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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Documentary 다큐

휴먼다큐 사랑 엄마 미안-어린 서연이가 건네는 삶의 환희

by 자이미 2011.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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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그들. 원인도 알 수 없는 병으로 4살 서연이는 병원에서 걸음마를 배우고 말을 배웠습니다. 그 어린 아이의 몸에 난 수많은 수술 자국들은 서연이에게 삶에 대한 소중함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반증하는 훈장 같은 흉터처럼 보여 졌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아픔 속에서도 우는 엄마를 보며 "엄마,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는 어린 서연이는 그렇게 우리에게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서연이의 아픔은 우리가 함께 짊어져야 할 몫이다




병실 복도에서 걸음마를 배우고 간호사들이 가장 정겨운 이모들인 아이 서연이. 이제 4살이 된 서연이는 병명을 알 수 없는 병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그 어린 아이가 4년이라는 기간 동안 18번의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원인도 알 수 없는 출혈을 찾기 위해 장기들을 들어내야 했고 그렇게 사라진 장기들로 인해 어린 서연이는 특수 영양제를 통해 삶을 연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인도 감내하기 힘든 고통을 웃음으로 이겨내는 서연이와 어린 아이의 병간호를 위해 쌍둥이들을 친정집에 맡기고 남편은 직장에서 생활하는 이산가족이 되어버린 서연이네. 병명도 알 수 없는 어린 서연이의 병원비를 위해 공사 현장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나오는 수당까지 모두 병원비로 사용해야만 하는 서연이네는 힘겨운 하루하루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힘겨운 상황에서도 언제나 밝은 웃음을 잃지 않는 서연이와 서연이의 오빠 언니의 일상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병실이 자신의 집이고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를 '아야'라고 부르는 아이. 병명을 찾기 위해서는 체혈을 해야만 하는데 피가 모자란 서연이의 팔에서는 피가 나오지도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제발 목에서만은 체혈을 하지 말아달라며 우는 서연이의 모습은 그 어떤 것으로도 감내하기 힘든 장면이었습니다. 체혈을 하지 않겠다는 것도 아니고, 제발 목에서만은 하지 말아달라는 어린 아이. 그런 아이의 눈을 가리고 모질게 체혈을 해야만 하는 엄마의 마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이의 병명과 삶을 지탱할 수 없다는 현실은 모녀를 울 수밖에 없도록 했습니다.


혈액이 절반 밖에 되지 않는 아이를 위해 36시간의 검사는 이어집니다. 성인들도 힘들 수밖에 없는 고되고 힘겨운 검사 후에도 병명도 원인도 알 수 없는 어린 아이 서연이는 국가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처지입니다. 희귀병 환자가 되려면 동일한 병을 가진 이가 다섯 명이 되어야만 하는데 서연이의 경우 그 어떤 병명도 드러나지 않은 유일한 환자이기에 국가마저 눈 감고 방관하는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건축현장 소장인 서연이 아버지 월급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은 그에게 1, 2, 3 금융권 모두에 손을 벌리게 하는 상황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빚으로 위험한 순간까지 몰아가는 상황은 아픈 서연이 만큼 함께 모든 고통을 감내해야만 하는 우리의 슬픈 현실이고 비극입니다.

어린 아이가 먹지도 못하고 금식을 하던 서연이는 힘겨워하는 팔 붕대를 풀어주자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엄청난 출혈로 인해 나빠진 몸은 두드러기까지 만들었고 그 가려움을 이겨내지 못한 아이가 자신의 몸을 긁어 피가 났기 때문이지요.

얼마나 가려웠으면 자신의 몸에서 피가 날 정도로 긁어야만 했을까요? 그러 아이의 팔을 다시 붕대로 감는 엄마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감지 말라는 아이의 부탁을 뿌리치며 아이를 다그치는 엄마에게 아이는 나지막하게 이야기를 건넵니다.

"엄마, 미안"

그 어린 아이는 자신 때문에 힘겨워하는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합니다. 그 누구도 감내할 수 없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아이가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합니다. 엄마는 어린 아이가 자신에게 "엄마, 미워"라는 말을 건네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 어린 아이는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태어나면서 부터 단 한 번도 정상적인 삶을 살아보지 못한 아이. 병명도 알 수 없고 병원이 집이라고 생각하는 아이가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는 현실이 마음이 아플 뿐입니다. 

열흘간의 금식을 하고 수술을 하기 위해 병실로 들어서는 서연이는 부모들을 위해 환하게 웃어줍니다.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듯 18번의 수술이 남긴 고통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서연이는 엄마 아빠에게 걱정하지 말라며 환하게 웃으며 수술실로 들어섭니다.

예정되었던 4시간을 훌쩍 넘기며 겨우 출혈의 원인 부위를 찾기는 했지만 워낙 약해진 서연이의 몸은 어디에서고 다시 출혈이 시작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힘겨운 수술에서 깨어난 서연이. 수술로 지쳐 그렇게 좋아하는 아빠에게 말도 하지 못하는 아이.

수술 경과가 생각보다는 좋아 서연이는 쌍둥이 오빠 언니가 있는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소원이었던 어린이 집에도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있을 수는 없지만 너무나 평범해서 식상할 수도 있는 일상의 소소함이 너무나 행복한 서연이네 가족들은 이런 삶이 지속되기만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스웨덴처럼 암 수술 두 번에 입원비까지 포함해 100여만 원만 들이는 사회를 원하지도 않습니다. 최소한 서연이처럼 희귀병으로 고생하는 아이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 보호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병명도 알아내지 못하는 아이에게 희귀병 기준인 다섯 명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 모든 책임을 가족에게 돌리는 국가는 무엇을 위한 국가란 말인가요?

국가로서의 책임을 방기하고 미친 짓이나 하고 있는 현 정권의 모습은 살기 위해, 그리고 살아있음에 한없이 행복한 미소를 짓는 서연이의 얼굴과 겹쳐지며 더욱 답답하게 다가옵니다. 역설적으로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던 서연이가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며, 삶에 대한 환희를 일깨우는 장면은 많은 것들을 시사해주었습니다.

서연이는 따스한 5월 외갓집 마당에서 언니, 오빠 그리고 엄마와 함께 놀고 있었습니다. 너무나 해맑게 웃고 있는 이 어린 아이가 더 이상 고통 없이 살아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소소한 일상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수밖에 없는 서연이 가족들이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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