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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Korea Drama 한드

계백 10회-어설픈 전투 장면보다 중요했던 것은 의자의 통치 철학 이었다

by 자이미 2011.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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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백의 의자에 대한 오해가 풀리고 서로 협력해서 백제가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가잠성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곧 의자가 교기를 넘어서 백제의 차기 황제가 될 수 있는 시발점이 되었고 계백의 화려한 부활이 시작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계백, 뭔가 어설픈 비주얼 하지만 흥미로웠던 가치관




형제라고 불리기까지 했던 의자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을 신라의 포로가 되어 살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지독한 복수심을 만들어냈습니다. 죽어도 죽을 수가 없는 이 분노는 계백을 '이리'라는 별명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고 적장인 김유신마저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줄 알았던 김유신은 의자 왕자라는 말에 말문이 트이고 미친 듯 분노하는 계백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확신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적이면서 적을 더욱 증오하는 적은 곧 동료일 수 있다는 그의 바람은 결과적으로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김유신의 패배로 끝나고 말지만 그들의 질긴 운명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진다는 점에서 가잠성에서의 그들의 모습은 흥미로웠습니다. 

살아있는 이유가 오직 의자를 죽이기 위함이었던 계백은 같은 동료 포로들의 도움을 받아 성을 빠져나가 백제군의 진용으로 들어서는데 성공합니다. 어렵지 않게 의자가 있는 곳을 알아내고 겨우 목숨이 돌아온 의자는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계백에 당황해합니다.

독화살을 맞아 생사의 갈림길에서 겨우 살아난 의자로서는 자신을 죽이기 위해 처소로 난입한 이 남자가 두렵기만 합니다. 이미 한 차례 만남을 통해 왜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던 의자로서는 그 낯선 사내가 다름 아닌 무진의 아들 계백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스스로 목숨을 그에게 맡깁니다. 

자신이 살기 위해 무진을 죽여야만 했으니 그의 아들 계백에게 죽음을 당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자신의 목숨을 계백에게 던지는 의자. 그런 상황을 보게 된 은고는 의자를 해하려는 이가 다름 아닌 계백이라는 사실에 놀랍기만 합니다. 죽은 줄만 알았던 계백이 이렇게 살아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에게는 행복일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결과적으로 은고의 설명으로 의자에 대한 복수심은 사라지게 됩니다. 무진이 계백과 의자를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신을 희생해야만 했다는 사실. 그 사실을 알고도 계백은 신라군이 있는 가잠성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자신이 돌아가지 않으면 백여 명의 백제 포로들이 모두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계백의 모습은 강직한 장수의 모습 그 자체였습니다. 

 

살아 돌아온 계백이 다시 죽음에 처한 상황에서 의자는 계략을 세웁니다. 자신이 스님으로 분해 가잠성으로 잠입해 성 함락을 위한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었지요. 다른 장수들은 왕자를 말렸지만 의자가 죽기를 바라는 교기로 인해 의자의 성 잠입 작전은 시작되었습니다. 

사택비의 총애를 받고 있는 은고는 자신의 상황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의자와 함께 가잠성으로 들어섭니다. 성 안에 들어선 그들이 목격한 것은 두 손이 묶인 채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계백이었습니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고 자신을 믿어준 포로들을 위해 제 발로 사지로 들어선 그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구해내야겠다는 의지는 계백의 처참한 모습에서 더욱 강렬하게 다가올 뿐입니다. 

의자는 그곳에서 지략이 뛰어난 성충을 만나게 되고 그를 통해 백제군이 공격을 해오는 시간 반란을 일으켜 군사를 제압해 가잠성을 함락하는 작전을 세우게 됩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성을 빠져나가던 그들은 거짓으로 물건을 팔러왔던 독개에 의해 백제군임이 밝혀지며 의자는 신라의 포로가 되고 맙니다.

백제의 왕자가 포로로 잡힌 상황에서 가잠성에 대한 공격은 있을 수 없다는 장수들이 무왕을 앞세워 의자를 희생해서라도 가잠성을 차지해야만 한다는 교기의 대립 속에 등장한 사택비는, "의자도 자신의 희생을 통해 백제의 오랜 꿈을 실현하는데 공헌했다면 행복해할 것이다"라는 말로 총공격을 결정합니다.

죽음을 앞둔 의자는 계백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한 김유신에 의해 살아나게 됩니다. 의자와 계백의 관계와 오해가 풀린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던 김유신은 여전히 계백이 의자를 증오한다고 생각하고, 의자의 목숨을 거두는 일을 계백에게 맡깁니다.

백제군들이 총공격을 해오는 상황에서 의자의 죽음이 결정된 상황 돌변한 계백으로 인해 성 안은 혼란에 빠지고 맙니다. 성 안과 밖에서 공격이 시작되며 혼란에 빠진 김유신은 분노한 포로들로 인해 성문이 열리며 더 이상 가잠성을 지키지 못하고 퇴각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렇게 무혈입성 한 사택비 앞에 피 칠을 하고 죽은 포로들 사이에서 일어서는 의자의 모습은 그녀에게는 지옥에서 살아온 존재로 다가옵니다. 시종일관 의자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던 사택비로서는 가잠성 함락에 혁혁한 공헌을 하고서도 죽지 않은 의자로 인해 기겁할 수밖에는 없게 되었습니다. 

방송이 나간 후 세간의 화제가 되었던 것은 허술하기만 한 전투 장면이었습니다. 백 명(?)도 안 되는 병사들이 성으로 진군해가는 장면에서 많은 이들이 허탈해할 수밖에 없는 것은 일만의 군사가 총공격을 하는 장면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는 장면이기 때문이지요.

애들 장난하는 듯 진행된 전쟁 장면은 당연히 중요했음에도 감정이입이 되지 못했습니다. 최소한의 인원을 동원한 전투 장면을 전체 샷으로 보여준 연출자의 능력도 문제였습니다. 다양한 앵글과 장면 전환 등으로 흥미로운 장면들을 만들어낼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런 어설픈 장면을 그대로 방송으로 내보낸 연출자의 감각은 최악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계백>이 흥미로운 이유는 의자와 계백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 때문일 것입니다. 신의를 위해서는 자신의 목숨마저 버릴 수 있는 장수 계백과 신라군에 잡힌 생구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적진 한 가운데로 향한 의자의 모습은 흥미롭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더욱 생구들이 "나라가 자신들을 위해 해준 것이 무엇이냐며 살아난다 해도 다시 전투에 끌려가 죽을 것이 당연하데 도울 이유가 없다"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에서 분노하기 보다는 "저들 말이 틀린 것이 없다"는 의자의 모습은 훗날 그가 어떤 왕이 되는지를 잘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국민들이 곧 국가라는 당연하지만 이 당연한 진실이 진리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나라는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고 그렇기에 그 어떤 판단에 앞서야 하는 것은 국민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을 위한 정치가 아닌 가진 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며 국민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현재의 모습들을 보면 성군이라는 조건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죽은 줄 알았던 계백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의자에게 품었던 복수를 거둬들이고 함께 가잠성 함락의 공을 세운 그들이 이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게 만드는 사극의 힘은 바로 이런 가치관들에 의해 규정된다고 봅니다. 의자가 과연 삼천궁녀를 품에 품고 정사는 돌보지 않은 왕이었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이후 진행되는 이야기를 통해 드러날 것이라 생각합니다. 백제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충신 계백. 그가 어떤 모습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나갈지도 기대될 수밖에 없는 10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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