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7. 16. 08:23

대물과 시티헌터, 우물에 갇힌 우리 사회의 그림자

현 정권의 방송장악에서 빗겨가 있던 상업방송 SBS가 정권 말기가 되니 자유롭게 상황을 즐기는 형국은 아이러니합니다. 날카로운 시각을 보이던 MBC는 김여진 법까지 급조해내며 추악한 언론의 현실을 드러내고, 공영방송 KBS는 도청까지 하며 언론사의 자질마저 의심하게 만드는 상황, SBS는 드라마를 통해 사회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대물로 만족하지 못한 시티헌터, 현실 도피의 전형이 되나?




지난 해 방송되었던 '대물'은 고현정이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이 된다는 원작 만화의 재미보다는 현실을 비판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화제였습니다. 아나운서로 시작해 정치인이 되어 대통령이 되는 여자 주인공 서혜림을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끄집어내는 과정들은 흥미롭기만 했습니다.

문제는 레임덕 전의 MB 정권 시기에 방송이 되었다는 점은 많은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대중들은 환호했지만 작가와 연출자가 중간에 교체되며 드라마는 산으로 가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아래 내용들 중 사실과 다른 내용들을 수정합니다. 1. 대본 작업을 했던 황은경 작가는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너무 강한 현실 비판이 나와 당황했다는 말로 작가 교체를 받아들였습니다. - 사회 비판이 너무 강해 부담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 때문에 글쓰기를 중단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집필을 중단한 이유는 여러 기사에서 나왔던 이유 중 하나였던 피디와의 의견 차이와 피디가 마음대로 대본을 고친 문제가 주요한 이유였습니다. 

"정치를 쓰고 싶었던게 아니에요. 뻔한 정치드라마를 만들지 말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뉴하트'처럼 저런 의사가 있는 병원이라면 나도 가고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정치인의 음모 계략 중심이 아닌 일반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어요. 근데 나중엔 겁이 나더라구요. 제가 쓴 내용이 다르게 변질돼서 나가니까. 나중에는 이러다 대검중수부 국정원에 불려가는건 아닌가 불안감이 들 정도였어요"

대중들이 환호하고 즐거워했던 상황들이 2. 작가의 이야기가 아닌, 연출을 맡았던 오종록 피디의 의지였다는 사실은 그가 하차하게 된 이유였습니다.- 이 역시 사실과 달리, 오 피디의 의지가 아닌 작가의 의중이 그대로 피력된 부분이었음을 다시 밝힙니다. 잘못 알고 있었던 전후 관계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음을 이 자리에서 다시 밝힙니다. "들판에 쥐새끼들이 득실거린다"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당시 언급조차 조심스러웠던 상황들은 많은 이들에게 대리만족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3. 중수부에 잡혀갈까 두려워하던 작가는 스스로 위기를 벗어나고 싶어 했고, 더욱 강한 어조로 현실 비판을 하려했던 피디는 타의에 의해 연출권을 놓아야만 했습니다.-작가가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집필을 그만둔 것은 아닙니다. 이는 앞선 1번과 같은 이유입니다. 작가의 문제보다 제작사의 문제가 상황을 호도했음을 다시 이 자리를 빌어 밝힙니다. 당연히 드라마는 초반과는 다른 분위기로 흘러갔고 그런 상황들은 많은 이들의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드라마의 완성도는 떨어지고 도덕 교과서를 재현하는 듯한 내용들은 아쉽기만 했습니다. 언론과 정치라는 이 시대 가장 민감한 부분을 다룬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닫게 해준 <대물>은 2011년이 되어 의적을 앞세우고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일본 만화 <시티헌터>의 판권을 샀지만 이 드라마는 원작과는 전혀 상관없는 작품입니다. 드라마 판권 판매를 위한 홍보 효과를 노린 듯한 원작 판권 구매와 달리, 내용은 철저하게 한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전두환 정권 시절의 북파 공작원 몰살 작전에서 시작해 현실 속 부패를 건드리는 이 드라마는 많은 이들에게 환호를 받고 있습니다.

1년 만에 돌아온 이민호가 사회 정의를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는 모습이 매력적인 것도 있겠지만, MB 정권이후 억눌렸던 대중의 분노가 이민호를 통해 표현된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있습니다. 부패한 사학재단과 재벌, 군 문제, 노동탄압, 반값 등록금, 만연한 학벌주의 등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느끼고 있는 불만들을 모두 나열한 이 드라마는 흥미롭습니다. 

4. 더욱 재미있는 것은 '대물'을 통해 존경하는 대통령상을 그리고 싶었다는 황은경 작가가 <시티헌터>를 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수진 작가와 함께 공동 집필을 하는 이 작품을 보면 과연 '대물'의 시대 비판에 두려워 대본 집필을 끝냈던 작가가 맞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 부분 역시 앞선 1, 2, 3의 경우와 함께 왜곡된 사실로 인한 잘못된 지적입니다. 1번이 잘못되어 모든 것이 틀어진 경우로 '대물'의 상황을 잘못 인지한 부분 바로잡습니다.

물론 이민호가 분하는 이윤성 같은 존재는 '대물'에서 등장한 서해림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습니다. 모두가 존경하고 사랑할 수 있는 존재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처럼 '시티헌터'에서는 현실 속에서 등장할 수 없는 존재를 통해 바람을 현실로 만든 듯도 합니다.   

