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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MBC 일요드라마극장

나야, 할머니-나문희와 남지현 그 치명적인 유혹

by 자이미 2010. 9.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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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서 다섯 편의 단막극을 준비했습니다. 지난 추석에 방송했던 <주부 김광자의 제3활동>에 이어 오늘 방송된 <나야, 할머니>는 단막극의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가치였습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메시지 속에 최고의 배우들이 함께 한 이 작품은 각박해진 세상에 치명적인 유혹으로 다가왔습니다.

절대 강자들의 만남, 감동으로 다가왔다




말기 암이라는 통보를 받은 할머니는 만감이 교차합니다. 아직 생각하지 못했던 그 죽음이라는 그림자가 두렵기만 한 할머니는 유서를 작성하려 합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죽음 앞에서 당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두려움이 앞서는 할머니에게 전화가 한통 옵니다.
죽음 앞에서도 잊을 수 없는 단 하나의 존재인 손녀딸이라 생각합니다. 수화기 너머에 들리는 어린 소녀의 목소리는 죽음을 앞둔 할머니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상황에서 수화기 너머 소녀는 할머니에게 급하게 돈을 보내 달라 합니다.

이모라고 불러야 하는 엄마와 함께 사는 여고생 은하는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질렀습니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돈을 내라고 하지만 빠듯한 살림에선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친구가 건넨 전화번호를 통해 할머니에게 보이스피싱을 해서 위기를 넘기는 그녀는 습관처럼 그 할머니에게 전화를 하게 됩니다.

노래방 도우미를 하면서 근근하게 살아가는 은하에게 이런 삶이 결코 쉽지가 않습니다. 달라질 것 없어 보이는 일상에 치이고 엄마를 엄마라고 부를 수 없는 그녀의 삶에 탈출구는 없어 보입니다. 말기 암으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 역시 풀어내지 못한 한이 있습니다.

자신의 손녀만 남기고 모두 죽은 아들 가족들 대신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게 키우려 했지만 먹고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했던 할머니는 혼자 남겨진 손녀가 항상 안쓰럽기만 했습니다. 손녀의 생일날 일을 마치고 케이크를 사서 집에 돌아온 할머니는 오열을 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홀로 남겨진 방에서 자신의 생일을 자축하던 손녀의 부주의로 불이나 까맣게 타버린 채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살기위해서 손녀딸을 홀로 둬야만 했던 아픔과 행복한 삶을 살게 해주지 못했던 할머니의 한은 마지막 순간 자신에게 남은 모든 재산을 찾아 기부를 하는 것으로 삶을 정리해가고 있었습니다.

조카는 할머니의 상황과 상관없이 돈만 바라고 있고 그런 조카에게 독하게 굴면서도 손녀 생일날만 되면 자신이 억척같이 모아서 번 돈을 끊없이 기부해오던 할머니는 그렇게 은하와 운명처럼 만나게 되었습니다. 비록 불순한 의도로 만난 사이이지만 서로에게 채울 수 없는 허전함을 가지고 있는 할머니와 여고생의 만남은 필연적이었습니다.

죽음까지 생각하며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던 은하는 화를 내고 쓰러진 할머니를 찾아 집으로 향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짧지만 행복한 하루 동안이 동거를 하게 됩니다. 자신을 손녀딸로 알고 있는 할머니에게 자신을 밝히지 못하는 은하와 그녀가 손녀딸이 아님을 알면서도 따뜻하게 품어주는 할머니의 사랑은 그래서 더욱 슬프기만 합니다.

너무나 아프고 힘든 삶을 사는 은하를 보며 이제는 더 이상 볼 수도 없는 손녀딸에게 미처 해주지 못했던 사랑을 전해주고 싶은 할머니는 손녀딸 은하와 마지막 나들이를 합니다. 사랑이 고픈 은하와 사랑을 전하고 싶은 할머니는 그렇게 마지막 가장 행복한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지독한 불행으로 밑바닥 생활을 해야만 했던 이들이 악연으로 만나 서로의 모자람을 채우며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주는 <나야, 할머니>는 단막극이기에 가능했던 재미였습니다.



드라마 자체는 무척이나 단순합니다. 말기 암 환자와 가난한 삶에 찌든 여고생의 우연이지만 필연적인 만남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정과 사랑을 깨달아간다는 단순한 주제를 재미있게 만들어냈다는 것이 대단했습니다. 이런 재미의 중심에는 최고의 연기를 선보이는 나문희와 남지현이 있기에 가능한 결과였습니다. 

아름답게 늙어가며 농익은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나문희는 역시 명불허전이었습니다. 드라마의 규모와 중요성을 떠나 아름다운 이야기에 이끌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인 나문희는 역시 명품 배우였습니다. 

죽음을 앞둔 할머니의 애절한 손녀 사랑과 남인 줄 알면서도 기꺼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주며 새로운 관계를 선물로 전해주는 과정을 물 흐르듯 만들어내는 나문희의 연기는 가히 최고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동급최강이라 불러도 좋을 남지현의 연기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탄탄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15살인 그녀가 이토록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미 다양한 드라마에서 스타의 아역을 도맡아 하며 연기력과 스타성을 인정받은 남지현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완벽해지는 외모와 함께 늘어가는 연기력은 많은 이들을 기쁘게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연령층에서 그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은 연기력을 가진 나문희와 남지현의 만남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충분한 가치를 하고 있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 만난 그들이 서로를 속고 속아주며 따뜻하게 품어주는 이야기는 명품 연기와 함께 하나의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몇몇 장면에서 감정 조절과 이야기 전개가 아쉬운 부분들도 있기는 했지만 나문희와 남지현의 연기는 그 모든 것을 잊게 해줄 정도로 탁월했습니다. 왜 단막극이 부활되어야 하고 만들어져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명확하게 해주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감동을 전해준 <나야, 할머니>는 요즘 보기 힘들었던 마음 따뜻한 이야기였습니다. 할머니와 고등학생이라는 한정된 인물 속에서도 이렇게 멋진 이야기와 감동적인 장면들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은 단막극이기에 가능한 기적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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