 가질 수 있는 불합리함을 어느 정도라도 없애기 위한 서진의 제안은 그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과도 같았습니다.

마지막 회의 소주제처럼 '만약 운명 같은 게 존재한다면'을 통해 주인공들의 운명적 만남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마지막 환자들의 '죽음과 탄생'을 통해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임신한 뇌졸증 환자와 심장질환으로 아이를 낙태해야만 했던 심장이식 대기환자의 모습은, 혜영과 상식의 사랑과 미래 그리고 <산부인과>의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출산을 앞둔 상태에서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와 심장 이식 수술을 급히 받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환자. 죽어가는 환자는 아이를 잉태하고 있고 아이를 잃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여인에게는 그 어떤 희망도 위태롭기만 합니다.

아무리 발을 동동거려도 누군가 심장을 기증하지 않는다면 결코 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정말 운명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뇌사 판정이 난 후 죽음을 선택한 가족은 의사들의 권유로 장기 기증을 결정합니다. 그렇다고 같은 병원에 입원한 채 심장 이식 수술을 기다리는 그녀에게 기회가 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KONOS(국립 장기이식 관리센터)에서 여러 가지 상태들을 종합해 결정하는 상황이기에 자신들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했습니다.

드라마가 제시한 '운명'이란 게 있다면 그녀에게 심장이 전달 될 수밖에는 없었겠죠. 남편의 장기기증과 아픈 부인의 위중한 상태. 더불어 그녀보다 앞서 받을 수 있었던 환자의 상태가 좋지 못해 그녀는 운명처럼 새로운 생명을 선물 받게 됩니다. 

그렇게 아이를 품고 죽어간 여인의 심장을 이식받아 새로운 삶을 살게 된 환자는 조금씩 운동하는 게 심장에 좋다는 의사의 충고로 병원을 거닐다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다름 아닌 자신에게 심장을 건넨 여자의 아이를 앉고 있는 상식 때문이었습니다.

원인을 알지 못하던 그녀는 병원을 떠나 시설로 가려는 아이와 운명적으로 조우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를 가슴에 품고 눈물을 흘리는 그녀는 아이 엄마의 심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죠. 그녀는 죽었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장기들을 통해 7명에게 새로운 삶을 전해주었습니다. 그러나 죽어서까지 미련을 떨칠 수 없었던 것은 홀로 남겨진 아이였습니다.

그렇게 운명처럼 끌리던 그들은 합리적인 방법을 찾기로 합니다. 소제목을 제시하지 않았다면 비약이 심해 드라마적인 연결이 매끄러울 수 없었지만 삶이란 이렇듯 운명이란 것이 존재한다면, 서로를 엮어줄 수 있음을 행복하게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죽어가며 새로운 생명을 전해주듯 남겨진 아이는 자신의 장기를 이식받아 살아난 여인이 키우게 된다면 그들의 운명은 천년을 이어온 숙명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에 서툴기만 한 혜영과 상식은 오해로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던 그들도 운명으로 맺어 새로운 삶과 인생을 살게 된 그들을 바라보며 서로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합니다. 상식이 끼워준 반지를 다시 돌려주며 "반지나 약속으로 묶어두는 것이 아닌 믿음"을 강조하는 혜영은 마지막까지 멋있었습니다. 서로의 일에 최선을 다하며 다음 만남에서도 지금과 같은 설렘이 유지된다면 그때 다시 생각해보자는 그녀의 말은 천하무적 장서희다웠습니다.

어떤 명료한 해법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 혜영은 <산부인과>내내 보여주었던 성격만큼이나 현실적이면서도 열정적이었습니다. 소극적이며 생각이 많은 상식을 리드하며 진솔한 사랑의 가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그들은 지금 당장 결혼이라는 틀 속에 자신들을 가두지 않고 믿음이 바탕이 된 사랑을 존중합니다.

송중기와 이영은의 결혼식에 당당하게 손을 잡고 입장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사회적인 틀이 제시하는 행복이 아닌,  믿음이라는 가장 소중한 가치 안에서 행복한 그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핏줄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핏줄보다 진한 인연이라는 틀로 새로운 가족 관계를 이야기하는 그들의 모습은 아름다웠습니다.

