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1. 22. 11:29

시크릿 가든 4회-김사랑의 발 영어가 의미하는 것

<시크릿 가든>을 보면 주인공인 현빈을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다보디 재벌가의 이야기가 빠질 수가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그의 주변은 재벌들의 모임과 다름없는 으리으리한 존재들만 가득하지요. 그가 사는 집만 봐도 말도 안 될 정도로 어마어마합니다. 현빈과 결혼을 꿈꾸는 장관 딸 역의 김사랑의 발 영어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뭘까요?

재벌에 대한 조롱을 섞어낼 수 있을까?




김주원은 할아버지가 물려준 거대한 부를 통해 부러움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당연히 그의 이종사촌인 오스카 역시 한류스타라는 타이틀과 재벌가 자식이라는 모든 것을 갖춘 삶으로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방식의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정신없이 여자에 빠져 사는 오스카는 실력과 상관없이 보여 지는 외모와 엄청난 부를 동경하고 사랑하는 이들로 인해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립싱크를 해도 데뷔시절보다도 못한 노래 실력에도 한류스타로서의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것 역시 모두 대중들의 단순함이 만들어낸 성과이지요. 

그런 오스카가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게 됩니다. 주원이 길라임을 만났다면 그는 진정한 뮤지션으로 등장하는 썬이 바로 그 존재이지요. 노래를 상업적인 목적이 아닌 노래 자체로 이해하고 살아가는 그와 오스카는 근본적으로 어울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주원과 라임이 근본적인 틀 속에서 함께 할 수 없는 것처럼 오스카와 썬 역시 함께 할 수 없는 수만 가지의 조건들을 가지고 있지요. 이런 도저히 하나가 될 수 없는 그들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고 살아가는 과정이 바로 <시크릿 가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주제이자 재미이겠지요. 

이런 기본적인 변화의 틀 속에서 반동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게 바로 주원과 오스카 사이를 연결하는 윤슬과 주원과 길라임 사이에 존재하는 임종수입니다. 윤슬은 장관 딸로 재벌가의 자제들과 마찬가지로 어려움 없는 삶을 살아온 존재입니다. 

그런 그녀가 혼기가 되고 결혼 대상으로 재벌을 선택하며 자연스럽게 주원과 연결이 됩니다. 물론 식상함에 식상해있던 주원에게 철저하게 식상한 윤슬이라는 존재는 주목 받을 수 있는 여자가 아니었습니다. 모호한 지점에서 서성거리던 그녀가 과거의 연인이었던 오스카와 재회하며 대상을 급격하게 오스카로 선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오스카와의 재회를 위한 장치로 주원과 만났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연결이 그리 매끄럽지는 않았지요. 그래서 그런지 윤슬 역을 맡은 김사랑의 연기력 논란이 초반부터 불거져 나올 수밖에는 없었구요. 

액션 스쿨을 운영하며 길라임을 좋아하는 임종수 역시 김사랑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대상이지 사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아픈 위치에 있는 종수는 철저하게 라임이 행복하기를 바랄 수밖에 없는 역할입니다.

자신이 사랑하고 싶은 대상이었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었던 종수는 돈키호테 같은 주원의 등장으로 인해 위기감을 느끼게 됩니다. 낡은 가방을 보고 주원은 라임을 질책하고 인격적인 비하까지 서슴지 않지만 종수는 자신이 산 가방을 라임의 친구인 아영에게 몰래 전달할 정도로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어느 시점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과정이 등장하겠지만 이미 그때는 이미 떠난 버스를 바라보며 신세 한탄하는 과정 밖에는 될 수 없음이 임종수라는 배역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이자 재미겠지요. 4회에서는 주원과 라임의 관계가 더욱 심화되는 과정을 담아냈습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라임의 주변 환경에 화가 나고 성질을 부리기도 하지만 적극적으로 그녀의 삶을 이해하고 알아가려 노력하는 주원의 모습은 그가 어떤 식으로 변할 것인지를 예고하지요. 여전히 까칠하고 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지만 스스로 빈곤한 삶을 살아가는 이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의미 있는 변화이지요.

남자들 틈에서 액션배우로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라임은 처음으로 자신을 여자로 바라봐주는 남자와 만나게 되었습니다. 멋진 외모와 완벽한 집안을 가진 그가 싫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사랑에 서툰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충돌뿐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심정적으로 좋아하고 있음은 명확하지만 조그마한 방에서 친구와 월세를 사는 그녀와 마을 하나가 들어서 있는 것 같은 주원의 집은 그들이 결코 쉽게 사랑할 수 없는 존재임을 부각시키고 있습니다. 자본 권력이 가장 강력한 힘으로 떠오른 현대 사회에서 그들은 스스로 귀족화되고 그런 귀족들이 서민들과 하나가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능멸 정도로 치부하는 주원의 어머니는 그들을 가로막는 가장 막강하고 견고한 벽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정치권력을 가진 윤슬이 자본권력을 가진 주원에게 구걸하다시피 결혼을 강요하는 모습은 <시크릿 가든>이 현재의 우리 모습을 정확하게 꽤 뚫어 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이런 완벽한 틀에 구성원들의 문제점들을 드러내는 과정은 권력에 대한 비틀기와 유사합니다. 