김지하의 그 유명한 '오적'을 패러디한 듯한 오적을 등장시켜 현 사회의 문제를 끄집어내 이윤성이라는 가공된 인물을 통해 정의를 실현한다는 설정은 흥미롭습니다. 새롭지 않고 진부해서 더욱 쉽게 다가오는 이 설정은 많은 이들에게 뻔 하지만 그래서 시원하고 공감할 수 있는 대리만족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문제들이 산적하고 있지만 권력에 장악당한 거대 언론들은 대중들을 외면하고 있고, 현 정권에 의해 날개를 든 재벌들은 철저하게 부의 중심이 되어 권력마저 사들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권력을 뛰어넘은 자본은 권력을 사유화하려 하고 이런 상황은 우리 사회를 더욱 두렵게 만들고만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제어해줘야만 하는 언론과 정치인들은 자신의 소임들을 하지 못한 채 지배 권력에 저항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은 대중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대물'속에 등장했던 언론과 정치는 이미 죽었기 때문에 그들과 전혀 상관없는 현실 속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가공의 히어로가 등장하는 '시티헌터'는 그래서 유쾌하면서도 씁쓸해집니다.

'대물'은 그나마 현실적인 가치 속에서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시티헌터'는 현실을 가져와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인물로 대리만족을 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물'에 비해 비판의 정도나 통쾌함은 커졌지만 현실성이 더욱 결여된 상황은 허탈함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현실에서 억눌렸던 감정들을 드라마를 통해 대리만족을 한다는 사실은, 일면 흥미롭고 즐겁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현실을 외면하고 가공의 상황 극에 매몰될 수밖에 없도록 합니다. 현실의 문제들을 언급하고 해결하려는 노력들이 건강하게 다가오지만 현실을 외면한 채 드라마에서 모든 것을 체험하려는 상황들은 점점 현실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도록 유도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긍정적인 답은 드라마를 통해 다시 한 번 정리되는 불합리함을 단순히 드라마에서 소진시키지 않고, 현실 속 부조리를 변화시키는 긍정의 힘으로 드러나야만 한다는 점입니다. 여전히 미친 등록금은 답을 드러내지 않고 부패한 사학들이 정권 말기 혼란을 틈타 다시 대학을 지배하기 시작했습니다.

부패한 권력들은 자신의 몫을 셈하기에 바쁘고 권력마저 사유화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린 재벌은 대한민국마저 M&A하려 합니다.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은 도를 넘어선지 오래 이고 공권력이 비호하는 용역 깡패들이 재벌과 공권력을 등에 업고 70년대 용팔이의 재림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진 자들의 탐욕은 더욱 높아만 가고 소수의 가진 자들이 벌이는 대중 기만과 지배 욕구는 점점 심해져만 갑니다. 우물 속에 갇힌 채 세상을 외면한 채 그림자만 쳐다보는 상황은 스스로를 만족하게 할지는 모르지만 그림자를 만들어낸 실체를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직접 현장에 나설 수 없다 해도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이 자본권력과 맞서 싸워 정당한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만으로도 사회는 조금씩 변할 수 있습니다. 대단하고 거창한 구호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사회를 변화시키는데 일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한진중공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문제, 유성기업 노동자 탄압, 제주 해군기지 건립에 맞서 싸우고 있는 강정마을 이야기 등 우리 사회 중요한 의제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사회는 변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현장에 나가 대항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힘든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런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언급하고 변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강구하고 동참하는 것일 겁니다.

우물 안에 갇힌 채 그림자놀이에 환호하며 잠시의 고통을 잊는 것도 필요하기는 하지만, 가끔은 우물 밖 세상을 바라보며 그들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 역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가공의 인물인 이윤성이 될 수는 없겠지만 변화를 응원하고 심정적 동지가 되는 김나나는 우리 모두가 가능할 것입니다.

- 마지막 사진은 트위터(그리다 님)에 올려졌던 2차 희망버스 상황 사진입니다.

- 드라마 리뷰는 개인적인 사견들이 관여되기에 상관없겠지만, 외부 요인에 의해 문제가 불거진 사안들에 대해 왜곡된 진실을 사실로 적시한 부분에 대해서는 황은경 작가에게 사과드립니다. 전후 사정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작위적으로 사실 관계롤 혼돈해서 글을 쓴 점은 다시 한 번 부주의한 글쓰기로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사실 관계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확실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Trackback 0 Comment 4
  1. 다같이 2011.07.16 09:13 address edit & del reply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우매한 그리고 평범한 전 그래도 뉴스의 행간을 안본척하다가 드라마에서 직설적인 표현을 보고 각인되는 효과도 있었습니다 다 장단점은 있는거지요 그냥 배설에 불과 하지않게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한것같습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1.07.17 09:07 신고 address edit & del

      드라마를 통해 각인 효과를 본다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 지점에서 멈추게 되면 반복된 각인만 찾게 되는 것이 문제가 되겠지요.

      말씀처럼 배설에서 그치지 않고 많은 이들과 소통하며 잘못된 것들에 대해 분노하는 것이 지금 절실한 우리의 모습일 거라고 봅니다.

      '분노하라'라는 책에서 이야기를 하듯 우리 세대는 분노가 절실합니다.

  2. Favicon of https://shain.tistory.com BlogIcon Shain 2011.07.16 10:43 신고 address edit & del reply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 같지만...
    마치 소금물을 마시면 더욱 갈증이 심해지는 이치랄까..
    진지해야할 이야기를 오락거리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가끔 시원하다 싶으면서도 한숨이 나지요
    그게 어떤 의미에서 SBS 답습니다

    • Favicon of https://dramastory2.tistory.com BlogIcon 자이미 자이미 2011.07.17 09:09 신고 address edit & del

      Shain님의 말씀처럼 단순하고 반복된 상황들은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들마저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이용할 줄 아는 SBS의 상술이 대단하다는 사실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