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0. 17. 06:27

무도 텔레파시 특집에 숨겨진 특별한 의미들

무한도전은 언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듯합니다. 뜬금없이 국내 최초 텔레파시 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알아서 서로 만나라는 태호 피디의 미션에는 우리가 잃어 버리고 있었던 가치들과 무도인들을 위한 회고였습니다. 

영특한 태호 피디 또 다시 걸작 무도를 만들어냈다




그 어떤 프로그램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피디에 대한 관심은 <무한도전>만의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스타 마케팅을 하듯 스타들을 내세워 진행하는 여타 버라이어티와 달리 피디의 존재감이 높다는 이유는 시청자들이 완성도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이겠지요.
태호 피디가 무도 멤버들에게 '텔레파시 특집'을 제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신 분들이라면 그 안에 숨겨진 의미들을 다 찾아냈을 거라 보여 집니다. 단순히 선착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무도 7명 각자가 생각하는 <무한도전>에 대한 추억을 담아냈습니다. 

<텔레파시 특집>은 6년 이라는 시간동안 무한도전을 진행하며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기억들을 끄집어내는 과정이었습니다. 미래를 위해 과거를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한 이번 특집에는 단 하나의 특별한 공간이 아닌 각자가 느끼는 일곱 가지 특별한 장소가 있었습니다. 그만큼 그들이 그동안 시청자들과 교감을 보였던 특집이 다양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제과점에서 시작한 그들의 이심전심은 주제를 알리고(텔레파시:빵 선택) 목적을 달성하는(최대한 멀리 달아나라:피자) 방식을 택했듯 최대한 멀리 멤버들을 떨어트려 놓고 그들을 한 장소로 모아가는 방법은 역시 태호 피디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오프닝을 했던 제과점에서 오늘 방송이 어떤 식으로 그려질리 모두 알려주고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고른 빵을 보여주지 않은 채 동일한 빵을 고르도록 하는 것은 '텔레파시 특집'의 축소판이었습니다. '힘내세요 하하'가 하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되어버린 하하, 이젠 무도의 중심이 되어가는 '요즘의 대세 정대세' 형돈과 개그 감 떨어져 구박 받는 박명수, 이런 상황을 종료시키는 유재석의 '개그 심폐소생술'까지 제과점에서 보여준 모습이 그들 '텔레파시 특집'의 모든 것이라 불러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서울의 중심에서 텔레파시를 외친 그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장소로 1시간 동안 가장 멀리 가라는 미션을 받게 됩니다. 주어진 미션에 최선을 다해 멀리 달아나는 그들은 그 도착 지점에서 의외의 미션을 받게 됩니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가장 의미 있는 장소를 찾아가 모두 만나게 되면 퇴근하게 된다는 생뚱맞은 미션은 의외로 어려운 숙제일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시작과 함께 미친 존재감이 되어버린 형돈과 사기꾼 노홍철 간의 치열한 기 싸움을 두고 타진요를 패러디한 '노진요'를 등장시키는 태호 피디의 자막센스는 오늘도 변함없었습니다. 요즘 감 좋은 도니를 두고 '얼핏 보면 존박 입만 열면 대박'이라는 표현은 최고였습니다. 

천하의 노홍철이 시민에게 속아 위기에 빠지고 한강 수상 택시를 타러 갔다 초등학생에 쫓긴 하하는 '지옥의 동창회'를 하기도 합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진행에 열중하며 가장 편안하게 좌중을 이끌던 재석은 택시 안에서도 촬영 분량을 어떤 식으로 채워내는지를 보여주면 일인자의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촬영 분량을 걱정하지 않고 목적지만 찾아가는 길은 여전히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주목받는 미친 존재감 도니는 뭘 해야 할지 몰라 하며 분량에 불안해합니다. 과거 중계를 맡았었던 하하는 다시 돌아와 멤버들의 상황을 중계하는 모습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습니다. 

일인자 유재석은 촬영 분량을 어떻게 채우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잠시도 그냥 있지 않고 자연스럽게 분량을 채워가는 모습은 역시라는 말을 하게 합니다. 자연스럽게 주제를 끄집어내며 상황을 주도하는 그는 역시 유재석 이었습니다. 

