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9. 27. 10:01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5회-백진희의 엉덩이를 찌른 안내상, 그들의 소통은 핏빛이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들을 잡아가는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 5회를 마치며 주요 인물들에 대한 소개가 끝이 났습니다. 본격적으로 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들어 화학적 결합을 하며 또 다른 이야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엉덩이 찔린 백진희 청년백수 진수를 보였다




5회에서는 등장인물들에 대한 캐릭터와 함께 그들이 서로 연결점들을 만들어내며 극을 흥미롭게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김병욱 시트콤에서 언제나 등장하는 구멍이 이번에는 땅굴이라는 좀 더 거대해진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기묘하고 은밀하면서도 긴밀함을 전해주는 동굴이 과연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는 흥미롭기만 합니다.

유선의 동생인 계상의 집에 기거하게 된 안내상. 너무 다른 성격으로 불화가 잠재되어 있는 상황에서도 그들의 동거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거리가 아닌 집에서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상황에서 그들에게 불안한 요소는 역시 빚쟁이들입니다. 

어떻게 알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들을 찾기 위해 들이닥친 빚쟁이를 피해 창고에 숨었던 그들은 우연하게 6.25때 전 집주인이 파 놓은 땅굴을 발견하게 됩니다. "유레카"라도 외치고 싶은 순간 그들에게 그 오래된 땅굴은 편안한 피난처가 되어줍니다. 

긴박한 상황에서 그들을 구해준 그 땅굴이 안내상 가족들에게는 그 어느 곳보다 편안한 공간이 될 수밖에는 없지만 꽉 막힌 공간에서 버텨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집주인들이 모두 나간 사이 편안하게 식사를 하려던 내상 가족들에게 들이닥친 빚쟁이. 그리고 언제나 처럼 그들을 피해 땅굴로 숨어든 그들은 계상과 지석이 돌아올 동안 하루 종일 동굴에 있어야만 했던 그들은 끊임없이 들이닥칠 빚쟁이들을 위해 묘안을 찾아냅니다.

여학생들을 못살게 구는 남학생들을 향해 시원한 하이킥을 날렸던 여고생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도 흥미롭습니다. 지원과 박하선이 살고 있는 그 집도 하선의 집이 아닌 지원의 집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지요. 어린 시절 부모를 잃은 지원은 피구 공을 찾으러 간 도로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합니다. 마치 어린 시절 자신을 보는 듯한 상황에 빠져 있는 순간 그들에게 다가온 계상은 자연스럽게 교감을 가지게 됩니다.


가까운 이웃이지만 교류가 없었던 그들로서는 이번 만남이 중요한 이유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아지지요. 5회에서도 매력적으로 다가온 존재는 역시 백진희였어요. 인턴사원에서도 떨어지고 고시원에서도 쫓겨난 진희가 갈 수 있는 곳은 선배인 하선의 집이었어요.

어렵게 하룻밤 신세를 지기는 했지만 그녀가 며칠 더 이 곳에 묵기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지요. 하선의 집도 아니고 원어민 교사인 줄리엔의 집 전세금을 사기 당한 상황이라 진희를 챙길 처지가 안 된다는 사실은 진희에게는 아쉬움으로 다가왔지요.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에서는 여전히 아르바이트비 지급을 미루고만 있습니다. 당장 일자리를 찾기도 힘든 처지에 다시 예전 고시원을 찾지만 돈 없는 그녀를 반겨주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취업을 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도 일할 수 없는 수많은 청년실업자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백진희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안에 우리의 모습들이 모두 투영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갈 곳이 없던 그녀는 지하철에서 잠을 자보려고도 했지만 이미 자리를 잡고 있던 선배 노숙자들에 의해 쫓겨나고 맙니다. 집으로 돌아가자니 자신에 대한 기대가 높은 어머니의 얼굴을 보기가 미안합니다. 인턴사원으로 회사 잘 다니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염치가 없습니다. 집은 빚으로 휘청 이고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 서민의 모습 그대로인 백진희가 갈 수 있는 곳이란 아무 곳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대학에 들어가며 그녀가 느꼈던 행복이란 얼마나 컸을 까요? 캠퍼스의 낭만도 꿈꿔보고 졸업만 하면 멋진 회사에 들어가 행복한 사회생활을 할 것이란 막연한 기대는 입학하자마자 깨지고 엄청난 등록금에 허리가 휘고 마음이 휑하니 뚫려버린 그녀에게 현실은 전혀 낭만적이지 않았습니다.

입학하면서부터 받기 시작한 학자금 대출은 3,000만원이 넘어섰고 3학기나 휴학한 그녀에게 입사는 좀처럼 쉽지가 않았습니다. 중소기업이나 눈높이 입사를 이야기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큰 나라에서는 중소기업에 선뜻 선택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발전 가능성을 보고 중소기업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첫 직장이 자신의 마지막 직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우리의 현실에서는 이 역시 요원합니다. 대기업의 하청 업체로 전락해 있는 중소기업에서 꿈을 펼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니 말입니다.

어디에도 갈 곳이 없는 진희는 염치불구하고 하선을 찾습니다. '투명인간'처럼 지낼 테니 며칠만 머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간청에 이미 입주해 있는 줄리엔의 동의를 얻고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말을 실천하기라도 하듯 진희는 뻔한 '투명인간' 놀이에 집중합니다. 함께 사는 식구들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화장실 갔다 마주한 지원을 피해 벽에 붙기, TV보는 가족 뒤에서 훔쳐보기, 한밤중에 밥 비벼먹기 등 그녀는 최대한 자신의 존재를 숨기며 살아가려 하지만 그 자체가 존재감만 키우고 있는 중이었지요.

문제의 순간은 의외의 상황에서 다가왔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간 진희와 빚쟁이에 쫓겨 언제까지일지 모를 도피를 해야만 하는 내상은 바깥으로 통할 수 있는 땅굴을 파기 위해 온 가족을 동원해 일을 해왔습니다. 일을 하지 않으려 이리저리 피하기만 하던 내상은 화난 부인의 성화에 못 이겨 땅굴 파기에 투입되었고 드디어 세상과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외마디 비명 소리에 하선과 지원, 줄리엔이 화장실로 향하고 바닥에는 선명한 핏방울이 보입니다. 흔적을 따라 샤워 부스를 보니 그 곳에는 진희가 있었지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데 뭔가가 엉덩이를 찔렀다는 그녀의 말과 함께 변기를 뚫고 등장한 안내상.

드디어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극적인 소통이 시작되었습니다. 당당하게 나서서 소통하기 힘든 사람들이 지하로 숨어들어 서로 내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그들의 소통 방식은 우리의 현재 모습을 보는 듯도 합니다.

청년실업 100만 시대를 넘어선지 오래 이고 부실한 가정은 언제 흔들릴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기만 합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지도 오래 이고 취업도 창업도 쉽지 않은 2011년 대한민국의 현실. 지독한 불안 사회에서 어쩌면 우리는 안내상과 같은 혹은 백진희와 같은 존재로 전락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민폐만 끼치는 존재가 되어버린 청년 실업자는 투명인간을 자처하고, 가족을 지켜야 하는 가장은 가족의 해체를 막기 위해 땅굴을 파고 도주를 준비하는 신세라는 것은 우울하지만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의 일상이기도 한다는 점에서 그 우울함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본격적으로 소통을 시작한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과연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서로를 알아가고 그런 관계들을 통해 무슨 이야기들을 던져줄지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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