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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무한도전 200회 특집, 유재석의 무한도전은 풍자의 끝이다

by 자이미 2010.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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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무한도전 200회>가 방송되었습니다. 집요하게 방송장악을 시작하는 정권에 맞선 총파업은 한 달이 넘는 공백을 만들어냈습니다. 하지만 그 공백은 <무한도전>의 존재감만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그들은 건재함을 과시하며 200회를 맞았습니다.

기부와 새로운 도전으로 시작한 그들이 진리다



1. 재기발랄한 기부가 좋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200회를 맞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5년을 한결 같은 마음으로 방송을 한다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체가 아닌 진화를 거듭하는 그들의 모습은 역시 대단했습니다. 단순한 예능을 벗어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끄집어내어 희화화하는 그들의 모습은 사회가 혼란스러울수록 빛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200회 특집 아이디어 회의를 하던 그들은 20회 특집과 100회 특집을 회상하며 그들이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스스로 흡족해해도 좋을 정도의 족적을 남긴 그들이었죠. 아이디어 회를 시작하자마자 명수옹이 꺼낸 신곡 '파이아' MV 촬영은 곧바로 기부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갑니다.

억지기부천사가 되어버린 명수옹은 MV 제작 조건으로 이천만원 기부를 공헌하며 그동안 언행일치를 하지 못한 기부 부채에 대해 이야기까지 나아갔습니다. 방송을 하면서 습관처럼 내던지는 기부들이 이행되었던 것과 아직까지도 이행되지 못했던 것들까지 밝혀지며 궁지에 몰린 명수옹의 절박함은 재석에게 지급보증을 부탁하게 되는 상황까지 이어지지요.

알고 있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방송과는 달리 실제 오랜 시간 꾸준하게 기부하고 있는 명수옹(재석도 꾸준하게 기부중이지요)이지만 방송에서는 웃음의 소재로 만들어 자신을 극단적으로 몰아가며 빅 재미를 안겨주곤 합니다. 예능감이 충만한 그들의 기부 릴레이는 200회 특집에서도 화려하게 빛이 났습니다.

계획과는 달리 <퀴즈가 좋다>가 <기부가 좋다>로 바뀌어버린 그들의 기부 쇼는 퀴즈를 맞추는 사람이 정해진 기부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머리가 아닌 양심으로 푸는 <기부가 좋다>는 재미와 의미를 모두 담아낸 새로운 시도가 아닐 수 없지요.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은 문제들과 그 문제들을 맞히면 주어지는 상금과 선물을 당사자의 사비로 불우이웃을 돕는 형식은 기존의 방식을 비틀어 새로움을 만들어낸 멋진 기획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금액이 커질 수록 문제를 맞혀야 하는지 말아야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그들의 모습과 마지막 반전으로 다가온 하하의 모습은 재미와 의미를 극대화 해주었습니다.

만약 <기부가 좋다>가 정규 프로그램이 된다면 이에 출연하는 이들이 있을까요? 모 프로그램에서는 최종 우승자에게 현금 오천만원이 주어지기도 하는데 그 프로그램의 최종 상금을 자신이 기부해야 하는 형식의 프로그램이라면 과연 유지될 수 있을까요?

인간의 습성 상 아마도 최종 상금은 방송이 폐지될 때까지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실제 정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지기는 힘들겠지만 기부의 생활화와 기부를 유쾌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취지는 매우 뛰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기부가 좋다>가 정규방송이 되고 적정한 금액 조정을 통해 진행된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말이죠.

그런 프로그램에 참가하고 싶어 예심을 치르고 과열되는 분위기 속에서 기부를 하고 싶어 문제를 풀기 위해 경쟁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가 꿈꾸는 이상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대를 비하하고 공포를 유발해 자신의 욕심만 채우기 급급한 현대인들에게 이런 따뜻한 마음을 던져주는 <무한도전>은 역시 레전드였습니다.

2. 생방송보다 힘든 편집 없는 녹화 

그들의 아이디어 중 하나는 버라이어티를 생방송으로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엉뚱한 형도니가 내놓은 이 아이디어는 가히 혁명적이었죠.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는 버라이어티를 생방송으로 하자는 것은 모험을 떠나 존폐를 논할 수도 있을 정도로 무모함이 가득하니 말이지요.

이런 무모한 기획안을 그대로 진행하려 한 김태호 피디도 대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 만약 <무한도전 생방송>이 진행되었다면 이는 그 어디에서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진정한 무한도전이 되어버릴 뻔 했습니다. 특집이라는 이름으로 시도하기는 했지만 그들의 무한한 무모한 정신은 박수를 받아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파업으로 인해 생방송은 할 수 없었지만 그들은 차선으로 편집 없는 생방송 같은 녹화를 결정합니다. 200회 특집을 가감 없는 날 방송으로 그대로 내보내겠다는 그들의 의지는 대단했습니다. 110분 동안 편집 없이 진행되는 그들은 사전 준비가 절실했습니다.

엄청난 제작비가 소요되는 세트를 지을 수 없는 그들은 음악중심 세트를 녹화 후에 빌려 쓰기로 하고 철저한 사전 리허설을 준비합니다. 남의 세트를 빌려서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그들의 등장으로 충분히 화려하고 의미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

최소 제작비 1억 정도는 절감하며 준비한 그들은 <무한도전 200회>를 축하해주기 위해 공개홀을 찾은 팬들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생방송 같은 녹화를 위해 사전 준비한 내용인 뚱's의 '고칼로리'의 뮤직비디오로 시작을 했습니다. 지옥같은 다이어트를 했던 정형돈과 길이 프로젝트 그룹으로 만들어낸 뚱's는 식탐의 끝을 보여주는 이 곡은 정인의 피처링이 주는 매혹과 뮤비에 출연한 수영의 모습이 멋지게 들어맞으며 재미있게 진행되었습니다.

