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6. 4. 07:35

박지성 부재가 컸던 대한민국 대 스페인 평가전

2002년 스페인과 대결했던 대한민국은 평가전이기는 하지만 다시 한 번 대결을 한다는 것은 흥미로웠습니다. 8년 전보다 더욱 강력해진 스페인 팀은 역대 최강이라 해도 좋을 정도의 멤버 구성으로 월드컵 우승후보로 거론되고 있지요. 그들과 최종 리허설을 한다는 것은 팬으로서도 행복했습니다.

대표 팀의 8할을 차지하고 있는 박지성의 존재감


축구 좋아하는 이들에게 스페인 국가대표 팀은 환상일 수밖에는 없지요. 프리미어와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하고 있는 세계적인 선수들과 한국 국가대표팀이 대결을 벌인다는 것은 게임에서나 가능했던 승부였지요. 비록 평가전이라는 한계가 절정의 승부를 볼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한국은 박주영을 원톱으로 내세운 4-2-3-1로 나섰고 스페인은 요렌테를 원톱으로 내건 4-1-4-1로 맞섰습니다. 경기 전 개인적으로 가장 주목했던 것은 이청룡과 이니에스타의 대결이었습니다. 오늘 경기에서 매치 업이 되는 그들이 주목을 끌었던 것은 미드필드 진들의 경합이 가장 치열할 수밖에 없는 경기에서 이청룡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인 이니에스타와 어떤 대결을 벌일지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었죠.
국가대표 팀으로서는 본선에서 상대해야 할 아르헨티나를 염두에 둔 마지막 경기인 만큼 그들의 움직임은 좋은 경험으로 다가왔을 듯 합니다. 결과적으로 그들의 매치 업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이니에스타는 프리 롤을 하듯 미드필드 전 지역을 돌며 스페인의 공격을 이끌었고 이청룡은 자신에게 주어진 오른쪽 날개에 집중했기 때문이지요.

이니에스타가 같은 팀에서 뛰는 메시와 비슷한 유형의 선수이기에 국가대표 팀에게는 좋은 경험으로 다가왔을 듯합니다. 격이 다른 볼 트래핑과 경기를 조절하는 능력과 볼 배급 등은 그가 왜 세계 최고 선수인지를 잘 보여주었지요. 그와 함께 더블 플레이메이커로 등장한 파브레가스의 활약도 흥겨웠습니다.

전반전은 철저하게 스페인의 주도한 경기였습니다. 7:3 정도의 상황에서 그나마 0:0인 상황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오범석-조용형-이정수-이영표'로 이어지는 포백라인 때문이었죠. 완벽한 수비 조직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안정된 수비를 보여줌으로서 본선에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후반 들어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던 경기는 이번 평가전에서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였던 헤수스 나바스였습니다. 아크 서클 바로 그가 보여준 슛은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우리 골대로 들어갔습니다. 상대였지만 흘러나온 볼을 무조건 강하게 차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만들어낸 슛은 멋있었지요.

스페인의 원톱으로 나섰던 요렌테 선수가 제몫을 하지 못했던 것처럼 박주영 역시 원톱으로서의 가능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경기였습니다. 그가 보여준 가장 멋진 장면은 상대편이 되어 기성용의 통쾌한 중거리 슛을 막아낸 것 이였죠. 미처 빠져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슛이라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본선에서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끔찍할 뿐이죠.

오른쪽 날개인 이청룡은 나름 열심히 하며 자신의 능력들을 어느 정도 보여주었지만 왼쪽 날개로 나선 염기훈은 답답한 플레이로 후반 안정환으로 교체될 때 까지 전혀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수비 형 미드필더로 나선 김정우와 기성용의 활약이 위안이 될 뿐이었지요.

후반 조커로 활약할 안정환 역시 교체 되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별반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중원을 장악하고 승리를 이끌 박지성의 부재였지요. 그를 대신해 나왔던 김재성은 최악의 플레이를 보이며 박지성 부재의 대한민국 대표팀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니에스타와 파브레가스가 자리 잡은 중원 싸움에서 완벽하게 진 대한민국으로서는 경기를 풀어갈 수 있는 해법들이 거의 막혀버린 상황이었죠. 허리를 두텁게 하며 중원 싸움에서 승리한 스페인으로서는 자유자재로 상대를 공격하며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열중했습니다.

부상으로 한 동안 경기를 하지 못했던 이니에스타나 파브레가스 등 주전 선수들을 고루 출전시키며 개개인의 컨디션을 점검한 그들로서는 대한민국과의 평가전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었을 듯합니다. 대한민국 역시 유럽 팀이지만 가장 아르헨티나와 유사한 스페인과의 대결을 통해 개인기가 뛰어난 팀들과 어떻게 상대해야하는지를 배웠을 듯합니다.

평가전의 승패는 큰 의미를 둘 수는 없지요. 이긴다면 좋은 것이지만 진다고 화날 일도 아닙니다. 다만 평가전을 통해 전략과 선수들에 대한 실험들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의 점검은 무척 중요할 수밖에는 없지요. 박지성의 부상이 본선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다행일 정도로 대한민국 대표 팀의 중심은 박지성 이었습니다.

플레이메이커가 빠진 상황에서 공격 루트도 중원도 장악하지 못한 대한민국은 1-0이라는 스코어가 무색할 정도의 졸전을 보였습니다. 포백 라인들의 활약마저도 없었다면 상당히 많은 골이 나올 수도 있었을 정도로 문제점들이 많이 노출되었던 경기였지요.

현재 가지고 있는 공격자원들이 본선에서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그런 공격진들의 능력을 극대화시켜줄 미드필드 진들 역시 아쉽기만 하지요. 이청룡이 그나마 어느 정도의 활약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염기훈이 보여준 실력은 많은 고민을 하게 했지요.

박지성의 의존증이 크면 클수록 대한민국의 고민은 늘어갈 수밖에는 없습니다.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가 얼마나 적은가가 진정한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라면 스페인은 우승 후보로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의 스쿼드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비록 공격진들의 리그에서 만큼의 실력을 보여줄지가 그들에게도 의문이지만 말이지요.
대한민국의 경우 스페인 팀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나기에 주전이 부상이라도 당한다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여 집니다. 전 선수들의 개인기가 월등한 아르헨티나를 이기기 위해서는 허정무 감독의 전략전술이 무척이나 중요하게 되었습니다.

엉망이었던 공격과 중앙을 제외하고 수비 형 미드필드 진과 포백 라인은 조금만 호흡을 맞춘다면 상당한 위력을 보일 수 있음을 증명해주었습니다. 본선 전까지 많은 부분들을 다듬어야 하겠지만 공격과 중앙을 책임지는 선수들의 컨디션 끌어올리기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네요.

본선에서도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당연히 1승은 고사하고 무승부도 힘든 경기력이었습니다. 선수 개개인의 몸을 점검하러 나온 스페인에게 완벽하게 당한 대한민국 대표 팀은 답답한 공격진의 다변화를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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