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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ma 드라마이야기/Sitcom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13회-안내상의 폐경 타령에는 사회적 허무와 냉소가 담겨있다

by 자이미 2011.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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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상은 언제부터인가 "이게 다 폐경 탓이다"라는 댓글 도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가 왜 그런 댓글을 달 수 밖에 없게 된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폐경기를 맞은 아내로 인해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그는 모든 일들은 오직 '여성의 폐경기' 때문이라는 허무함과 냉소만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지석을 사랑에 빠트린 박하선의 변신이 흥미롭다





사극을 통해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던 박하선이 시트콤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을 거듭하더니, 극 중 연극으로 자신의 장점을 100% 되살려냈습니다.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좋아하는 감정을 심어오던 지석은 명성황후가 된 그녀를 보고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13회에서 중요하게 다가왔던 것 중 하나는 박하선에 대한 두 남자의 사랑이 움트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같은 학교에 근무하고 옆집에 살기까지 하는 지석과 진희의 고시원 동료인 고영욱이 그들입니다. 모두 연극 무대에 선 박하선의 참한 모습에 반해버려 이후 그녀를 두고 벌이는 삼각관계가 흥미롭게 다가올 듯합니다.

엉뚱한 일만 벌여 지석의 놀림감이 되곤 하는 하선은 개를 무서워하는 모습에 하루 종일 개 흉내로 하선을 놀리기만 합니다. 그렇게 하선을 초등학생이 유치하게 여학생 놀리듯 하던 그가 180도 달라진 눈빛으로 하선을 바라보게 된 것은 연극 무대에 선 그녀의 모습이었습니다.

진지함 자체가 닭살 돋는 지석에게 연극은 민망하고 부담스러운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진지하게 임해야 하는 순간에도 농담하고 장난하기에 바쁘던 그를 얼어붙게 만든 것은 바로 하선의 고운 자태였어요. 명성황후로 분한 그녀의 모습은 지석을 꼼짝 못하게 만들 정도였습니다.

단순한 대사마저 하지 못할 정도로 얼어붙게 만든 하선으로 인해 지석은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짝사랑이 시작되고 말았습니다. 애써 자신이 극중 일본 자객으로 감정이입이 되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에게 사랑이 찾아왔다는 사실이지요.


시트콤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흥미롭게 담아내는 김병욱의 장점은 이번 <하이킥 3>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청년 실업부터 복지문제까지 민감한 사회담론을 등장인물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방식은 흥미로울 수밖에는 없습니다.

한 쪽에서는 젊은 남녀의 사랑이 조심스럽게 시작되고 있는데 안내상과 윤유선의 냉각기는 좀처럼 가시지를 않습니다. 그런 냉각기 더욱 급랭하게 만든 것은 하나의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참기름이 떨어져 옆집으로 가던 유선은 샤워 중인 줄리엔을 목격하게 됩니다. 문제는 그 자리를 피하면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텐데 넋 놓고 샤워 장면을 바라보다 남편인 안내상에게 들키고 말았다는 사실이지요.

단순히 폐경기 증후군 때문이라고 말하기에도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오직 '폐경기'때문이라는 유선입니다.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던 내상은 옆집 사람들까지 불러 이 사건에 대해 잘잘못을 가리려 합니다. 분명히 폐경기를 겪고 있다고는 해도 유선이 잘못한 것이 분명한 상황은 의외의 결과를 가져옵니다. 

누나의 사정을 듣고 계상은 잘못된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논리적인 언변으로 참석자들을 공략합니다. 이런 계상과 달리, 먼저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한 내상은 철저하게 비논리적인 방식으로 감정만 쏟아냈을 뿐이었습니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판정단은 사안의 결함을 분명하게 알고 있음에도 논리적인 언변으로 합리성을 주장한 계상에게 손을 들어주고 말지요.

이 사건이후 모든 일들을 내상은 '이게 다 폐경 탓이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유선이 문지방에 걸려 넘어지려는 문제도 사소한 그 무엇도 모두 유선의 페경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 치부하는 그의 모습은 우리 시대 허무와 냉소를 그대로 담고 있는 듯 씁쓸합니다.

여전히 지금도 인터넷에서는 "모든 게 00 때문이다"라는 본문과 전혀 상관없이 허무한 댓글들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소통이 부재한 일방적인 사회에서 빈부의 격차는 극심해지고 이로 인해 현대적인 신분사회가 고착화되며 많은 대중들은 심리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박탈은 허무와 냉소에 빠질 수밖에 없게 하고 모든 논리적인 행동은 사라지고 비논리적이고 허무맹랑하기까지 한 '이게 다 00 탓이다'를 유행시킬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이런 허무와 냉소가 지배하는 세상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사회라는 사실은 많은 지식인들이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청년 실업이 심각하고 노동자에 대한 탄압은 점점 정교해지는 사회. 노인 인구의 급격한 증가에도 사회적 안전망이 전무한 사회,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강자들의 무자비한 탄압이 일상이 되어버린 사회에서 안내상의 자조적이고 일상에서 이탈할 수밖에 없는 허무는 우리의 모습을 엿보는 듯해 얼굴이 불거질 정도입니다.

희망이 사라진 사회에 과연 희망의 불씨를 누가 피워낼 수 있을까요? 서서히 변화는 바람은 다시 불어오고 시작했고 그 거스를 수 없는 변화는 이 지독하게 절망적인 사회를 새롭게 바꿀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변화는 자연스럽게 안내상씨의 "모든 것은 폐경 때문이다"마저 몰아낼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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