장관 딸로 어려움 없이 외국 유학까지 다녀왔던 윤슬이 할리우드에서 스턴트까지 했던 종수를 만나 영어를 구사하는 장면에서 어색한 발음과 명확한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것은 우리사회 지도층 자녀들의 한심한 대물림을 비꼬고 있기도 합니다.  

드라마의 재미를 위핸 캐릭터 구축을 위한 재미로 볼 수도 있겠지만, 가진 자와 가질 수 없는 자로 나뉜 드라마에서 가진 자들의 엉성한 모습들은 당연한 쾌감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겠지요. 완벽해 보이는 주원 역시 상식적으로 정리하기도 힘든 복잡한 족보를 가지고 제멋대로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집합소 같은 존재들입니다.

실제 재벌가들이 그런 삶을 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다양한 형태로 읽힌 재벌들의 삶은 <시크릿 가든>에서 보여주는 삶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겠지요. 흥미로운 것은 새로운 재벌의 삶을 살아갈 주원과 오스카가 자신들과 정확하게 정반대에 위치한 라임과 썬을 통해 변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 과정이 드라마적인 재미를 위해 주원과 라임은 영혼이 바뀌는 것으로 설정되고, 오스카가 길거리 음악가인 썬을 통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과정으로 드러난다는 것이지요. 역지사지를 기본 골격으로 삼아 드라마적인 재미와 함께 자본 권력에 대한 재미있는 유희까지 들이대는 <시크릿 가든>은 흥미롭습니다. '삼신할머니의 랜덤' 덕에 살아가는 재벌 2세들을 비꼬는 극중 하지원의 대사는 무척이나 재미있게 현실을 비꼬는 대사로 등장하기까지 했지요. 

현빈, 하지원의 매력적인 연기와 윤상현의 농익은 코믹함이 잘 버무려져 극의 재미를 한껏 상승시키고 있는 <시크릿 가든>은 서로의 영혼이 바뀌기 직전인 그들로 인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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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back 0 Comment 4
  1. 엑셀런트 2010.11.23 14:34 address edit & del reply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다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드네요.
    영화 촬영 도중에 실수로 개미 한마리가 지나가는게 카메라에 잡혔다 칩시다.
    팬들은 이 개미가 상징하는 것은 열심히 일하면서도 결코 중심에 서지 못하는 노동자들을 상징한다 어쩌고하며 분석할지도 모르겠군요...;;
    제가 볼 떄 시크릿가든은 그냥 재미를 위한 정석 공식을 따르는 드라마일뿐 별다른 의미를 둔 것 같지는 않습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11.24 08:08 신고 address edit & del

      의도하지 않았던 개미가 화면에 잡혔고 이를 편집없이 내보냈다면 제작진의 실수이거나 의도적인 설정이겠지요.

      앞뒤 정황없이 개미만 찍혔다고 노동자를 상징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도한 가정이지요. 극단적인 빈부의 차를 드러내며 그들이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긴밀하게 드러내고 있는 '시크릿 가든'의 설정과 아무런 의미없는 개미를 비유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이는 군요.

      그만큼 어떤 의미도 가질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요. 현재까지 드라마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자란 그들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벌어지는 빈부의 차이를 이야기하고 있지요. 드라마를 위한 설정이라고 해도 이는 현재 진행형으로 이야기되고 있고 이런 설정이 그들의 관계를 더욱 의미있게 만드는 요소로 작용하기에 중요하게 거론할 수밖에 없다고 보이네요.

  2. 해원 2010.11.24 14:07 address edit & del reply

    쥔장님의 시각이 흥미롭고 공감됩니다. '시크릿 가든'은 분명, '즐겁게 깔깔 웃게 할 단순 로코환타지멜로물'의 범주에 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은근히 비틀어 보여주는 '현실'이 저렇게 선명하니 말이죠. 아직 4회가 진행되었을 뿐, 기쁘게 새김질해 볼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즐겁습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0.11.28 12:25 신고 address edit & del

      해원님의 말씀처럼 단순 로코 환타지 멜로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시크릿 가든'은 가지고 있지요.

      괜찮은 작품를 만난거 같아 무척이나 흥겹게 다가오는 드라마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