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4. 4. 09:16

이민호와 송창의 흥미로운 '동성애' 대결

수목 드라마와 주말 드라마에서 동성애를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우리사회에서 동성애는 무겁고 터부시되는 부분임은 분명합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은 여전히 멀기만 한 존재입니다. 동성애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은 서구사회나 국내에서도 오랜 시간 논의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서로의 시각차만 확인할 뿐이었습니다. 

동성애 이야기하는 드라마


1. 인생은 아름다워vs개인의 취향

SBS에서 주말에 방송되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어제 방송 시청률이 15.2%를 기록하며 새로운 주말극의 강자로 올라섰다고 합니다. MBC 수목에 방송되는 <개인의 취향(이하 개취)>은 12%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순항 중입니다.

김수현이라는 작가가 가지는 고정 팬 층과 이민호와 손예진이라는 스타파워를 내세운 이 드라마가 공교롭게도 '게이'를 언급하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가 동성애를 다루는 방식은 직접적입니다. 제주도에서 펜션을 운영하며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드라마는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다양한 삶을 통해 가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재혼 가족인 주인공 집안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이 함축적으로 녹아들어 있습니다. 각자의 자식들과 하나가 되어 태어난 아이들이 함께 살면서 만들어내는 간극과 화합은 <인생은 아름다워>이 내세우는 가장 큰 가치입니다.

이런 가족의 이야기에 큰아들이자 의사인 양태섭(송창의)의 존재는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모든 것이 완벽한 그가 이성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동성애자이기 때문이지요. 방송 전부터 논란이 되기도 했었던 그의 역할은 급격하게 진행되지는 않지만 잔잔하게 서로의 감정들을 나누는 장면을 통해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조금씩 허무는 것처럼 보여 집니다.

이에 비해 <개인의 취향>은 동성애라는 가상의 역할을 통해 현실 속의 게이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인 이민호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게이로 몰립니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스스로를 게이로 가장하며 살아가도록 강요합니다.

그런 강요된 게이 아우팅은 극의 흐름을 유쾌하게 몰아가며 게이에 대한 직접적인 이야기보다는 게이라는 특별한 성을 가진 존재를 통해 남성과 여성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같은 동성애자를 다루면서도 전혀 다른 무게감과 색깔로 다가가는 이 두 드라마는 그러나 공통된 결과를 요구합니다.

그들이 던져준 동성애를 통해 시청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게이도 문화다'일 것입니다. 물론 게이라는 문제를 직접적으로 드라마로 끄집어 들여 이슈화하고 이를 시청률에 연계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동성애를 끄집어들인 측면들도 있겠지만, 이를 단순한 수단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이들 드라마가 하나의 문화로서 이해시키고 정착시킬 수 있다면 특별한 의미를 가진 작품으로 기억될 수 있을 듯합니다.

2. 이민호vs송창의

정극에서 다루는 동성애와 코믹 트렌디 드라마에서 다루는 게이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송창의와 이민호가 보여주는 게이 대결은 서로 다르지만 의미 있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진짜 동성애자 연기를 하는 송창의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동성애자로 보이는 연기를 하는 이민호의 모습이 시청자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까요?

일본 만화들을 보고 자란 이들에게 동성애 코드는 익숙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터부시되는 사회 속에서 동성애가 진하게 담긴 드라마가 평일과 주말 저녁시간대를 찾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경직된 사회에서 쉽지 않은 소재를 끄집어 들여 담론의 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은 실제 동성애자들이 거리에 나서 많은 이들에게 자신들의 권리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방송에서 게이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 가족이고 이웃임을 다룰 수 있느냐의 전제조건이 필요하지만, 90년대 초반 국내에도 거세게 일었던 동성애 운동이 다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극단적인 호모포비아들이 산재하고 사회적으로 동등한 입장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는 않지만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해야 하는 우리의 이웃임을 생각해보면 <인생은 아름다워>와 <개인의 취향>이 이야기하는 동성애는 의미 있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보여주는 동성애 문제가 가족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송창의가 당당하게 커밍아웃을 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느냐는 중요한 문제입니다. 역설적으로 이 작품에서 거론하는 동성애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표류하거나 버리는 형태로 나타난다면 동성애에 대한 문제는 더 깊은 나락으로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게이가 아니기에 가볍고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개인의 취향>보다 진짜 동성애를 다루는 <인생은 아름다워>는 흥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더불어 이민호와 송창의 두 멋진 남자가 선보이는 동성애 연기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보여 지는지도 궁금하지요. 멋진 남자는 다 게이라는 속설이 그대로 반영된 드라마 속 그들의 모습이 과연 많은 이들에게 게이에 대한 편견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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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queeralbumkms.tistory.com BlogIcon M.T.I 2010.04.04 15:02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인생은 아름다워>라는 드라마는 보지 못했지만,
    <개인의 취향>에서 보여줄 수 있는 '동성애'는 한계가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결정적으로 '진호'가 보여줄 모습은
    '이성애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요.
    어떤 식으로든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있고,
    이 드라마의 결말은 동성애에 대한 고찰보단 개인과 진호의 사랑 보여주고 막을 내릴거니까요.

    ps. 게이 또한 문화라고 말씀하신거엔 조금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있어 조금은 아픈 '삶의 방식'일지도 모르니까요.
    최근의 드라마, 영화에서 엿볼수 있는 동성애코드 또한 솔직히 부담됩니다.
    물론 긍정적으로 시각이 변할수 있게 될수도 있겠지만,
    어떤 이에겐 진실로 가슴아프고 힘든 '실제 삶'이
    어떤 이들에겐 단순한 '볼 거리, 웃음 거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며칠 트랙백이 남겨지지 않네요. 이쪽 컴이 문제가 있는것같습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04.05 06:46 신고 address edit & del

      동성애라는 화두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여전히 답보상태이지요. 그나마 북유럽쪽이 조금은 관대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바라보고 동성의 결혼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말이죠.

      동성애를 유희의 도구로 바라보느냐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주변의 삶으로 인정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드라마에서 단순한 눈요기와 화제거리로 삼을 것인지 인정해야 할 또 다른 삶으로 바라볼지는 두고봐야 할 듯합니다.

      <개취>는 철저하게 게이를 드라마적인 장치로만 사용하고 있지요. <인생은 아름다워>는 다르게 접근하고 있지만 말이죠^^

      트랙백은 잘되다 안되다 말썽이 많네요. 티스토리나 다음에 문의를 해도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답변만 오네요.

      4월 첫 월요일입니다. 행복한 한 주되시기 바랍니다.^^;;

  2. fireflies 2010.04.12 23:12 address edit & del reply

    이런 문제들이 예능이나, 다큐, 혹은 시사 문제가 아닌 드라마에서 나온다는게 반갑기도 혹은 조금 슬프기도 하지만.
    개취는 모르겠지만, 인아는 제발 마지막에 집안문제때문에 포기한다던가..그런식으로 안나왔음좋겠어요.
    하나의 , 트렌드가 아닌 이런 인생도 인정해줘야한다는걸, 주말드라마에서 보여준다는게 굉장히 반가워요.
    20,30대가 아닌 그 이상의 사람들이 보는 시각을 조금이나마 부드럽게 만들어 줄 수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