가을이 가득한 날씨를 차 안에서 가을 노래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재석은 지켜보던 피디까지 노래를 하게 만드는 재주를 선보였습니다. '유부남 노래교실'을 만들어 분위기를 주도하더니 '오래오래 해먹어요 우리'라는 자막은 태호피디의 속내와 함께 위기에 처한 프로그램 사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들에게 주어진 '가장 의미 있는 장소'는 6년 동안 무한도전을 해왔던 그들에게는 초심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재석은 2005년 '무모한 도전'을 처음 시작한 장소였습니다. 앞날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프로그램을 성공시키기 위해 고뇌하던 재석을 회상하는 형돈의 기억처럼 그들에게 첫 회는 특별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형돈의 미친 존재감을 만개하게 해준 '프로 레슬링 특집'은 준하에게도 모든 것이었습니다. 길이에게는 반고시절 자신의 존재감을 만든 인천 부둣가를 먼저 떠올리고, 친하지 않았던 하하를 생각하며 여의도 공원을 향하는 형돈과 자신이 가장 돋보였고 재미있었다고 생각하고 여의도 한강공원 둔치로 향하는 명수 등의 모습은 '텔레파시 특집'이 원하던 것들이었습니다.

멤버 각자를 통해 무한도전을 추억하게 하는 방식은 의도적인 형식을 통해, 지난 6년간의 무한도전을 조명하는 것이 아닌 게임을 통해 자연스럽게 다양한 추억들을 풀어내는 방법은 역시 무한도전다웠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간 재석과 현재를 기억하는 홍철, 힘겨워 하는 동료를 위해 둘이 공유할 수 있는 추억의 장소를 선택하는 형돈의 모습 등은 서로가 처한 상황에서 현재를 바라보고 그들이 나눌 수 있는 감정의 틀을 모두 보여주었습니다.

여의도 공원에서도 서로를 찾지 못하는 형돈과 길은 조그마한 휴대폰 하나 없으니 지척에 있는 동료도 찾지 못하는 상황은 디지털에 잠식된 현대인의 한계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과거 이런 문명의 이기가 없었음에도 친구들은 언제나 함께 모여 놀곤 했었습니다. 01이라는 숫자로 만들어진 세상에서 켜켜이 쌓인 추억과 감성만으로 그들이 만나기 힘든 것은 디지털 시대에 대한 슬픈 보고서 같았습니다. 

디지털 치매가 늘어가고 숫자에 쌓여 자신의 모든 것을 기호들에 의지하는 현대인들에게 디지털 기기 없이 함께 하던 장소에 다 같이 모이자는 제안은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인간 본연의 능력을 버리고 디지털에 의지하는 현대인들에게 디지털 기기들은 자신의 필요에 의해 사용하는 도구가 아닌, 디지털에 종속당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해서 씁쓸하기까지 했습니다.

DSLR 카메라로 찍어낸 필름 같은 영상과 주제를 명확하게 해주는 음악들의 조합은 태호 피디와 멤버들이 함께 만들어낸 특별함이었습니다. 델리스파이스의 '차우차우'와 비틀즈의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주제를 가장 명확하게 전달해주는 삽입곡이었습니다. 

프로그램 말미에 제작진은 서로가 생각한 의미 있는 장소들을 멤버들에게 공개했습니다. 그들 스스로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은 다음 주 하이라이트로 반갑게 다가옵니다. 함께 가 아닌 각자가 되어 서로를 기억하고 추억하며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은 그동안 다른 예능에서 보여준 '하모니'의 또 다른 형식이기도 합니다. 노래가 아닌 기억과 감각을 따라 하나가 되어가는 그들의 모습은 역시 무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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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5
  1. windyangel 2010.10.17 07:49 address edit & del reply

    맞아요, 저도 진짜...길이랑 형돈이랑 같은장소에 있음에도 못만나는걸 보고....얼마나 안타깝던지....구구절절 동감합니다.

  2. moons 2010.10.18 11:36 address edit & del reply

    이번 특집도...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네요 ^^ㅎ.

  3. Favicon of https://joongbok.tistory.com BlogIcon 중복ID 2010.10.23 14:27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영상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싶은 특집. 멤버를 비추는 모습 하나하나가 장관이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