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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adcast 방송이야기/Variety 버라이어티

무도 추석특집, 선물의 의미와 가치를 이야기 하다

by 자이미 2011.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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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맞이해 무도가 꺼낸 특집은 역시 무도다웠습니다. 이번 특집의 핵심은 제작진이 건넨 10만원이라는 금액으로 각자에게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는 무척 단순한 미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많은 재미와 의미들이 담겨있었습니다.

무도, 명절 선물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이야기 하다





1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입니다. 그 금액으로 선물을 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은 미션이었습니다. 문제는 과거 쓰레기 몰아주기처럼 어느 한쪽에 모두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아닌가란 우려였습니다. 선물이라는 것이 받은 사람은 감사하고 행복하지만 받지 못한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서러울 수도 있으니 말이지요.

미션 자체가 민망하고 미안할 수도 있는 상황은 자연스럽게 모든 멤버들이 느끼는 감정이었습니다. 줘도 문제 안줘도 문제라는 말처럼 '의상한 형제'를 통해 쓰레기 6관왕을 한 정준하는 미션 수행 내용만 듣자마자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며 두려워하기까지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전 국민이 알게 된 노홍철의 병에 대해 걱정하는 유재석과 다른 멤버들은 누구에게 선물을 줄지가 망설여집니다. 명절 특집이라고 악마의 탈을 벗고 동네 아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이는 박명수와 그런 명수를 보고 어린 초등학생이 "연출하는 거 같은데..."라는 말에서 어린 아이들까지 명수의 특징을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까지 했습니다. 

10만원 한도 내에서 각자 생각한 멤버들에게 전해 줄 선물을 고르는 과정에서도 각자의 취향과 특징들이 잘 드러났습니다. 사기와 현실성이 돋보이는 노홍철의 경우 우리 시대 허례허식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선물에도 급이 있다는 그의 표현만큼이나 사람들에 따라 선물도 급이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지요.

노홍철은 값싼 옥수수를 사고 90만원 하는 한우 세트의 포장지에 이를 포장해 그럴 듯한 선물로 만들었습니다. 0.5Kg의 한우와 포장지 비용이 7만 9천원이라는 사실이 모두를 경악하게 했지만 우리 시대 보여주기 위한 행동들이 어느 정도인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셈이지요.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회가 되다보니 마음이 담긴 선물보다는, 남들이 봤을 때 그럴 듯한 선물이 주가 되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마음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목적을 챙기기 위한 선물 역시 문제가 있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진정한 선물은 사라지고 투자의 목적으로 선물을 하는 관행이 일상이 되면서부터, 거대해진 선물들은 점점 고가가 되어가고 선물에서 마저도 빈부의 격차를 크게 하는 상황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무도에서 보여준 각자 의미를 가진 선물들은 이런 씁쓸한 현 세태에 정확하게 반대의 입장에 서 있었습니다. 유재석은 수술을 앞둔 노홍철에게 재래시장을 찾아 건과류와 미역 등 몸에 좋은 선물을 골랐습니다. 아나로그에 심취한 명수는 재석을 위해 턴테이블을 생각했지만 너무 고가라 과거 최고의 인기였던 '마이마이'를 선택합니다.

정형돈은 목이 아픈 멤버를 위해 한약을 준비하고 하하는 우정반지를 준비합니다. 정준하는 자신에게 과거 면박을 주었던 명수를 위해 꼬리찜을 준비하고 언제나 결코 웃기지 않는 길은 재석을 위해 야구 글러브와 냉면을 준비합니다. 그들은 거대한 포장보다는 각각의 멤버들을 생각하며 실용적이며 꼭 필요한 선물을 골라 그들에 대한 감사를 담았지요.

예능에서 단순히 의미만을 담을 수는 없고 제작진들은 선물과 비슷한 무게와 크기를 가진 영수증 박스를 준비해 그들을 혼란에 빠트렸습니다. 영수증을 받은 이는 영수증에 쓰인 금액을 제작진에게 돌려줘야만 하는 미션을 그들을 바쁘게 만들었습니다. 선물인지 영수증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혼란을 겪게 된 그들은 역시나 몰아주기에 나서게 됩니다.

'의좋은 형제'에서 보여주었던 몰아주기는 이번에는 박명수에게 이어졌고 이런 몰아주기는 의외의 재미를 만들어냈습니다. 정해진 시간 동안 자신에게 주어진 선물인지 영수증인지 알 수 없는 박스들을 처리해야만 하는 상황들은 의외의 긴장감을 주었습니다.

