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15. 06:19

동이 52부-세자와 연잉군 일탈이 불러 온 치명적 한계

세자와 연잉군의 궁 밖 외출은 파란을 일으키고 말았습니다. 왕으로 태어나 왕이 될 수 있도록 키워진 세자로서는 서민들의 삶은 그저 요원한 일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왕이 될 그가 서민들의 삶을 알지 못한 채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 될 수는 없는 법입니다. 그렇게 시작된 그의 외출은 권력에 미친 이들의 욕심이 어떤 것인지 그대로 드러내고만 있었습니다. 

연장 후 모호해지는 이야기 아쉽다




세자가 소매치기로 몰려 옥에 갇히는 희대의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변복을 하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아 생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과 한 자리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세자로서는 자신이 전혀 알 수 없는 세계를 직접 몸으로 경험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궁에는 알리지 말고 다른 이에게 도움을 요청하라는 세자의 말을 듣고 바쁘게 움직이는 연잉군은 스승을 찾아도 없고 그런 그가 찾을 수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영달의 집으로 향합니다. 사가 생활을 하면서도 친하게 지냈던 그라면 세자를 세라라 부르지 않고 구해낼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지요.

한 나라의 세자가 사라진 희대의 사건에 궁이 난리가 나는 것은 당연하고 이를 알게 된 숙종이 노발대발하는 것도 당연했습니다. 감찰궁녀 시절을 보냈던 숙빈이 직접 나서서 아들과 세자를 찾아 나서고 희빈은 세자가 사라지고 연잉군도 없어진 것을 알고는 연잉군이 세자를 해하려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연잉군과 만난 영달은 세자가 있는 곳으로 향하지만 이미 그곳을 떠난 세자는 기지를 발휘해 포졸들을 따돌리고 도주를 합니다. 세자와 연잉군을 찾던 천수와 만나게 되며 모든 사건은 종결하게 되었지만 이는 새로운 국면으로 향하게 됩니다.

희빈과 세자를 중심으로 자신의 권력을 구축하던 세력들은 이번 일을 빌미삼아 숙빈을 다시 사가로 내몰려는 모사를 꾸미기 시작합니다. 진실과 상관없이 연잉군이 세자 자리를 노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세자를 궁 밖으로 데리고 가 위험에 빠트렸다는 말은 7살 아이를 자신들과 같은 권력욕의 화신이 되어버린 존재와 동급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실제 그들이 연잉군이 권력 지향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행동은 아니지요. 세자가 치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확실한 대안은 연잉군일 수밖에는 없고 그런 대안이 없는 상황이 온다면 어쩔 수 없이 세자가 왕이 될 수밖에는 없다는 계산이 다시 한 번 숙빈과 연잉군을 위기로 몰아넣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확실하게 자신의 입지와 세자의 위상을 세우려는 희빈과는 달리 희빈을 몰락시킬 수 있는 모든 증거들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친형제 같은 그들의 관계를 깨트릴 수도 있는 행동을 할 수 없다는 숙빈의 모습은 대조적이기만 합니다.

세자의 결함을 알고 희빈을 버리고 숙빈을 선택한 장무열이 여러 번 희빈을 공격할 것을 간청하지만 숙빈은 마지막까지 세자의 병을 무기로 희빈을 공격하고 싶지는 않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아들이 친형처럼 따르는 세자를 궁지에 몰아  넣고 연잉군에게 그 자리를 물려받게 한다는 것은 연잉군과 세자가 나누고 있던 형제애를 무너트릴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권력보다는 사람답게 사는 것을 선택한 숙빈이 과연 위기 상황에서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알 수 없지만 조그마한 흠 하나만으로도 공격의 대상이 되어 죽기도 하는 곳이 궁이라는 특수한 곳인 점을 감안한다면 무척이나 무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세자를 구하기 위해 연잉군을 궁지에 몰아넣기만 하는 희빈을 바라보며 숙빈 역시 흔들릴 수밖에는 없습니다. 자신의 아들을 위해 더러운 정치를 하지 않으려 하지만 정작 그 더러운 정치가 자신의 아들을 궁지에 몰아가는 상황은 그녀로서도 견디기 힘든 일일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힘겨운 상황에서 숙빈이 의지를 다지게 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세자였습니다. 직접 숙빈을 찾은 세자는 자신으로 인해 이런 일까지 일어난 상황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자신이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입니다. 자신의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잘못이라는 연잉군을 찾아 따뜻하게 감싸는 세자는 숙종을 찾아 자신에게는 병이 있다고 밝힙니다.

희빈으로서는 자신의 병을 알고 있는 세자가 불안하기만 합니다. 자신의 병으로 인해 벌어진 일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상황에서 마음이 여린 세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벌이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진실은 감추고 권력만을 탐하는 그녀에게 세자의 병은 가장 위험하고 치명적인 결합일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지요.



역사에서도 이야기를 하듯 후에 경종이 되는 세자는 적이 없었던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덕이 많고 학식이 높았던 그는 희빈의 악행에도 적대적이었던 중전의 총애와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권력을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하던 대신들 사이에서도 칭송을 받은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그런 세자의 모습이 <동이>에서는 어떤 식으로 정리가 될지 궁금합니다. 현재까지의 모습은 그런 역사 속의 세자의 모습이 잘 보여 지고 있습니다. 권력에 집착하는 희빈과는 달리 권력 보다는 인간적인 연잉군에게 마음이 이끌리고 그 누구보다 자유롭게 살아왔던 어린 왕자의 삶을 동경하는 세자는 타고난 군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숙종을 찾아 자신의 병을 이야기하고 이로 인해 연잉군이 위기에 처했음을 말하는 상황은 세자의 심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장면이 되겠지요. 이일로 인해 숙빈과 연잉군이 사가로 내몰릴 위기는 넘어갈 겁니다. 숙종이 세자의 병을 알게 되고 이로 인해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모호해지는 순간들이 <동이> 후반의 정수라면 아쉽기는 합니다.

10회 연장하며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다시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희빈의 최후는 마지막 부분에 정리 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수순 정도로 마무리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후에 영조가 되는 연잉군의 어린 시절 생활이 중심이 되고 그런 연잉군을 어질게 만드는 숙빈의 모습이 중심이 되어야 할 <동이>에서 여전히 모호한 희빈과의 다툼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씁쓸합니다.

세자와 연잉군의 일탈은 희빈에게는 치명적인 한계로 다가오며 종말을 고하게 되는 사안으로 치닫게 됩니다. 그런 상황이후 <동이>가 취할 수 있는 이야기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연장 이후 늘어지며 무엇을 위한 연장이었는지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상황들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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