시도만으로도 신선했던 <유재석의 무한도전>은 그들 스스로 자신을 풍자한 특별함이었습니다. 타인을 꼬집고 비판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자신을 되돌아보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유재석의 무한도전>은 특별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유재석 홀로 출연자의 특성에 맞는 분장을 하고 연기를 한 이 코너는 <무한도전>의 장점이자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듯 '무한도전은 유재석이 없으면 안 된다'를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보여주는 출연진들 연기는 그이기에 가능한 모습들이었지요.

자신마저 패러디하며 보여준 1인 7역은 아카데미 최우수 연기상 후보감이었죠. 각각의 특성을 파악해 <무한도전>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꾸민 그의 노력으로 무한도전은 스스로를 풍자하며 진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 유재석 홀로 모든 이들을 대신할 수도 있지만, 유재석이 연기한 그들이 없었다면 진정한 <무한도전>일 수 없음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기부의 생활화를 기약하게 하는 <기부가 좋다>를 마친 그들의 특별한 선물은 35년 후에 맞이할 <무한도전 2000회> 특집을 가상해서 보여주었습니다. 모두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멤버들이 모여 벌이는 그들만의 '무한뉴스'는 가상이지만 실제이기를 바라게 했습니다. 

이젠 실버의 중심이 되어버린 그들이 더 이상 토요일 저녁시간을 지키지 못하고 아침 시간으로 옮기며 실버세대가 되어버린 팬들과 함께 한다는 설정은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여전히 기부를 하는 명수옹과 35년이 지났지만 결혼은 하지 못하고 감동적인 러브스토리만 만들어내는 정준하, 2,000회 특집이 마지막이 되어버린 장기 카메오 길 등 그들이 만들어내는 '무한뉴스'의 재미는 세월이 흘러도 재미있었습니다. 

비록 버라이어티 사상 최초로 생방송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생방송 같은 무 편집 녹화는 흥미로웠습니다. 철저한 리허설과 원활한 진행을 위한 사전 녹화 방송들을 적절하게 활용한다면 <버라이어티 생방송> 시대도 불가능하지는 않음을 그들은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그들의 도전으로 인해 어쩌면 우리는 '버라이어티 생방송'이라는 신기원을 조만간 만나볼 수 있을 듯도 합니다. 그들의 이런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 새로움을 만들고, 이런 새로움들은 발전을 도모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3. 시청자가 뽑은 최고와 최악, 새로운 도전의 시작

시청자들이 뽑은 베스트&워스트는 그들이 마련한 200회 특집의 핵심이었습니다. 시청자들이 선호했던 프로그램과 절망이라고 느꼈던 것들은 무엇인지는 특집에 가장 적합한 내용이었지요.

시청자가 뽑은 최고의 도전 베스트 3

1. 무한도전, 봅슬레이를 하다
2.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
3. 꼬리잡기 특집

시청자가 뽑은 최악의 도전 베스트 3

1. 28년 후, 좀비 특집
2. 인도 특집
3. 여성의 날 특집

수많은 도전 중 아직도 최고의 작품은 없었다고 단언하는 김태호 피디는 욕심쟁이이기는 하지만 그의 도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도해서 반가웠습니다. 최악의 프로그램으로 뽑힌 내용들을 하나로 묶어 <인도 여자 좀비>로 만들어내는 센스는 그들이기에 가능한 내용이었죠.

기본 골격은 거대한 제작비를 들여 놓고도 최단 시간 모든 것들이 종결되어 최악의 프로그램으로 뽑힐 수밖에 없었던 '좀비 특집'을 가지고 최악의 프로그램을 버물려 새로운 아이템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은 새로운 시도였습니다. 기존 영화 <렉 REC>등에서 보여주었던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취하며 시작한 그들의 '백신원정대'는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명수옹으로 인해 완벽한 실패작으로 끝나버렸던 '좀비 특집'이 홀로 원정대에 참여한 그로 인해 기사회생할 수 있을지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인도여성좀비>와 <박명수를 속여라>를 중심으로 진행될 다음 주 편은 <무한도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재미의 모든 것들이 담겨질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시도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여전히 도전적입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 진화하려 노력하는 그들의 모습은 역시 <무한도전>이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200회를 넘어서며 그들이 중요하게 고민하고 실천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는 명확했습니다. 

중요하게 거론되었던 '기부'는 지속적이며 다양한 형태로 <무한도전>속에서 지속될 것입니다. '억지기부천사'로 희화화되기는 했지만 기부를 전면에 내세운 그들의 도전은 많은 이들에게 '기부'를 낯선 문화가 아닌 즐거운 문화로 만들어 줄 것입니다.

버라이어티를 생방송으로 만들겠다는 그들의 무모한 도전은 새로움입니다. 결코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들의 유쾌한 발상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그들의 도전은 여전히 새로움을 추구하고 그 새로움 속에 웃음과 의미들을 담아내겠다는 의지가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35년 후 토요일 오전 6시 30분 무한도전을 기다리는 마음은 벌써부터 훈훈하기만 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항상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그들과 함께 나이가 들어서도 소통이 가능한 <무한도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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