비록 아쉬운 점들도 많았지만 매 회 다양한 문제를 가진 환자들을 통해 나와 주변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산부인과>라는 공간이 주는 '사회적 폐쇄성'이 이번 드라마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될지는 알 수 없지만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마지막을 장기기증의 중요성과 사랑을 하나로 묶어 '장기기증=사랑'이라는 등식을 멋지게 대입시킨 <산부인과>의 마지막 회는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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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9
  1. 2010.03.26 14:29 address edit & del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03.26 20:52 신고 address edit & del

      아..2월에 컨플레인이 들어왔다고 다른 쪽에서 연락을 해주던데 그것 때문이었나..? 연락 좀 달라고 했는데 컨플레인을 내가 연락해서 들을 이유가 없어 할말 있으면 정당한 방법으로 제시하라고 했는데..그게 그거였나보네요.^^

      정당한 방법으로 제지를 한다면 상황을 봐서 받아들이면 되는데 돈들여 다운받아 사용하는 화면에 대한 권리가 누구에게 있는가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이지요. 더욱 기자들의 TV캡처와 달리 자신들이 돈벌기 위해 만든 콘팅 사용에 어떤 대처를 어떻게 할지 궁금한데요^^

      뭐 쿨하게 웃죠 뭐...^^;;

  2. genteiko 2010.03.26 15:59 address edit & del reply

    삶과 죽음의 의의에 대해 이야기한 마지막회였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이 슬프고 무서운 것이지만
    그것이 사랑과 이어질 때
    거기에는 희망과 새로운 생명으로 이어지는 연장선이 생기는 것이겠지요.

    비록 무의식 속에서 결정된 장기이식이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생명을 전해준 그녀이기에
    그 장기를 받은 모든 사람들의 몸 속에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겠지요.
    또 그렇게 자기의 심장을 주었기에
    자기의 아기와 다시 만날 수 있는 행복을 얻을 수 있었고요.

    그리고 사랑이 끝났을 때
    아기의 실질적 아버지와의 인연도 끊어버리고
    세속의 편견에서 벗어나
    사랑으로 자기를 감싸주는 상식이를 선택하는
    혜영이의 모습은 님의 말씀대로 너무 멋있었습니다.
    핏줄에 얽매인 울타리 안의 갇힘이 아니라
    사랑에 의한 자유를 선택하는 혜영이,
    사랑과 일 모두를 버리지 않는 그 모습이 참 보기좋았습니다.

    그러고 보면 <지붕뚫고 하이킥>과는 참 다른 사랑이네요.
    이기적이고 추상적인 죽음의 색갈을 가진 <사랑>이 아니라
    희망을 주는 사랑이야기라서
    보는 사람까지도 행복하게 해주었습니다.

    마지막에 지꾿게 사회를 부탁하는 상식이에게
    "식장에 가보지 않고서는
    누가 사회자가 될지 모를 일이라"며 쐐기를 박던
    재석이의 말에는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마지막까지 재석이다운 모습이어서 참 보기 좋았습니다.

    자이미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보았기에
    <산부인과>를 더 재미있고 의미있게 보았던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03.26 20:57 신고 address edit & del

      그렇죠. 사랑과 죽음에 대한 가치도 어떤 방식으로 바라보고 사유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요즘 많이 목격하게 되네요^^

      겐테이코님의 말씀처럼 <지붕킥>과는 다른 희망가를 부르는 내용들이 많아 그나마 주문을 외우듯 희망을 이야기해보게 됩니다.

      인간이란 감성적인 동물이라 어느 환경에 지배당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절망보다는 희망을 바라보는 것이 행복이라고 봅니다.^^

      핏줄도 막연한 결혼이라는 틀거리도 모두 버린 채 '사랑'에 대한 믿음을 이야기하는 진보적인 가치관이 의외의 재미였어요. 이렇게 알게 모르게 세대의 가치관들이 변해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요인들이라고 보여지네요.

      겐테이코님이 이렇게 화답해주고 호응해주니 다시 한 번 곱씹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주말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랄께요^^;;

  3. 독일 2010.03.26 18:59 address edit & del reply

    드문드문 보던 드라마였지만 좋은 이미지가 남아있어서 마지막회도 보았습니다.

