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16. 13:48

공주의 남자 18회-세령의 백허그보다 정종의 입맞춤이 눈물겨웠던 이유

감정을 과하게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을 부여하는 <공주의 남자>는 그래서 흥미롭습니다. 섬세함이 간절함을 만들고 그 간절함은 감동을 만드는 드라마는 재미있을 수밖에는 없습니다. 두 커플의 극적인 장면을 통해 그들의 아픈 운명을 예고하게 하는 장치들은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사랑에 대한 간절함은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자신의 아버지를 시해하려는 승유.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할 수 없는 여인 세령. 이 지독한 운명에 사로잡힌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는 현실이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어느 한 쪽을 택해도 후회가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세령은 승유를 택합니다.

승유와 세령, 정종과 경혜공주의 커플들이 극적인 상황에서 서로의 운명이 엇갈리는 정점이 바로 18회였습니다. 접점을 넘어서며 무게 중심이 급격하게 어느 한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종은 죽음을 앞두게 되었고 승유와 세령은 새로운 사랑을 위한 시작을 알리는 시작이 바로 18회였습니다. 

'대호'라는 별칭을 남기는 살인자에 대한 소문이 흉흉하게 떠도는 상황에서 세령은 그 주인공이 승유임을 직감합니다. 자신의 아버지와 따르는 무리들에 의해 진행된 참혹한 거사는 수많은 이들을 희생자로 만들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자신이 마지막까지 사랑하고 싶은 승유의 가족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자신의 목숨과도 바꾸고 싶었던 사랑 승유에게 자신의 본심을 드러낼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들은 자연스럽게 그들을 하나로 묶여주는 역할을 시작했습니다. 결코 사랑해서는 안 되는 존재인 원수의 딸을 잊지 못하는 자신을 자책할 수밖에 없는 승유. 하지만 그가 그녀를 그렇게 잊지 못해도 되는 이유를 그녀는 스스로 증명해주었습니다. 

비록 그녀가 철천지원수 집안의 딸이지만 그녀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 단 한 순간도 흔들린 적이 없었고, 겨우 살아남은 자신의 가족들을 위기에서 구해낸 존재이기도 합니다. 모든 것들이 거짓이고 그녀로 인해 흔들려 상황을 직시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자책이 세령에 대한 비난으로 이어진 상황에서도 그녀는 흔들림 없이 그 자리에서 그를 기다리고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승유의 마음도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주변인들까지 그녀의 진심을 바라보기를 원하는 모습 역시 그를 움직이는 이유로 작용합니다. 거리의 왈패이지만 생사를 함께 넘으며 친형제 이상의 돈독한 속정이 생긴 석주는 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이야기합니다. 함께 도망쳐서 모든 것을 잊고 살게 되면 그 억누를 수 없는 복수심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석주의 이야기는 이야기의 끝이 될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형수의 입을 통해 듣게 된 세령의 마음 씀씀이는 승유의 분노를 누그러트릴 수 있게 합니다. 원수이지만 동조하지 않은 가족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분노와 아픔을 승유인들 모를 리가 없지요. 그럼에도 그녀를 마음껏 사랑할 수 없는 것은 처참하게 죽을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에 대한 분노가 더욱 크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마가 되면 인생역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에 들떴던 정종은 그 짧은 행복이 자신의 모진 운명의 시작이었음을 아주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자신이 될 수가 없었던 부마의 자리에 오르는 순간 그는 수양의 계획 속에서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였으니 말입니다. 

도덕적으로 수양의 편이 될 수 없었던 착한 정종. 몰락한 집안을 세우기 위해 선택한(혹은 선택받은) 부마의 자리는 그 짧은 행복을 뒤로하고 죽음의 공포가 매번 그를 옥죄기만 합니다. 좀처럼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공주와 그런 그녀를 지켜야만 하는 운명이 되어버린 슬픈 존재인 정종. 그는 자신의 가장 친한 벗이 서로를 죽이려 칼을 들이대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 역시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칼도 한 번 들어 본적 없는 정종에게 조선 초 가장 격렬했던 순간들은 버티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벗과 공주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알고라도 있었던 듯 거사를 앞 둔 전 날 승유를 찾은 정종은 자신이 먼저 죽거든, 자신이 공주를 모시던 것처럼 마지막 순간까지 공주를 부탁한다는 당부를 합니다. 

