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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itcom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12회-삭감된 복지예산 비판과 용산을 이야기 하다

by 자이미 2011.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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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콤 안에 사회적 이슈를 담아내는 능력은 <하이킥 시리즈>가 최고일 것입니다. 등장인물의 직업이나 상황을 통해 사회적 민감한 사안들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언제나 흥미롭기만 합니다. 12회에서는 복지예산과 용산, 2G 서비스 중단에 대한 이야기를 끄집어냈습니다.

사회적 문제를 통해 소통을 이루다




등장인물들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하며 이야기는 점점 재미있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12회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이야기 전개는 안수정의 다락방 쟁취와 계상과 지원의 러브 라인이 좀 더 구체적으로 전개되며 흥미롭게 극을 이끌고 있습니다.

 

의사로서 탐욕보다는 봉사를 선택한 계상은 언제 나처럼 독거노인들을 찾아다니며 치료를 해주고 있습니다. 노인들에게 살갑게 다가가 그들의 힘겨움을 함께 하려는 계상의 모습은 보기는 좋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마도 이런 의사를 우리가 쉽게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겠지요.

자신에게 온 우편물도 읽기 힘든 노인을 위해 구청에서 날아온 통지서를 읽던 계상은 당황합니다. 치료를 받고 있는 이 할머니가 더 이상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지요. 부양가족이 있기 때문에 더 이상 도움을 줄 수 없다는 통보는 곧 그 할머니가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가치마저 빼앗기게 된 상황과 같습니다.

이는 실제 우리의 이야기이자 우리 주변 수많은 독거노인들이 처한 상황이기도 합니다. 현 정권 들어 복지 예산을 삭감하는 일은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복지 예산을 줄인 금액으로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는 보수 단체들의 묻지만 지원을 하는 경우들이 최근 언론에서 밝혀지며 다시 논란이 되기도 하는 등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현 정권의 한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봅니다.

당장 내년 복지예산 증가률이 지난 6년 평균보다 낮은 금액으로 책정되며 소외된 이들의 고통은 여전히 클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여기에 선별 지원이 강화되며 사각지대에 빠진 이들의 고통은 상상을 불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탁상공론의 전형이 되고 있는 독거노인 문제는 부양가족이 있지만 버림받은 노인들에 대한 고민이 전혀 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대한 풍자이자 분노였습니다.

주민등록상 가족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부양하지 않는 자식들로 인해 기초생활보호자가 될 수도 없는 독거노인들은 스스로 한 끼 식사라도 해결하기 위해 거리로 나서 폐지들을 줍습니다. 이 마저도 좀 더 젊은이들이 뛰어들며 하루 한 끼 식사도 힘겨워지는 그들에게 국가마저 외면한다면 그들에게 삶은 죽음보다 못할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왜곡된 복지예산과 삭감된 예산에 항의하는 계상의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 정겹게 다가오는 것은 그 심각성이 도를 넘어섰기 때문이겠지요. 소외된 아이들과 노인들을 위해 예산을 대폭 삭감하며 재벌들에게 세금을 감면하고 4대강에 수조 원을 쓰고 있는 이 상황이 정상은 아닐 것입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정부이고 무엇을 위한 정부인지 고민해보게만 합니다.

계상을 좋아하는 지원은 2G 서비스를 중단하는 대기업에 대한 항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서비스를 인위적으로 중단하는 행위는 과연 무엇을 위한 기업 활동인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3G에 이어 이제는 4G라며 새로운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여념이 없는 기업들에게 신기술이란, 사용자의 편의보다는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발전하고 있을 뿐입니다.

TV 판매를 창출하기 위해 스마트에 3D까지 TV 본연의 기능보다는 부가 기능들만 전시해 놓은 이 새로운 TV는 그저 새로운 수익모델일 뿐 소비자를 위한 선택은 아닙니다. 높은 가격에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끊임없는 수익만을 고민하는 기업과 그런 기업들에 의해 최소한의 권리마저 행사할 수 없는 소비자의 모습을 보여준 지원의 모습은 계상에게도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부모를 모두 잃은 그녀에게 낡은 휴대폰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생전의 문자와 사진들이 모두 담겨 있는 소중한 가치를 가진 휴대폰. 서비스가 중단되면 이제는 더 이상 사용할 수도 없는 그 추억을 들여다보며 그녀가 생각하는 기술의 진보는 과연 무엇을 위한 진보라 생각했을까요? 철저하게 재벌들의 수익을 위한 진보일 뿐인 사회 속에서 이런 저항은 당연한 소비자들의 권리 행사일 뿐입니다.