    전 쪼금 울었는데요..^^;; 심장을 받은 여인이 아기를 보고 저도 모르게 가슴아파하며 눈물 흘릴때 저도 심장이 같이 뛰었던 것 같았습니다..

    진부하지 않으면서도 흐믓하게 마무리되었던 산부인과였어요..(사실 몇편 보진 못했어요)

    일이든, 학업이든, 또 그 무엇이든 어제 그 여인처럼 가슴이 뜨겁게 반응하는 그런 걸 저도 느껴보고 싶네요..정말로..^^

    이곳은 오늘도 화려한 봄날을 장식합니다. 원래 독일날씨가 좋냐구요..아니오..
    그래서 수다나 즐기러 떠나보렵니다. 주말 잘 보내시구요!!!!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03.26 21:01 신고 address edit & del

      여전히 독일은 봄이로군요^^ 여긴 다시 겨울이 찾아오려나 봐요. 바람이 차네요. 다음주에도 비와 함께 꽃샘추위가 찾아온다고 하니 4월에도 겨울 느낌으로 살아야 하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식상할 수도 있을텐데 '운명이 있다면'이란 단서를 달고 진행하는 극의 흐름은 다른 인과관계를 떠나 그 상황과 가치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어요.

      독일님 말씀처럼 쿨하게 마무리해서 보면서도 흐믓해지더군요. 일과 학업 모두 가슴뜨겁게 해낼 수 있다면 좋겠는데...참 어렵죠.^^ 독일님 화이팅 하시고 수다는 많이 떠셨나 모르겠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 바랄께요^^;;

  4. Favicon of http://franco.tistory.com BlogIcon 키키 2010.03.27 00:28 address edit & del reply

    본방사수(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웹에서 보는거지만 그래도 매일 꼬박꼬박 제시간에 봤으니..)하는 드라마 하나가 또 끝났네요. 16회가 마지막인지 모르고 보다가 당황했답니다. 마지막회라고 나와서요. 제가 즐겨보는 병원이 무대인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와 흡사했던 회여서 쪼금 그랬지만.. 그래도 흐뭇하게 끝나서 기분이 좋았던 마지막회였습니다.

    제가 사는 곳이 독일과 멀지 않은 곳이라 자이미님 블로그에서 자주 뵙는 '독일'님이 어디에 사시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독일님 블로그가 없으셔서 아쉽네요. ^^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03.27 07:15 신고 address edit & del

      키키님 반가워요^^

      먼 곳이지만 함께 나눌 수 있는 방송이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요. 흐믓한 열린 구조로 만들어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었네요.

      독일님도 절실하게 키키님을 찾으시던데. 어쩌면 생각보다는 가까운 곳에 살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꼭 연결되어 자주 소식 나누는 관계가 되시면 좋겠네요.^^

      주말 행복하게 보내시기 바랄께요^^;;

  5. 이상한 나라, 이상한 앨리스 2010.03.27 13:56 address edit & del reply

    보는 내내 약간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자이미님 말씀대로 미드와 같은 시즌드라마의 가능성을 보여 준 '산부인과'가 아니었나 합니다. 저도 사실 보는 내내 상식이나, 재석과 같은 사랑이 가능할까.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사랑한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다른 남자의 아이보다 그녀에 대한 사랑이 더 크다면 그런 내 마음이 더 크다면 그래서 그녀를 놓치기 싫다면 결국 그런 것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겠다고요. 그리고 아주 작긴 하지만 어쩌면 저런 사랑도 존재할 지 모른다는.
    사랑은 국경도,나이도~ 어떤 문제들도 넘어서는 거라고 하니까요.
    그러고 나니, 마지막까지 왕선생 캐릭터가 아주 좋더라구요, 끝까지 정리도 멋있게, (술마시는 자면에서)친구라면 여기 오지 말았어야 한다고.
    그런 왕선생이라면,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기꺼이 행복하길 바라는- 그런 사랑을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이미님 글은 항상 재밌게 읽고 있어요, '산부인과'에 관련된 괜찮은 리뷰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자이미님 때문에 즐거웠습니다. 이제 드라마가 끝나서 많이 아쉽네요~

    앞으로 다른 글들도 많이 써주세요~, 즐겁게 보고 갑니다. 또 들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