나약하지만 심지 굵고 흔들림 없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끝까지 해나가는 정종은 그렇게 옥사에 갇힌 채 언제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한 번도 자신에게 마음을 주지 않았던 공주가 거사 전 날 늦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손에 반지(정종의 집안 대대로 전해 온)를 건네며 진정한 부부의 연을 맺게 하는 모습은 모두를 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지아비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연 공주와 그런 공주를 바라보며 한없는 행복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부마 정종. 그렇기에 그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키스는 애틋하고 슬프면서도 아름다웠습니다. 

세령이 승유에게 아버지와 정인 둘 중의 하나를 택하라는 것은 힘겨운 일이라 토로하는 과정은 세령과 승유의 사랑이 새로운 전환을 이루는 시작점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서로의 감정을 모두 확인한 상황에서 나누게 된 속 깊은 대화 속에서 그들은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혜공주와 정종이 마지막을 알고 있기에 너무나 애절하고 아픈 사랑을 나눈 것과는 달리,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도 미래를 이야기하는 그들의 사랑은 그렇기에 중요하게 다가옵니다. 정종과 경혜공주의 사랑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감정 선을 모두 드러내며 소멸되었지만, 승유와 세령의 사랑은 모질게 이어져 다시 새로운 돌파구를 찾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고마움을 표시하며 뒤돌아 사지로 향하는 승유를 도저히 그대로 보낼 수 없었던 세령은 달려가 그를 끌어안습니다. 그 애절함과 간절함은 그대로 승유에게 전해지고 뿌리칠 수도 없는 그대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쳐 둘 만의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만드는 세령의 백허그는 승유를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세상 모든 권력과 부를 가진 공주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승유와 도망을 가자는 제안은 파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승유가 살아있음을 알고는 왕인 아버지에게 자신은 평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겠다고 공표를 할 정도로 세령의 승유에 대한 사랑은 지독하기만 합니다. 

정종과 경혜공주의 그 애절하고 절절했던 사랑이 마지막을 고하는 행복이었다면, 모질게 세령을 뿌리치고 가야만 했던 승유와의 백허그는 그들의 사랑이 다시 시작될 수밖에 없음을 강하게 예고했습니다. 거사를 치르는 창덕궁에서 세조가 되려는 수양을 제거할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었습니다. 

집현전 학자들과 부마 등이 함께 한 이 마지막 승부는 사전에 그들의 움직임을 꾸준하게 관찰하며 주시해왔던 수양의 반격으로 실패하고 맙니다. 거사에 대한 뜻만 거대했지 정작 거사에 대한 치밀함이 부족했던 그들의 반란은 처음부터 실패를 위한 시작이었습니다. 

사전에 모든 것이 발각된 줄도 모르고 궁으로 들어와 면과 대결을 하게 된 승유. 그 지독한 운명은 다시 한 번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만듭니다. 자신이 쏜 화살을 대신 맞고 자신과의 결혼마저 결사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던 면. 그는 혹시나 하는 두려움이 현실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지독한 사랑으로 인해 오랜 벗도 버리고 피바람이 불어 닥친 '계유정난'에 참여했던 면으로서는 이 지독하고 잔인한 운명에 치가 떨릴 수밖에는 없습니다. 이미 다른 남자만을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세령을 사랑하는 면. 그래서 슬플 수밖에 없는 그와 복수를 위해 먼저 넘어서야만 하는 변절한 벗 면과 대적해야 하는 승유의 운명은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이 지독한 운명은 존재해서는 안 되는 승유가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세령의 백허그는 마음속에 가둬두고 있었던 승유의 사랑이 온 몸에 퍼질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습니다. 처음으로 부부의 연을 맺은 다음 날 꽃들을 보며 행복해하는 공주를 뒤에서 안으며 환하게 웃던 정종은 따뜻함보다는 마지막일 수밖에 없는 운명 속에서 애절함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자신보다 더 자세하게 알고 있는 낭군 정종을 이제 알아가기 시작한 경혜공주. 그래서 더욱 잃어서는 안 되고 그래서도 안 되는 상황에서 눈물의 입맞춤은 애절하고 슬플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사랑이 그 누구보다 간절한 두 사람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순간 나누는 입맞춤은 그래서 강렬할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아플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승유와 세령, 정종과 경혜공주 둘의 사랑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서로의 운명이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상황은 이후 <공주의 남자>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드러낸 채 쫓기는 신세가 된 승유와 그런 승유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버릴 준비가 되어 있는 세령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그들의 사랑은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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