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12. 13. 13:45

시크릿 가든 10회-그들은 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빠졌나?

'인어공주' 이야기로 죽음을 암시한다는 이야기들이 널리 퍼진 상황에서 두 주인공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읽기에 푹 빠져있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서재에 꽂혀있던 책을 통해 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고 싶다며 고른 이 책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인어공주가 아닌 앨리스가 되면 뭐가 달라질까?




한 여자를 둘러싼 남자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은 시청자들을 더욱 흥미롭게 합니다. 하지원을 둘러싼 세 남자, 현빈과 윤상현, 이필립이 모두 그녀에 대한 사랑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본격적인 다각관계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10회 초반에 등장했던 라임을 둘러싼 주원과 오스카의 대화는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순수한 열정을 바라보며 조금씩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오스카가 진심으로 주원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은 <시크릿 가든>이 갈 길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너한테 결혼은 인수합병 차원의 일생일대 최고의 비즈니스이니까"

여전히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지 못한 주원은 오스카에게 자신의 진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바로 라임이라는 것이 사실임에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그는 여전히 사랑에 서툰 존재일 뿐이지요. 그런 주원을 보고 순수함에 사랑의 감정을 느낀 오스카는 당장 그녀와 헤어질 것을 이야기하지요.

잦은 바람에도 순수한 사랑에 대한 열정이 살아있는 오스카는 주원과는 달리, 열정적으로 사랑을 해봤기에 사랑에 대해서 그 누구보다 정확한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자신의 사랑을 나누고 받을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한 명확한 예측이 가능한 그는 라임이 가지고 있는 순수함을 그 누구보다 먼저 알아본 존재입니다.

처음부터 주원에게 결혼은 그저 비즈니스일 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에게 인어공주 라임은 소중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사업적 관계가 아닌 순수한 열정과 사랑의 대상이기 때문이지요. 라임이 인어공주가 되는 것을 거부하지만 주원에게 라임이 인어공주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장 현명한 방법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인어공주 동화가 '인류 역사상 가장 슬픈 세컨드 이야기'라는 말은 사랑이 없는 정략결혼만이 존재하는 자신의 운명을 이야기하는 것이었습니다.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날 수 없는 그 운명 속에서 진실한 사랑은 왕자가 선택한 공주가 아닌 물속으로 몸을 던진 인어공주일 뿐이니 말입니다.

주원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의 '인어공주' 이야기는 웃기는 이야기일 수밖에 없지만 그에게 '인어공주'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로망이자 자신만의 꿈이기도 합니다. 비로소 자신에게 그 진정한 사랑을 일깨워줄 대상인 인어공주가 등장했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반갑지만 현실에서 결코 이뤄지기 힘든 그들의 사랑은 아픔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그들이 현실 속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함께 읽는 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왜 하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냐는 것이지요. 동화 속에서도 동화 같은 나라로 빠져들어 자신이 잃어버린 그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은 <시크릿 가든>의 결론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 있는 작품입니다.

언니와 소풍을 나와 말하는 토끼에 관심을 가지게 된 앨리스가 구멍 안 세계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체험들이 곧 <시크릿 가든>에서 주원과 라임이 겪는 세상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부조리와 패러독스, 비현실 등은 우리가 보고 있는 <시크릿 가든>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단어들이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규정하는 단어들이기도 합니다.

거인처럼 키가 커지거나 난장이처럼 작아지기도 하고, 아기가 아기돼지로 변하고 고양이가 사라지기도 하는 등 현실 사회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신기한 일들은 경험하고 자신이 있는 그 자리에서 눈을 뜨는 장면은 그들의 사랑이 '한 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둘이 다른 책이 아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는 이유는 자신들이 경험한 이 상황이 이 동화와 너무나 유사하기 때문이지요. 주원이 사는 그 신비한 공간은 앨리스가 흰 토끼를 따라 들어선 이상한 나라와 비슷할 뿐입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경험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그들만의 세상에 사는 주원과 오스카 등은 바로 앨리스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일 뿐이니 말이지요.

말장난, 패러디와 풍자, 게임과 수수께끼, 넌센스, 프로이드, 꿈과 악몽, 환상체험 등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규정하는 특징적인 단어들이 <시크릿 가든>에 그대로 적용해도 좋을 정도로 일치하는 것은 작가가 이 작품을 염두에 두고 이 드라마를 썼기 때문이겠지요.

폐쇄 공포증에 걸린 주원의 억눌린 자아와 과거 사고의 기억들과 악몽. 서로의 영혼이 바뀌는 환상 체험과 현실에 대한 풍자와 다양한 작품들에 대한 풍자, 말장난 같은 대사들과 수수께끼 게임 같은 그들의 사랑 등은 <시크릿 가든>을 읽어내는 열쇠이자 재미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사랑에 대한 결론은 단순히 '인어공주'의 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아픔보다는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 체험했던 그 모든 특별한 경험들이 한 낯 꿈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0.1%의 부를 가진 남자와 월세 30만원을 친구와 나눠 내며 생활하는 여자의 사랑은 오스카가 말장난 하듯 던진 '파리의 연인' 코스프레일 수도 있습니다.  

감각적이고 탐미적인 대사들의 향연은 여전히 10회에서도 빛을 발했습니다. 그들이 서로 던지는 대사들 하나하나에 코믹을 기본 베이스로 깔며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재주는 시청자들을 행복하게 해줍니다. "옛다 웃음" 같은 단어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능력은 작가의 탁월한 언어 선택이 주는 능력이니 말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둘 모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탐독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을 알게 된다면 그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부분에서 아파하고 이겨내려 노력할지가 명확해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여전히 그들의 사랑은 둘 중하나에 놓여있습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마음 아픈 새드 엔딩과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동화 같은 사랑을 이어가는 해피엔딩 말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동화처럼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나쁜 소년이 서있다
이토록 사소한 멜랑꼴리
그는 추억의 속도로 걸어갔다'

라임의 작은 책장 안에 꽂혀 있던 소설들을 이어 한 밤 라임을 생각하는 주원의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은 그들이 얼마나 탁월한 감각을 가졌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조그마한 것에서 탐미적인 감각을 드러내며 시청자들에게 다양한 재미를 느끼게 만드는 그들이 있어 행복한 주말이 되곤 합니다.

하얀 눈으로 쌓인 주원의 '시크릿 가든'과 자신이 과거에 출연했던 다모에 다시 출연한 하지원을 보여주는 장면 등은 아름다운 시각적 즐거움과 패러디가 만들어낸 흥겨움이었습니다. 나쁜 남자의 본성을 그대로 보여주며 라임의 입술에 묻은 크림을 자신의 입으로 닦아주는 주원의 '거품 키스'는 로맨틱의 정수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풍성한 재미와 함께 정교하게 정리되어진 이야기 구조는 더욱 <시크릿 가든>을 흥미롭게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있습니다. 어떤 결말을 작가가 상상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들의 본격적인 관계의 시작은 시청자들로서는 행복한 시간일 수밖에는 없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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