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5. 30. 12:29

단막극3-끝내주는 커피, 단막극의 기준을 제시하다

단막극 세 번째 이야기는 <끝내주는 커피>였습니다. 30대 중반의 아줌마를 통해 인생을 새로운 각도로 바라보는 이번 이야기는 각자의 취향을 인정하고 존중해준다는 것. 그리고 타인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방식은 단막극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끝내주는 커피, 끝내주는 웃음

딸아이만 셋을 키우고 있는 오종은 마트에서 계산을 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는 안 좋은 소문이 많아요. 남자를 밝혀서 남편만 셋이었고 애들도 모두 아빠가 다른 그녀는 남자만 보면 꼬리를 친다는 소문이 마트에 파다합니다. 오늘도 오종을 좋아하는 매니저가 커피를 건네고 이를 거부하는 오종과는 달리 동료들은 그녀가 꼬리를 치는 여우로만 보입니다.

아이가 셋이다 보니 가려야 하는 것도 많아요. 큰 아이는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해야 하고 막내는 신나게 놀고 싶어 해요. 그런 상황에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엄마 오종은 막내 학원 보내지 않는 것이 자신과 놀기 위한 것은 아니냐는 큰딸의 핀잔까지 듣게 되네요.

막내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동네 커피숍 아르바이트는 자신이 오랜 시간 망설이던 일이었어요. 몇 번이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이유는 35살인 자신과 30살 미만을 뽑는 나이의 한계 때문이었죠. 용기를 내서 들어선 그곳에선 잠깐 나이 때문에 망설이기는 했지만 쉽게 받아주었죠.

대기업 이사로 있는 동생이 하는 커피숍이라며 아무렇게나 운영을 하는 지숙은 자신과 함께 하는 불어 동아리 회원들과 수다를 떠는 것이 전부입니다. 커피 맛이 어떻듯 손님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그녀의 몫이 아니었죠. 재미있는 건 이 커피숍의 주인이 바로 초등학교 동창인 창이의 것 이였다는 것이죠.

초등학교 때 무척 친했었던 창이가 어느 날 술에 취해 커피숍에 들어와 "내가 바로 최창이야"라며 자신을 몰라보면 안 된다는 말이 동창을 몰라보면 안 된다는 것으로 알았어요. 사장이니 알아야한다는 의미였는데 말이죠. 어찌되었든 그 인연으로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게 된 그들은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해요.

이 커피숍에는 밤마다 거대한 몸집의 검은 선글라스를 낀 여자 손님이 찾아와요. 블랙커피만을 시켜 마시지도 않고 나가는 그 손님을 모든 이들은 싫어합니다. 외모에서 풍기는 거부감은 그녀를 색안경을 끼고 보도록 만들기만 하지요.

대기업 최연소 이사라는 직책과는 상관없이 그에게는 문제가 있었죠. 뛰어난 능력과 달리 인간관계에 문제가 많은 그는 더 이상 발전을 할 수 없어요. 그와 함께 일을 하는 이들은 모두 사표를 쓰고 회사를 나가버리는 일들이 많아지다 보니 사장이 최후통첩을 하기까지 이르렀죠.

더 이상 최이사 때문에 유능한 인재들이 회사를 나가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말이지요. 수십 년 동안 쌓아놓은 그의 성격이 일순간에 바뀔 수는 없는 일이라 걱정이죠. 다행인건 자신의 초등학교 친구를 만나면서부터 조금씩 변할 수밖에는 없게 되었죠.

자신과는 너무 다른 삶을 살아가는 그녀는 성격마저도 전혀 달랐어요. 바보처럼 항상 웃고 많은 사람들과 화통하게 지내는 그녀는 능력은 떨어지지만 친화력은 대단했으니 말이죠. 자신이 혐오까지 하는 검은 선글라스를 낀 거대한 여인에게까지 친근한 그녀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모습들을 보며 조금씩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알아가게 되죠.

그렇게 자신에게는 없었던 아니 오종이 이야기를 해서 다시 깨닫게 되었듯 초등학교 때 엄마를 잃고 나서부터 사라진 웃음을 찾기 시작한 최창은 그렇게 자신을 버리며 동료를 찾기 시작했어요. 항상 최고만을 지향하던 자신이 소소한 일상에 귀를 기울이며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자 자신을 멀리하던 부하 직원들도 자신을 따르게 됩니다.

그녀를 통해 인간관계의 기본을 깨닫게 된 그는 그녀에게서 사랑의 기운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결혼 세 번에 아이가 셋인 이 여자와의 관계가 순탄할 수는 없는 법이죠. 최고의 순간 최악의 상황에 몰린 오종은 과연 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요?

익숙한 스타일은 독이다

단막극의 생명은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입니다. 조금은 무모해 보이는 도전 정신이 무엇보다도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이 단막극이지요. 오늘 방송되었던 <끝내주는 커피>가 아쉬웠던 것은 너무 익숙한 방식을 고집한 진부함 때문이었어요. <달자의 봄>, <아빠 셋 엄마 하나>, <솔약국 집 딸들> 등 로맨틱 코미디와 연속극을 만들어왔던 이재상 피디가 연출을 맡으며 새로움은 사라졌습니다.

기존 자신의 스타일을 단막극 형식으로 끼워 맞추다 보니 어색함을 벗어나기 힘들었습니다. 캐릭터 구축이 효과적으로 보인 사람들도 있겠지만 오종과 최창의 너무나 익숙하고 식상한 캐릭터는 구축 이라기보다는 늘 상 봐오던 캐릭터의 차용에 불과했습니다.

커피숍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그곳을 찾는 손님들을 통해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아빠 없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에 초점을 맞췄다고 보기에도 애매한 이 드라마는 어설픈 러브라인까지 스며들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황이 되어버렸네요.

능력이 탁월한 독불장군을 능력이 부족하지만 아픔을 품을 줄 알고 항상 웃음으로 세상을 변하게 만드는 여자의 만남은 흥미로웠습니다. 웃음 바이러스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도 좋았지만 전체적으로 힘이 많이 떨어져 보였죠. 이는 출연했던 윤해영, 조연우, 문희경 등 배우의 연기력 문제가 아니라 극본과 연출의 문제로 보입니다.

많은 정보들을 아이의 울음과 함께 풀어내고 결정적인 장면인 마지막 커피숍을 나서며 자신의 '웃음론'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그녀의 이야기는 이해할 수 있지만 갑자기 차가웠던 사람들이 봄눈 녹듯 사라지며 감동하는 듯한 표정들은 과도한 감정 낭비가 아닐 수 없었죠.

마트를 버리고 그녀가 커피숍에 집중하며 그곳을 찾는 마음이 병든 이들과 소통을 하며 긍정의 바이러스가 퍼져나가는 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훨씬 짜임새 있고 재미있는 단막극이 되었을 듯합니다. 커피를 인생과 비유하면서도 그저 겉도는 듯한 <끝내주는 커피>는 끝내주는 커피를 만드는 이는 있었지만 이를 함께 마시며 나눌 수 있는 존재들은 부족한 어색함만 남겨져 있었네요.

단막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드라마 스타일을 버린 단막극만의 실험성이 강조되어야 함을 이번 편을 보니 더욱 명확해졌습니다. 기존 스타일의 식상한 답습이 아닌 색다른 시각으로 접근하는 노력이 절실해 보였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고 다 담아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쓸어 담듯이 담아내는 단만 극은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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