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5. 11:43

도망자 6회-낯선 도망자들 이야기의 힘으로 반격하라

너무 화려해서 부담스러웠던 드라마 <도망자>는 최악의 시청률까지 보이며 위기감이 팽배해졌습니다. 이대로 무너질 것인가에 대한 추측과 경쟁 작인 <대물>의 달리기가 심상찮아 <도망자>에 대한 위기감은 더욱 극대화되고 있는 듯합니다. 

위기극복의 과제는 결국 이야기의 힘



초반 기선제압을 하지 못한 실수는 어쩌면 <추노>를 통해 보여준 힘을 믿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추노 팀이 내놓은 새로운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그들이 간과했던 것은 의외로 비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부분 존재하고 있다는 것과 이질적인 변화에 적응을 힘겨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빵왕 김탁구>에서 보였듯이 다수의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드라마 식 전개방식은 분명합니다. 이런 전개방식을 정확하게 내놓은 것은 <대물>이었고 <도망자>는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며 낯선 경험을 힘겨워하는 시청자들의 집단 이탈을 보고만 있어야 했습니다.

악의 세력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당한 부모님의 원수를 갚기 위한 여주인공의 모습은 일반적인 다른 드라마와 유사합니다. 문제는 이런 과정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청자들의 기호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 피해의 잔인함과 잔혹성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며 악의 세력에 대한 분노를 심어주고 눈물로 그 상황을 지켜봐야 했던 여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어야 효과적인 설득이 가능할 텐데 <도망자>는 이런 과정들을 모두 버리고 코믹함 속에 진지함을 담았습니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낯선 탐정이 정면에 등장하고 교묘하게 얽힌 이야기들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얻어낼 수 있는 재미는 충분하지만 여전히 단순하고 명쾌해야 환영받는 상황 속에서 천성일의 이야기구조는 너무 묵직 했습니다.

탐정 지우는 탁월한 전략가이자 전술가 입니다. 겉으로는 여자를 심하게 탐하고 바보같이 웃기만 하지만 그 안에는 철저히 계산된 행동으로 자신이 맡은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해내는 능력을 가진 존재입니다. 그런 야누스 같으면서도 매력적인 연기가 이질적이라면 이는 연기자 비의 문제라고 봐도 좋습니다.

누명을 쓰고 도망을 다니면서 적에게 쫓겨 도망을 다니는 여인에게 채용된 탐정의 이야기는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지요. 알지 못했던 그 여인이 다름 아닌 가격으로 측정조차 하기 힘든 엄청난 금액의 금괴의 비밀을 알고 있는 존재라는 사실은 더욱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사라진 천문학적인 금액의 금괴를 찾기 위한 국제적인 이합집산인 멜기덱은 여주인공 진이를 위협에 빠트려왔고 그 진실은 완전하게 밝혀졌습니다. 그 궁금증에 시달렸던 5회 동안 시청자들은 모두 떠나고 남겨진 이들에게는 이제 이야기는 시작이라는 믿음을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무한도전>의 패러디나 <개그콘서트>에 등장하는 대사들을 늘어놓는 등 천성일과 소통할 수 있는 대중문화를 공유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도망자>는 숨겨진 코드들을 찾는 재미도 솔솔 합니다.

믿음과 배신이라는 큰 틀 속에서 개인에 대한 믿음과 조직에 대한 배신 혹은 개인에 대한 배신과 조직에 대한 믿음이 상존하는 상황 속에서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부정하고 이기적으로 결합하며 하나의 목적. 금괴를 찾는 일에 모두가 하나가 됩니다.

절대 악으로 등장한 양회장과 그의 양아들과 같은 존재인 진이의 남자친국 카이의 변화는 <도망자>를 더욱 매력적으로 발전시켜줍니다. 탐정 지우를 믿지 못했던 진이가 차츰 지우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은 <도망자>를 제목 그대로의 재미로 이끌 수밖에는 없습니다.

<제빵왕 김탁구>가 잘 된 것이 <도망자>에게는 기회가 아닌 위기였습니다. 너무 익숙한 방식으로 시청자들의 기호를 잘 읽었던 드라마와 달리 철저하게 실험적인 이 작품은 비교가 될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으로 <제빵왕 김탁구>가 망했다면 <도망자>는 지금보다 좋은 평가를 받으며 순항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요. 배우들의 연기들이 탁월하기 보다는 그만그만하다는 것은 아쉬움입니다. 극을 이끌어가는 비의 존재감이 이질적으로 비춰진다는 평가는 <도망자>가 꼭 해결해야만 하는 과제입니다. 이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드라마는 파괴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지요. 더욱 전체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산만하게 보여졌던 전개 방식 또한 아쉬운 부분입니다.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 극적인 구성이나 누구나 예상 가능한 지우와 도수의 추격 장면도 종말을 고할 때가 다가왔습니다. 뛰는 것이 힘들어 자동차 추격전으로 바뀌었지만 그런 변화 역시 구조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기에 그들이 협력관계로 변화는 시점에서 진정한 재미가 살아날 수도 있습니다.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면 됩니다. 시청자들이 방송이 끝난 후에도 자꾸 생각할 수 있도록 이야기가 감칠맛나면 되는 것이지요. 국내 드라마가 한정된 이야기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도 이런 실험적인 시도에는 장애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아직 실망할 단계도 아니고 포기할 상황도 아닙니다. 이제 비로소 그 비밀의 문에 들어서기 위한 티켓(조선은행권 지폐)에 대한 답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정체를 드러낸 적과 맞서야 하는 이들이 어떤 방법으로 그 복잡하고 두려운 상황들을 이겨나가는 지는 무척이나 흥미진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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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4
  1. 도망자 화이팅!! 2010.10.15 21:00 address edit & del reply

