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0. 8. 08:02

BIFF 김꽃비의 개념을 이유로 오인혜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레드 카펫을 시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되었습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성장한 BIFF는 시작부터 화끈한 소식으로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영화제를 가장 화려하게 해주는 레드 카펫은 짧은 거리를 걸으며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행사이기에 참여하는 이들에게는 무척이나 소중한 자리입니다.

작업복 걸친 김꽃비와 파격적 의상을 입은 오인혜 누구를 비판 하는가




BIFF의 레드 카펫을 뜨겁게 달군 이는 유명 스타가 아니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는 무척이나 낯선 존재인 오인혜라는 여배우의 파격에 가까운 패션은 단연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김혜수의 파격을 능가하는 어쩌면 공식 행사 드레스 사상 가장 파격적인 드레스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모습은 충격이었습니다.

오인혜의 파격적인 행보가 단연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그 극단적인 지점에 작업복을 입고 등장한 김꽃비에 대한 관심 역시 대단했습니다. 여배우들에게는 꿈의 장소인 레드 카펫에 한진중공업 작업복을 걸치고 등장한 그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녀의 그 파격은 사회적 이슈를 가장 화려한 장소로 끄집어 들여 반전의 미학을 전해주었기 때문입니다. 한진중공업의 부당해고에 맞서 275일 고공 투쟁 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을 응원하는 그녀의 퍼포먼스는 부산국제영화제이기에 가능했던 투쟁의 연장이었습니다.

함께 등장했던 김조광수 제작자와 여균동 감독은 준비한 피켓을 통해 자신들의 의지를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I♥CT 85, GANG JUNG'이라는 문구는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앞서 이야기를 했던 한진중공업 부당 해고에 맞서 고공투쟁을 하고 있는 85 크레인의 김진숙 지도위원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강정은 제주 강정 마을의 해군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문구이지요. 수많은 이들이 반대하고 있음에도 구름비 바위를 폭파하고 건설을 강행하는 그들에게 강렬한 비난을 퍼붓는 이 문구는 전 세계인들에게 강렬하게 다갔을 듯합니다.

혹자들은 배우나 감독들이 공식적인 장소에서 그런 짓을 한다며 욕하는 이들도 존재할 것입니다. 연예인들이 소신 발언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방송 출연이 정지되는 경직된 사회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유명 인들의 사회 참여는 무척이나 익숙한 방식이고 할리우드 스타들 역시 영화제를 통해 사회적 문제들을 이야기하는 경우들은 일상이 되어 있습니다. 

"신문도, TV도 없는 곳에서 오로지 트위터로만 세상을 본다. 오늘 트위터에서 세상 가장 예쁜 웃음을 봤다. 영화의 전당을 지은 그 노동자들이 해고됐다. 오늘 꽃비님이 하신 일은 우리 조합원들이 가장 해보고 싶었던 일이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김꽃비의 레드 카펫 행진을 보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전당을 지은 노동자들 역시 해고되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거대한 전당을 통해 BIFF의 높아진 위상을 전 세계에 알리고 싶은 의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건립된 이 장소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을 위해 응원하는 그녀의 퍼포먼스가 반갑게 다가온 것은 김진숙 위원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영화의전당'은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이 피와 땀으로 지었다. 그 아름다운 자태 속에 아픔이 있다. 우리 모두 노동자다. 우린 왜 이렇게 ㄱ처럼 일해야 하는걸까. 불쌍한 우리네 노동자들 우리의 행복과 권리를 찾자. 우리는 하수인이 아니다"

김꽃비 역시 트위터를 통해 영화의 전당에 대한 소감을 적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습니다. 소수의 지배자들을 제외하고 모두가 노동자인 세상에서 그 노동자들에 대한 가치를 정당하게 인정하지 않는 세상은 정상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노동자들이 행복한 세상이 오지 않는다면 그 나라는 더 이상 미래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진리이자 이치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여배우로서는 가장 소중하고 의미 있는 행사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보다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위해 과감하게 선택한 그녀의 작업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레스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김꽃비의 선택과 건강한 외침을 전적으로 응원하지만 그렇다고 오인혜를 비난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인혜는 여배우로서 자신의 가치를 최대한 돋보이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배우입니다. 사실 그녀의 화려한 드레스 워킹이 아니었다면 그녀가 누구인지 몰랐을 이들은 무척 많았을 것입니다.

대중들의 관심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배우라는 삶을 사는 그녀로서는 자신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기회를 꼭 잡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이 할 수 있는 파격을 통해 대중의 관심을 얻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최대한 살려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는 점에서 김꽃비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오인혜는 철저하게 레드 카펫 본연의 임무에 충실했고, 김꽃비는 자신의 가치관을 건강한 퍼포먼스를 통해 자신의 신념을 명확하게 내보였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둘은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한 멋진 여배우들이었습니다. 

이런 둘을 두고 누군가를 기준으로 삼아 다른 이를 비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비겁한 짓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누군가의 비교의 대상이 아닌 그 자체로서 충분히 의미를 가진 배우들일 뿐입니다. 그녀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자신들이 선택한 방식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대중들과 소통한 멋진 존재들일 뿐 누군가에 의해 비난받을 대상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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