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8. 17. 13:01

계백 8회-계백과 의자의 만남이 기대되는 이유

아버지를 잃고 포로가 되어 신라군에 의해 살인 무기가 되었던 계백이 백제와 신라에게 너무 중요한 가잠성 싸움은 계백과 의자의 만남을 예고합니다. 은고와 의자의 결합을 모른 채 은고를 아끼는 사택비의 모습은 <계백>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습니다.

계백과 의장의 만남, 의자의 황제 등극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이리'라 불리는 사나이 계백.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결코 죽는 법이 없는 그는 적군인 신라의 김유신마저 반할 정도의 탁월한 존재입니다. 아버지에 대한 복수, 그리고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랑 은고에 대한 그리움이 그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대단한 존재감은 너무 거대해 약간의 거부감까지 들 정도입니다.

호색 질에 정신이 없는 의자는 귀족의 첩까지 범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꾸준하게 각인시킵니다. 사택비와 귀족들 사이에서 목숨을 유지하고 황제가 되어 복수를 하는 그 순간까지는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고 살아가야만 하는 의자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복수를 할 수 있는 순간이라 여겼던 상황에서 무왕은 복수의 끈을 놓아버리고 귀족들이 만든 살생부를 직접 태워버리며 그를 절망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나락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자신을 살리기 위해 무진을 죽도록 만드는 상황은 그에게는 커다란 트라우마를 만들어내고 말았습니다.

자신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바친 무진을 자신의 손을 처단해 목숨을 연명해야만 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사실은 의자를 정상적인 존재로 만들 수는 없는 법이지요. 극단적인 상황들을 이겨내 황제가 된 의자가 왜 백제의 마지막 황제가 될 수밖에 없었느냐는 이런 상황들에서 추측해 볼 수 있을 듯합니다.

궁에서도 완벽하게 홀로 고립된 의자가 사택비에게서 살아남으며 반격을 준비하고 실행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은고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선화 황후와 무진의 간첩 조작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다 죽임을 당한 이후 사택비에 대한 복수심을 키워왔던 은고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의자와 한 편이 되어 있었습니다. 

자신의 지략으로 의자를 황제의 자리에 올려 사택비에 대한 복수를 완성시키려는 은고의 노력은 타고난 탁월함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뛰어난 상술과 정치력, 그리고 친화력까지 가진 은고는 사택비의 마음을 사로잡아 가장 최측근이 되어 있었습니다. 사택비를 중요한 순간 구해주었으면서도 그 무엇도 바라지 않는 은고. 그래서 불안하면서도 믿을 수밖에 없는 이 특별한 존재가 사택비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철저하게 정치적인 사택비가 은고에게 교기의 며느리가 되는 것은 어떻겠느냐는 말까지 꺼낼 정도로 은고에 대한 믿음은 대단합니다. 은고가 의자 왕자를 싫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사택비는 그녀에게 의자 왕자의 행동을 염탐할 것으로 지시합니다. 

은고로서는 이중첩자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의 복수는 더욱 확고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비록 의자와의 관계가 발각되는 순간 죽음을 면치 못할 수밖에는 없지만 사택비의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았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니 말입니다. 

은고의 지략은 사택비가 며느리로 삼고자 했던 연문진의 여식인 태연을 가로채게 됩니다. 의자의 아버지인 무왕이 신라의 선화 공주를 얻기 위해 벌였던 '서동요'를 이용한 은고의 전략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고 의자는 강력한 귀족 가문의 여식인 태연을 맞이하게 됩니다.

사택비로서도 마냥 거부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그녀가 선택한 것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의자의 혼례를 황족의 예를 갖춰서 치를 수는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연문진의 집에서 혼례를 치르고 연씨 가문 사람들이 궁에 발도 들이지 못하도록 하는 조건으로 의자의 혼례를 허락하는 사택비는 의자에 대한 의심만 커져 갑니다.

의자에 의해 자신의 혼례 상대를 빼앗긴 교기는 의자를 가장성 전투에 참여시켜 죽여 버리려합니다. 눈엣가시 같은 존재를 죽음이 일상이 되어버린 전투에서 처리한다는 발상은 탁월하지만 의자에게는 전화위복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은고와 계백이 존재하기 때문이지요.  

김유신과의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았던 계백은 신라 장군들도 생각하지 못했던 낭비성 함락 작전에 대한 묘책을 알고 있었습니다. 백제 최고의 무사인 무진의 피를 이어받아서 인지 타고난 능력이 가장 극한의 상황에서 드러나는 계백은 타고난 영웅이었습니다. 

계백의 지략으로 김유신은 고구려의 낭비성을 함락하게 되었습니다. 김유신의 부하가 되라는 부탁에도 흔들리지 않던 계백은 가장성 전투에 의자 왕자도 참여한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미친 듯이 흥분합니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존재. 죽이고 싶은 단 하나의 존재가 되어버린 의자 왕자가 전투에 참가한다는 소식은 당연하게도 계백에게는 잠자고 있었던 분노를 깨우는 역할을 하고도 남습니다. 

계백이 죽은 것으로만 알고 있는 은고. 그럼에도 죽은 계백을 잊지 못하는 은고는 의자가 자신을 흠모하고 있음을 알면서도 거부합니다. 은고에게는 오로지 계백만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의 사랑이 슬플 수밖에 없다는 것을 예고합니다. 

무진을 사랑했던 사택비가 정치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무왕의 아내가 되었듯, 은고 역시 자신의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혹은 계백을 지켜내기 위해) 의자의 여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왕의 여자가 되었지만 왕이 아닌 왕을 보필하는 무사의 여자가 되기를 흠모하는 사택비와 은고의 운명은 너무나 닮아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운명은 계백과 무진의 운명과도 닮아 있습니다. 나라를 위한 충성심으로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를 아내를 맞이하지 못하고 죽어가야만 했던 무진과 계백. 그들은 대를 이어 나라에 대해 충성하지만 그 어떤 것도 얻지 못한 채 죽어가야만 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합니다. 

무왕과 의자 역시 무기력함이 닮아 있었고 자신의 의지보다는 여자에 의해 움직이는 존재라는 점에서도 유사합니다. 무왕이 권력을 위해 사택비를 맞이하는 것과 달리, 자신의 본심을 위해 은고를 맞아들이는 것이 다르기는 하지만, 두 여자 모두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왕과 의자왕은 불쌍한 존재들일 뿐입니다.  

계백과 의자가 만나게 된다는 것은 거대한 충돌을 예상하게 하지만 의자가 황제가 될 수밖에 없는 절대적인 힘을 얻는 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죽은 줄만 알았던 계백이 돌아왔다는 사실은 은고에게는 사랑의 시작이 되고 무왕이나 의자로서는 사택비에 대한 복수를 완성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다가옵니다.

지독한 운명 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백제의 마지막 왕과 충신이 될 수밖에 없는 의자와 계백. 과연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흘러가고 그런 운명은 후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겨줄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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