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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Broadcast 방송

로열 패밀리 16회-엄집사 죽음보다 염정아의 대사가 중요한 이유

by 자이미 2011.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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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져 공회장을 궁지로 몰아넣은 김인숙의 작전은 살기 위함이 아닌 죽음을 통해 허울만 좋은 재벌가의 현실을 깨닫게 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살기위한 몸부림이 아닌 모든 것을 내려놓고 마지막을 위해 달리는 김인숙과 그런 그녀를 끝까지 놓지 못하는 한지훈. 그들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일까요?

왜 김인숙은 JK가 며느리에 대해 강조했을까?




자술서라 불리는 편지를 공회장에게 건네며 재벌가의 선민의식과 허울뿐인 재벌, 재벌이라는 자부심과 위세로 평생을 살아온 공회장을 조롱하는 모습은 어쩌면 김인숙이라는 화자를 통해 우리가 재벌에게 보내는 조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인숙이 다른 방법도 아닌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재벌가에 대한 집착을 보이는 것은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이 그 안에 있기 때문이겠지요. 원작과는 달리, 재벌가의 집안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꾸며진 이유도 그 안에서 인간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재벌이라는 거대한 성안에 인간은 과연 존재하고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로열 패밀리>를 시작하는 동기가 되었을 것이고 그런 집착은 결과적으로 재벌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인숙이 공회장에게 냉소적이게 던진 그 단어들은 중요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선민의식', '허울', '자부심', '위세'. 이 모든 것이 쌓여서 만들어진 '로열 패밀리'라는 단어를 스스로 사용하는 그 어처구니없는 그들에 대한 모욕이 바로 <로열 패밀리>가 마지막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모습은 아니었을까요?

'로열 패밀리 Royal Family'는 말 그대로 황제나 왕의 가족을 뜻하거나 특정 사회에서 귀빈 대접을 받는 사람의 가족을 통칭하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에는 단순히 사회적인 권력의 문제를 넘어선 존경의 의미도 담겨있는 것이 사실이지요.

이런 단어가 현대 사회에 들어서 돈 많은 재벌들에게 사용되는 모습은 이질적이기만 합니다. 스스로 왕이 되고 싶은 졸부들은 자기 스스로 '로열 패밀리'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일반인들과 거리감을 두며 스스로 '선민의식'에 빠져 신귀족 사회의 중심이 되고자 합니다. 

대한민국 재벌들의 시작이 탈법과 불법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들은 이미 다들 알고 있는 것들입니다. 박정희 정권에 의해 만들어진 재벌들은 스스로의 노력보다는 권력에 야합하고 그런 권력을 통해 돈을 벌어들여 다시 권력을 키우는 일을 하며 현재의 재벌이 된 족속들입니다. 


그런 그들이 스스로에게 '로열 패밀리'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선민의식에 빠져있다는 사실은 조롱거리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스스로 부끄러움도 모르고 잘못도 인정하지 않는 그들은 온갖 탈법을 저질러도 돈 권력의 위대함은 정치권력을 사들이며 더욱 대단한 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공회장이 이야기를 하듯, 모든 권력을 손에 쥔 그녀는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전화 한 통화면 누군가는 살인자가 되고 살인자는 무죄가 될 수도 있을 만큼 돈 권력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로열 패밀리>에서 보여 지는 재벌가 사람들의 인식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이 얼마나 선민의식에 찌들어, 스스로를 귀족이라 생각하며 사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마치 거대한 성 안에 거주하며 귀족사회의 영주라도 되는 듯 행동하는 모습은 씁쓸하기까지 합니다. 

7살때 거리에 버려진 아이 마리. 그런 마리가 굶어 죽지 않도록 강마담에게 데려간 엄기도. 그곳이 강마담의 집이 아니었다면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었던 마리는 그렇게 양공주가 되도록 강요를 받았고 그 위험 속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은 그녀를 모진 삶 속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엄집사는 그 죄의식으로 마리를 김인숙으로 바꿔 새로운 삶을 살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운명은 JK가와의 만남으로 인해 다시 한 번 나락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우연하게 JK 회장의 목숨을 살리고 공회장이 가장 사랑하는 아들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면서 김인숙은 자신이 가지고 싶었던 '자신'을 다시 한 번 버려야만 했습니다. 

너무 거대해서 스스로 버틸 수 없는 JK가의 사람이 되기 싫었던 김인숙은 공회장의 질투와 욕심으로 인해 정가원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용하게 떠나고 싶었던 그녀를 섬으로 팔아버리려 했던 공회장. 자신이 살인까지 하며 벗어났던 그 지옥 같은 곳으로 다시 보내려는 공회장에게 복수를 다짐할 수밖에 없었던 김인숙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자신과는 너무 달리 탐욕도 없는 김인숙. 그런 김인숙을 사랑하는 두 남자.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었던 존재인 조회장과 아들 동호가 자신이 아닌 김인숙을 사랑하는 사실을 그녀는 받아들일 수가 없었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자신이 아닌 아무 것도 아닌 김인숙을 사랑하는 두 남자를 도저히 그녀는 인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김인숙에게 질투와 함께 분노를 싹틔웠고 그런 저주는 김인숙을 괴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괴물이 되어 모든 것을 몰락하게 만들 수 있는 그녀를 공회장은 없애버리려 합니다. 오랜 시간 자신을 옥죄고 있었던 두려움과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 김인숙을 죽이는 일이라면 공회장은 어떤 상황이 닥친다 해도 그 일을 성사시키려 할 것입니다.

엄집사의 죽음과 김인숙이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죽음을 택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한지훈의 선택은 마지막 2회를 남긴 <로열 패밀리>에서는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선택은 한지훈의 몫이고 그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드라마의 주제의식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씩이나 살해 용의자로 몰린 자신을 구해준 여자. 그런 여자가 스스로 파멸의 길을 걸으려 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한지훈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단순하며 명쾌합니다. JK가의 사람이 되고자 했던 김인숙이 아닌, 인간이 되고 싶어했던 마리. 그런 마리가 인간임을 증명해 달라는 엄집사의 마지막 유언은 그가 무엇을 선택하고 결정하게 될 것인지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조동진의 혼전 계약서. 이 계약서가 공회장을 위기로, 김인숙을 승자로 만들 수 있는 마법이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이 계약서가 인간이기를 포기한 그들에게 '인간 증명'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지도 모를 일입니다.

16회에서 가장 인상 깊었으며 의미 있게 다가왔던 것은 <로열 패밀리>라는 제목을 왜 부여했고, 이야기의 중심이 왜 재벌가였는지에 대한 작가의 의식이 확연하게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우리시대 재벌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김인숙이라는 극중 인물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시대 스스로 자신들을 '로열 패밀리'라 부르는 이들의 선민의식을 적나라하게 들춰내는 <로열 패밀리>는 그래서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는 듯합니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 극적인 이야기 전개, 그 안에 사회적인 비판의식까지 깔려 있는 이 드라마는 그래서 흥미롭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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