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edia Shout/Alternative Radio 대안 라디오

슈스케 2억원과 이진원의 도토리 수령, 일등독식사회의 그림자

by 자이미 2010. 11. 7.
반응형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이진원은 뇌출혈로 쓰러진지 6일 만인 어제 숨지고 말았습니다. 그의 죽음이 한없이 안타깝고 서글픈 건 그의 모습이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원하고 추구해왔던 음악을 위해 타협 없이 살아왔던 그는 끝내 만루 홈런을 치지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일등지상주의가 낳은 병폐, 우리 목을 죄고 있다




최근 케이블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올렸다는 '슈퍼스타 K 2'의 우승자 허각이 우승 상금 2억 원 중 세금을 뺀 1억 9천 여 만원을 상금으로 수령했다는 기사가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중학교 졸업이 전부인 그는 음악을 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고 자신의 꿈을 위해 환풍기 청소를 직업으로 삼아 일하며 다양한 공연장에 이름 없는 가수로 활동을 해왔습니다. 
특별한 외모도 큰 키도 가지지 않은 그가 노래 하나만으로 꿈의 오디션에서 최종 우승자가 되었다는 것은 다수의 서민들에게는 희망가처럼 들려왔습니다. 일반 대중들로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을 이룬 허각에게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은 당연해 보였습니다. 

그렇게 폭풍처럼 지나간 오디션은 공중파로 자리를 옮겨 케이블보다 1억이 많은 상금을 주겠다며 설레발을 칩니다. 고른 기회를 제공하겠다가 아니라 일등 하나에만 모든 것을 몰아주겠다는 사행성마저 느껴지는 이들의 광고 속에 노래는 그저 양념이고 어설픈 돈놀이와 잡히지 않는 꿈같은 현실만 늘어져 있을 뿐입니다. 

아직은 해야 할 것도 많고 못 다한 노래에 역전만루홈런을 준비해도 모자란 서른일곱이라는 나이에 그는 지하 전세 집에서 뇌출혈로 쓰러졌습니다. 그나마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빠른 발견이었지 홀로 곡 준비를 하는 기간이었다면 더욱 끔찍한 모습으로 그의 마지막을 준비해야 했을지도 모릅니다.

지난 1일 쓰러진 지하 셋방을 동료들이 문을 따고 들어가 병원으로 옮겼을 때도 쓰러진지 최소 30시간은 넘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우리시대 인디의 서글픈 현실을 보여주는 듯해서 서럽기만 합니다. 스스로가 루저임을 인정하기 싫고 부정하고만 싶은 현실에서 스스로 루저의 삶을 잔인하게 노래하는 그의 모습을 이제 더 이상은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부정하고 싶어도 그가 노래한 루저의 삶에 속해 있으면서도 애써 외면만 해왔던 자신이 한없이 서글프고 우울하게 만든 것은 이제 그런 노래를 불러 줄 이도 얼마 남아 있지 않다는 의미이겠지요. 지독한 현실의 삶을 부정한다고 달라질 것 없겠지만 외면하는 순간, 말도 안 되는 꿈을 꿀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살아왔던 것은 아니었나란 자책도 하게 합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살아가는 이는 음악이나 예술 분야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타협 없이 자신의 일에 모든 것을 바치는 이들이 있기에 잊혀져가는 무언가가 지속적인 생명력을 얻어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죽어가는 수많은 열정으로 생명을 이어가는 그 무엇들도 언젠가는 기억 속에서도 사라져버리는 그 무엇이 될 수밖에는 없는 게 현실입니다.

현 정권 들어 인디문화를 일방적 좌파로 규정하며 목을 죄고 지원을 없애버렸습니다. 자본과 타협하지 않은 그들에게 정부 지원은 그나마 활동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와도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런 지원의 중단은 많은 이들에게 힘든 시간들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정권의 나팔수가 되거나 대중들의 기호에 목을 매지 않는다면, 더 이상 그 어떤 의미도 가질 수 없는 대중문화는 암흑시대라 불러도 좋을 정도입니다.