서로 비슷한 점들을 공유하고 있는 계상과 지원. 기면증에 걸려 갑자기 잠에 빠지는 지원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계상은 자신이 사 온 커피 대신 겉옷을 벗어 잠든 지원을 따뜻하게 감싸줍니다. 1인 시위를 하는 계상을 점심시간에 짬을 내 동참하는 방법으로 그의 따뜻함에 동참하는 지원의 모습은 그들이 제법 많은 나이 차를 넘어선 달달한 로맨스를 예감하게 합니다.

부도난 아버지로 인해 삼촌 집에 머물고 있는 내상 가족. 수정은 자신의 방이 없어 소파에서 잠을 자야만 했습니다. 그런 수정이 막내 삼촌이 안내한 다락방은 천국과도 같았습니다. 비로소 자신만을 위한 공간이 생겨 행복했던 수정은 이내 자신의 공간을 침범하는 오빠인 종석과 대립을 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고3인 자신은 공부를 해야만 하기 때문에 수정의 다락방이 꼭 필요하다는 논리로 다락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삼촌과 생활해도 되는 오빠가 왜 자신의 방을 차지하려냐며 대립하게 되며 그들은 '안씨성 싸움'을 벌이게 됩니다.

신라와 연합해 고구려를 정복하려던 당에 의해 시작된 안시성 싸움은 당 태종이 직접 전투에 참여할 정도로 사활을 건 싸움이었습니다. 안시성보다 높은 토성을 쌓아 공격을 하고 연인원 50만이 넘는 군을 동원해 10만이 안 되는 고구려에 패한 이 싸움은 위대한 전투로 기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안시성 싸움에 대패한 당 태종은 전투 후 병사하는 일까지 당할 정도로 이 전투는 특별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당의 2대 왕인 태종 이세민이 직접 전투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성 하나를 함락하지 못해 대패한 당의 모습은 고구려의 위상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알 수 있게 합니다.

다락방을 지키기 위한 수정의 모습은 고구려로 이를 빼앗으려는 내상과 종석 등을 당나라군대로 묘사하며 수차례에 걸친 전투는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학교까지 가지 않으며 지켜낸 결과 공개적으로 다락방의 주인이 수정임을 발표하며 그들의 다락방 전투는 '안씨성 전투'로 기록되었다는 내레이션은 시트콤 특유의 풍미를 느끼게 합니다. 물론 자기복제에 가까운 패턴 반복이라 새롭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서 많은 이들은 용산 참사와 한진중공업 크레인 시위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생존을 위해 건물에 올라선 용산 세입자들이 정부에 의해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던 참사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도륙에 가까운 권력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가혹한 폭력이었습니다.

단지 생존을 위해 자신의 삶터를 지키고자 했던 그들에게 재벌들의 돈벌이와 이를 적극적으로 돕는 권력이 하나가 되어 모든 것을 빼앗긴 그들의 목숨마저 빼앗은 용산 참사는 우리에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아픔으로 기록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줄리엔이 묘안으로 제안했던 고립된 수정에 대한 먹을거리 공격은 여자의 몸으로 차가운 크레인 위에서 270일이 넘게 투쟁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을 떠올립니다. 먹을거리마저 뒤집어 검사를 해서 올려주는 상황 속에서 그녀가 주장하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재벌기업의 부당해고를 막겠다는 그녀의 외침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지만 정작 재벌과 정치인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을 지키기 위해 4명의 노동자들은 난간에서 90일이 넘는 시간 동안 농성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 달이 넘는 단신 투쟁으로 실신까지 하는 상황에서도 그들이 외치고 있는 단 하나는 생존권입니다. 부당해고를 통해 생존권을 박탈당한 노동자들에게 다시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는 그들의 외침은 묘하게 수정의 모습과 겹치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억지주장으로 다가올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을 듯합니다. 20여 분 방송되는 시트콤 속에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은 충분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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