    추노의 성공에 힘입은 제작진의 오만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봅니다
    조금은 아쉽지만 그래도 도망자를 정말 재미있게 보는 입장에서
    지금은 상황은 여러모로 안타깝습니다.

    영화는 비싼 돈내고 영화관까지 간 정성이 있기때문에
    조금은 어려워도 조금은 불편해도 일단은 참아보죠 본전생각때문에
    그래서 조금은 불편한 조금은 어려운 작품도 영화에서는 가끔 엄청난 대박을 내죠

    그러나 TV는 다르죠
    잠시만 지루해도 잠시만 재미가 없으면 아무런 미련없이 채널을 돌려버립니다
    TV드라마에서 보기에 어렵고 불편한 작품이 흥행에 성공한 예는 전혀 없었다고 봅니다.

    더구나 상대작은 고현정이라는 히든카드에 권상우 차인표 이수경등으로 무장을 했기때문에
    도망자 보다 연기력이나 화제성에서 몇배 화려하면 화려했지 절대 부족하지 않은 상대였는데 무슨 자신감에서 1회와 3회를 그렇게 재미없게 편집한건지

    무엇보다 아쉬운건 너무나 중요했던 1회가 제일 재미도 없었고 난해하기만했고
    그래도 긴박감있고 재미있던 2회를 보고 잔뜩 눈높이가 올라가있던 시청자를 철저히 배신했던
    지루하고 장황하기만했던 3회 더구나 상대방에선 고현정의 대물이 하는데

    그래도 님의 말씀처럼 아직은 시작이고 불편한점을 조금만 더 개선하고 좀 더 분발하면 충분히 승산은 있다고 봅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10.16 06:45 신고 address edit & del

      말씀처럼 아쉬운 선택들이 있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기대를 하게 만드는 이유는 저력이 충분하게 있기 때문이지요.

      이제 시작이란 생각은 6회까지 보신 분들이라면 다들 하셨을거라 생각합니다. 회차에 대한 정보가 나오지 않아 몇부작으로 진행되는지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의 흐름으로 보면 24부작 정도로 추측되는데요. 이런 흐름이라면 이제부터가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이지요.

      <추노>에서 보여주었던 날카로운 현실풍자가 작품의 질을 높여주었듯 <도망자>가 그런 접근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2. 도망자 화이팅!! 2010.10.16 13:03 address edit & del reply

    저는 모래시계시절 부터 고현정팬이였고
    권상우도 연기력에 비해 아직 제대로 인정 못받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치명적인 발음만 빼면 여심을 흔드는 아련한 눈물연기와 화려한 액션, 찌질한 코믹이 모두 어울리는 몇 안되는 배우라 생각하는 1인)
    당연히 대물을 보게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도망자가 제 발목을 잡았습니다.
    아이리스, 추노도 제스타일이 아니라 보지 않았던 사람인데
    2% 부족하지만 뭔지모를 도망자의 매력을 저의 발목을 잡고 있거든요
    이래저래 안팍으로 불리한 상황이지만 저는 앞으로 좀 더 기대하고 있습니다

    님께서 말씀하신 날카로운 사회풍자 저도 그거 은근히 좋아하는데^^
    대물1,2회에서의 직접적인 정치권 비판보다
    도망자 2회에서의 우측통행,
    6회에서의 수에즈운하처럼 은근히 비꼬는 풍자가 저는 더 매력있더군요
    저는 추노는 안봐서 모르겠고 감독의 전작 한성별곡을 인상깊게 본 입장에서 충분히 기대하셔도 좋을 듯 싶은데요

    하여튼 도망자 화이팅!! 입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10.17 06:33 신고 address edit & del

      한성별곡에 동감합니다. 곽정환 피디의 모든 것은 그 작품에 모두 녹아들어가 있지요. 말씀하신 것처럼 유머안에 들어가 있는 비판의식이 시청자들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최근 대박 드라마를 보면 직접적이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음을 잘 보여주고 있기에 <대물>의 성공은 당연하지요.

      기호와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는 없겠지만 <도망자>에는 말씀처럼 웃음 속에 뼈가 숨겨져 있지요. 보면 볼 수록 매력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 <도망자>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