반짝이는 하나만을 칭송하고 떠받드는 사회는 수시로 돋보이는 일인을 교체하도록 요구합니다. 아이돌이 장악한 가요계가 길어야 3주 활동으로 생명력이 다하는 이유 역시 일등 지상주의가 만든 괴팍한 습성 때문입니다. 하나에게 모든 것을 몰아주는 세상에 적응한 거대 기획사들을 유사한 전투병들을 만들어 3주용으로 지속적으로 교체하며 거대한 부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거대 기획사들은 음원 사업을 하는 재벌들의 피를 수혈해 한 몸이 되거나 파트너가 되어 음악 시장을 장악하게 되었습니다. 철저하게 갑에게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세상에 그들은 거대한 힘으로 가수라는 노동자를 착취하고만 있습니다.

1년 연봉이 1천만 원이 안 되는 매우 가난한 인디 가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이진원은 미니홈피에서 자신의 노래를 사용해준 이들이 반갑고 이를 통해 수익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즐거웠다고 합니다. 비록 결과가 처참한 비극으로 끝났지만 말이지요. 터무니없이 낮은 비율의 수익을 그나마 일정액을 채우지 않았기에 줄 수도 없다는 SK에 항의해 그가 받은 것은 실제 생활에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사이버 도토리였습니다.

원했던 원치 않았던
노래를 팔아서 먹고 살아야 할 텐데
신비주의 전략을 포기해서 그런 걸까
얼굴이 알려져서 망 했어

나는 무겁고 안 예쁘니까
뭘 해도 마찬가지
주는 대로 받아먹는 게
뼛속까지 익숙해도
아무래도 이건 좀 짜증나

[도토리] 이건 먹을 수도 없는
[껍데기] 이걸로 뭘 하란 말이야
[아무리] 쓰레기 같은 노래지만
무겁고 안 예쁘니까
이슬만 먹고 살 수는 없어

일주일에 단 하루만 고기반찬 먹게 해줘
도토리 싫어
라면도 싫어
다람쥐 반찬 싫어
고기반찬이 좋아

절망적인 부당음원 정책을 이처럼 삶과 연관시켜 이야기한 노래가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3집 앨범 <Goodbye Aluminium>의 '도토리'는 우리시대 집요한 돈 권력의 현실을 보게 해줍니다. 이마트 피자 논란은 이번 주 주요한 화두로 트위터 논쟁이 던져준 재벌들의 염치라는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재벌들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팽개친 채 서민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며 자본의 논리로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은 전분야로 급속하게 확대되고 있을 뿐입니다.

'슈스케'는 톱 11에 든 참가자들을 착취하고 있습니다. 신인으로서는 섭섭하지 않은 대우를 해주고 있다며 그들은 음원 장사를 통해 엄청난 부를 쌓고 있습니다. 수억 원에 달하는 수익 중 과연 노래를 부른 그들에게는 얼마나 돌아가는 것일까요?
철저하게 일등 독식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에는 더 많은 루저들을 양산하고 죽음으로 몰아넣는 일들이 잦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가진 자를 위한 정책, 하나를 위해 모두가 희생하도록 강요하는 사회에서는 더불어 살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만루 홈런을 날리지 못하고 많은 이들에게 슬픔을 전해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이진원은 하늘나라에서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만 하며 살 수는 있을까요?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재벌들이 모두 천국행 티켓을 받는 세상이라 그 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일등만을 위한 세상은 언젠가 일등도 그저 소모품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음을 알아야만 합니다. 타도의 대상이 되고 저주의 재물이 되는 일등은 일등들이 만들어낸 죽음의 산물이 될 테니 말이지요.



유익하셨나요? 구독클릭 부탁합니다^^;; 
블로그코리아에 블UP하기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