정준하의 의도처럼 한 두 명이 선택한 박명수집 몰아주기는 멤버 전원들에게 전염되어 명수 집 앞 택배 장소는 선물인지 영수증인지 알 수 없는 박스들로 가득해졌습니다. 이를 다시 준하 집으로 몰아가기 위한 선택은 재석의 마음을 알게 된 명수의 반란으로 반전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의 배신에 박스 네 개를 한꺼번에 자신의 집에 가져다 놓은 것을 확인한 재석은 명수 집에 박스 폭탄을 주기로 결정하고 모든 이들이 그곳으로 집결하게 됩니다. 과거 하키 채를 들고 응징에 들어갔었던 명수에 대한 두려움은 그들에게 쉽게 접근하기 어렵게 했지만 정문을 지키는 명수를 하하가 대응하고 다른 멤버들이 뒷문을 통해 명수에게 박스 몰아주기를 완수하는 과정은 흥미로웠습니다. 마지막에 노홍철이 자신의 차 앞에 박스를 놓고 슬며시 박스를 명수 앞에 두고 사라지는 모습은 압권이었지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진행된 그들의 특집에는 제작진이 준비한 세태비판이 그대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영수증과 선물이 똑 같은 박스에 준비되어 누군가는 그 비용을 그대로 다시 물어줘야만 한다는 상황은 우리 시대의 선물의 의지를 되돌아보게 하지요.

마음을 담지 않은 선물은 곧 자신이 다시 금전적으로 물어줘야만 하는 비용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진실은 쓸쓸하게 다가옵니다. 선물인지 영수증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뒤섞여버린 박스들은 자신에게 주었던 선물이 전혀 다른 이에게 돌아가고 그렇게 건네진 선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선물을 준비하고 건넨 사람에게 다시 돌아가는 황당함을 선사합니다. 

형식적인 선물에 뜯어보지도 않고 포장 그대로 다른 이에게 선물로 보내는 경우들도 허다한 상황에서 무도가 보여준 게임은 그런 가벼워진 현대인들의 선물에 대한 비판의식이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명수가 자신 앞에 가득 쌓인 박스를 보면서 자신이 재석에게 선물한 박스를 뜯는 과정은 씁쓸하지요. 정성스럽게 쓴 편지와 함께 재석의 아들에게 줄 선물까지 모두 자신이 확인해야만 하는 상황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4시까지 선물 사는 미션이 끝난 상황에서도 굳이 12시부터 새벽 3시까지 선물을 전달하는 시간을 정한 것은 명절이면 쏟아지는 택배 물건으로 인해 정신없는 택배 기사들에 대한 마음을 담아낸 것이었습니다. 날을 셀 정도로 정신없이 물건을 배달해야만 하는 그들의 삶은 척박하다고 합니다.

배달하는 물건 당 보수를 받는 방식으로 하루 12시간 이상씩 일을 해도 힘겹게 살 수밖에 없는 구조는 그들의 삶을 척박하게 합니다. 택배 회사와 갑과 을의 관계가 명확한 그들은 택배 물건에 대한 문제까지 모두 자신들이 책임져야만 하는 상황은 그들의 어깨를 더욱 힘겹게 만들 뿐이지요. 모든 부당함은 택배 기사의 몫이고 택배를 통해 얻어지는 수익은 대다수가 택배 회사의 몫이라는 현실은 극단적으로 나뉜 계급의 차이를 엿보게 합니다.

선물을 사러 시장으로 간 노홍철이 물건에 대한 질문을 하자 시장 상인들이 바로 옆에 있는 대형 마트를 가보라는 말은 동네 구석구석까지 들어선 SSM의 현실을 느끼게 합니다. 대기업의 문어발 사업 확장으로 인해 서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질 수밖에는 없습니다. 재벌들의 싹쓸이 사업은 철저하게 돈으로 돈을 버는 구조일 뿐 정상적인 상거래도 사업도 아닙니다.

각자 선물에 의미를 담기는 했지만 선물을 받은 명수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고 쓸모없어진 선물은 선물이 아닌 짐이었습니다. 노홍철이 준비한 겉만 그럴 듯한 선물을 열고 자그마한 한우를 바라보며 "좋아해야 해?"라며 씁쓸해하는 하하의 모습이 명절 대부분의 이들이 느끼는 현실인 듯합니다.

본래 의도가 사라진 채 형식을 위한 형식으로 변해버린 명절. 추석이라는 명절을 통해 선물을 하는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상황 속에도 우리 시대의 병패들을 이야기하는 '무한도전'은 역시 레전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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